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가 입원 환자를 퇴원시키기 위하여 치료 정도를 확인할 때 환자를 이런 방법으로도 테스트한다고 합니다. 환자 방의 수도꼭지를 틀어 놓습니다. 그러면 어떤 환자는 놀라서 밖으로 뛰어 나가서 대걸레를 가지고 와서 막 닦습니다. 그런데 어떤 환자는 깜짝 놀라서 수도꼭지를 잠그고서는 대걸레를 가지고 와서 닦습니다. 누구를 퇴원시키겠느냐? 하면 상황과 원인을 아는 환자와 상황만 아는 환자의 차이를 보고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곧 수도꼭지를 잠그고 대걸레를 가져와서 닦는 환자를 퇴원시킨다고 합니다.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고 물만 닦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지만 아직 치료되지 못한 정신병자는 원인은 생각하지 않고 상황만 보기 때문에 수도꼭지를 잠글 생각은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어떤 문제나 사건사고를 만날 때 그에 대한 반응수준은 그의 영성수준을 의미합니다. 무슨 문제이든 나타난 현상이나 벌어진 사건만이 아니라 그 일이나 사건의 배경을 알아야 합니다. 그 사건의 원인과 의미를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일이나 문제는 원인이 있고 때로는 그 사건을 통해서 뜻하시는 하나님의 계획이 있습니다. 그것을 나는 ‘사건계시’라고 이름 붙입니다. 사건을 통하여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나타난 현상은 그 사건의 핵심이 아닐 수 있습니다. 나타나지 않아서 못 보는 부분이 훨씬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문제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말이나 일, 그리고 사건이나 사고(事故) 등의 문제에서 그 원인을 직시할 수 있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하고 그럴 수 있는 영적능력도 필요합니다.

얼마 전 어떤 분으로부터 참으로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자신의 행위에 대하여 다른 사람의 지적을 받고서는 그것이 마치 다른 사람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생각뿐 아니라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황당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문제의 본질을 못 보면 늘 그렇게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그 사람이 그 문제를 그렇게 보고 엉뚱한 사람을 지칭하고 그 사람 때문이라고 말한 것은 트집을 잡기위한 의도적인 행동이었지만 어떻든 문제의 핵심을 잃어버리고 말하거나 판단할 때 그 사람의 인격이나 영성의 수준, 그리고 사고방식의 천박(淺薄)함이 들어나는 것입니다. 사람이 무엇을 따라 판단하고 사고의 방식이 어디에 근거를 두고 어디에 지배를 받는가는 그 사람의 인격이나 인생을 결정하는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도 그 인격이나 삶의 형태가 여러 가지입니다. 머리가 몸을 이끌어 가는 사람이 있고 몸이 머리를 이끌어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미래가 현재를 이끌어가는 사람이 있고 과거가 현재를 이끌어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감정(感情)에 이끌려 사는 사람이 있고 이성(理性)에 이끌려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욕심에 이끌려 사는 사람도 있고 신앙적 판단에 따라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신의 판단으로 자신의 삶을 사는 사람이 있고 남의 판단에 맞추어서 살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이 자신의 삶을 이끌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에게 끌려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생각의 수준이 그 사람의 인생을 결정합니다. 그래서 사고방식이 온전하여 바로 생각하지 못하면 늘 비뚤어진 삶을 살거나 생각 없는 삶을 살게 됩니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어 사람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를 잃어버린 동물적 삶에 머무를 수밖에 없어집니다.

문제의 원인을 바로 파악하고 사려 깊은 언어와 행동, 그리고 신앙적 가치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자신의 영성을 세워야 합니다. 말이라고 다 말이 아니듯이 생존 그 자체가 곧 삶은 아닙니다. 자신의 오늘 여기에서의 삶의 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영적능력을 함양하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하여 무엇보다 자신의 가치관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하나님의 자녀인 신앙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바로 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정확하게 조정하고 걸어가는 인생길의 방향을 바로 정하여야 합니다. 우리의 진정한 문제는 먹고 입고 마시는 것이나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 내가 가진 힘이 얼마나 크냐가 아니라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어떻게 사고하고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입니다. 자기 정체성이 정확해야 합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