김인혜 서울대 음대 교수의 학생 폭행 또 선물 강요 의혹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서울대 본부에 제출된 진정서에 따르면, 김인혜 교수가 제자들을 상습적으로 때렸으며, 음악회 입장권을 강매하고 선물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관련해서 서울대 관계자는 2월 28일 징계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김인혜 교수를 직위해제 처분하고 3월 개강 때에 김인혜 교수를 수업에서 배제하겠다는 원칙을 언론에 밝혔다. 서울대 측은 공식적으로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지만. 한편 김인혜 교수, 출연하던 TV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파문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팔순잔치 동원설, 스승 모욕 논란까지 일고 있다. 내용은 이렇다. 김인혜 교수가 자신의 시어머니 팔순잔치에 제자들을 동원했다는 의혹이다. 합창 무대를 선보이거나 가면을 쓴 채 소규모 뮤지컬까지 펼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돌고 있는 것이다. 또한 김인혜 교수가 얼마 전 한 언론에다 "나도 그렇게 배웠다"라며 스승인 이정희 교수의 폭행 가능성을 시사하자, 같은 스승에게 사사한 동문들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김인혜 교수, 이래저래 난처해진 게 아니다.

이 논란과 관련해 ‘도제식 교육’ 이야기가 화두처럼 떠오른다. 중세 상공업자의 동업자조직이라 할 수 있지? 길드에서 파생된 것이다. 사부가 있고 제자가 있고, 이 사부가 숨은 기술을 나중에 뛰어난 수제자를 채택해서 전수하고 그 제자가 또 같은 대물림을 하는 방식으로 설명하면 좀 더 친근할 것이다. 훌륭한 실력을 전수받음에 있어 일부분의 가혹행위도 감수해야 하는 것. 그러다보니 도제식 교육에는 구태의연한 권위주의와 반인권적 가혹행위가 용인되는 것으로 인식돼 있다.

한 번 배신하면 그 바닥에서는 완전히 매장된다는 섬뜩한 그 세계의 법칙도 있다. 음대의 경우 클래스 제도가 있다. 학생 4∼5명이 입학하면서 한 지도교수에게 맡겨져 졸업 때까지 실기레슨을 집중적으로 받는 제도다. 제자가 전적으로 교수에 예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간에 클래스를 바꾸는 건 배신으로 통하기 때문에 폭행을 당하면서도 침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학생들의 이야기이다.

사실 미대도 별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가 있다. 교수 밑에서 오랜 시간 시쳇말로 ‘시다’로 일하는 건 미대생이 토로하는 가장 큰 고충이다. 명색은 ‘작업 보조’지만 교수의 화랑이나 작업실에서 무보수로 일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렇게 10년 일하다가 스승에게 대든 이후에는 아예 업종을 바꿔 피자가게를 연 여성의 이야기가 한 언론에 소개됐다. 눈 밖에 나면 어딜 가든 미래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건 결국 우리 사회의 줄타기 관행과도 연결되는 것이다. 김인혜 교수 사건과 관련해 서울대 관계자 말은 이렇다. "진상조사에 나섰는데 졸업생 같이 사제관계를 벗어나야만 비로소 입을 여는 경향이 있었다"며 "막상 진술을 하더라도 증인으로 나서는 일은 거부했고, 진정서를 보낸 학부모도 자식의 실명이 거론되는 일은 없게 해달라고 요구해 조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김인혜 교수의 지도법을 놓고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일각에서는 성악은 몸이 악기이고 발성과 호흡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반응도 있다. 한 대학 명예교수는 “호흡법을 중시하는 교수들은 배에 힘을 주라고 몇 차례씩 찌른다. 두성법을 가르칠 때도 머리를 강하게 잡아준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김인혜 교수를 두둔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기현 한국오페라단장은 “학생들이 오해할 수 있지만 교육의 하나로 본다.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논란이 있다. 한 서울대 교수 이야기도 마찬가지. "김인혜 교수가 폭행과 관련해 소문은 많이 달고 다니지만 일방적으로 호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며 "학생 잘못이 있는 등 나름의 사정이 있을 수 있다"며 지나친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내용이 있었다.

성악계를 잘 모르는 시민들은 “정말 성악을 가르치는 교수들은 다 그럴까?” “때리면서 가르치는 게 관행이야”라는 의문들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중앙일보>가 여러 성악전공 교수 또 졸업생에게 물었다. 31살 된 졸업생이 “내가 배울 땐 여 교수는 화가 나면 책을 창밖으로 던지곤 했다. 그러면 뛰어나가 주워와야 했다”라고 증언한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폭행은 없었다고 했다. 앞서 호흡법, 두성법을 언급했다고 소개한 한 대학 명예교수도 “대학생들은 교수가 감정적으로 폭행을 하는 것인지 사랑의 매로 가르치려는지 잘 안다. 진정성이 없다면 폭행이라 여길 것이다”라고 했다.

사실 사제(師弟)가 ‘인간적인 접촉’을 통해 함께 호흡할 때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작품이 탄생한다. 이는 도제식 교육에는 양면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다. 스승의 기량을 그대로 전수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예전의 관행을 고집하다 보면 시대의 흐름을 맞출 수 없는 약점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낡은 방식이 아닐까 돌아본다. 연줄을 중시하는 우리 예술계 풍토에서 도제식 교육의 폐해는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설사 도제식 교육의 필요성이 있다 해도 그것이 약자에 대한 폭력과 학대, 권력남용을 정당화하는 명분은 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 몸이라는 악기에 영혼을 불어넣어야 하는 성악이기에 더더욱 그렇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