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티즌이 중심이 된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주최로 2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한-미 쇠고기 협상을 규탄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민심은 원성으로 치환될 조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분위기 파악을 했든지 아니면 예방 차원에서 그랬던 것인지 '사회 기초 질서 확립'을 목청 높여 외쳤다. 그리고 학부모까지 포함돼 폭력의 여지는 전무한 ‘등록금 인상 반대’ 집회에 백골단, 물대포 앞세웠다.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었겠지. 그런데 그새 일산의 한 어린이는 치안 공백 상황에서 강간범에게 매 맞고 또 끌려갈 뻔했다. 대운하 반대하는 교수를 뒤쫓는 새, 중국 유학생들이 백주대낮에서 자기 나라 국민들이 매 맞는 것에 속수무책이었다. 하긴 청와대 민정수석,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가정보원장 등 ‘국민을 가둬놓을 수 있는 실무권한’을 가진 자들이 전부 대통령과 ‘우리가 남이가’하며 이야기 나누는 지역의 출신이라지?

싹수가 노란 정권이다. 결말은 안 봐도 DVD라 아니할 수 없다. 나를 포함한 시사에 조금이라도 눈 뜬 사람이라면, 이런 이명박 대통령의 노정(路程)을 대선 전부터 예견했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은 ‘한국 사회의 비극의 시작’이라고 단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불행히도 이것은 현실로 굳어지고 있다.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에는 서서히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나에게 야속함을 불러오는 존재들이 있다. 한국교회 내 ‘이명박 장로 팬’들이다. 나는 단순히 그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해서 원망하는 게 아니다. 그들의 천박하기 짝이 없는 ‘지지 기준’이었다.

자녀의 영달을 위해서는 위장전입 또 위장취업도 마다않는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자기 건물에서 여 종업원이 술 팔고 웃음을 파는(그 이상을 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유흥업소가 운영돼도 아무 소리 안 하는 부동산 소유주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장애 가진 태아는 낙태해도 상관없지만’ 이런 식으로 툭하면 우리 사회의 약자를 비하하며 서러운 이들의 가슴에 상처를 입히는 경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과연 이명박 대통령에게 표를 던질 수 있었을까. 사려 깊은 기독교인이라면 물질적 풍요에 방점을 두기 보다는 도덕성의 가치에 무게를 둬야 옳았다. 그렇다면 '이명박 지지'와 '도덕성 회복'이 양립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불행한 상황이 닥치고 있다. 17대 대선의 승자로, 대중은 이명박 대통령 말고도 기독교계를 꼽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은 고스란히 기독교의 책임으로 연결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김영삼 씨와는 다르게 교회 인맥까지 내각과 청와대 대통령실에 갖다 쓸 정도로 기독교와 ‘프렌들리’한 인물이다. 그가 ‘국민성공시대’는커녕 ‘명박실패시대’로 끝난다면 기독교는 도매금으로 묶여 지금보다 더 깊은 수렁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기독교계의 스탠스가 대단히 중요하다. 이 시점부터 기독교계는 이명박 대통령을 견제하는 세력으로 변신해야 한다. 권력은 필연적으로 썩게 돼 있다. 성과주의, 세력화에 함몰될 수 있는 세속 정치 구도 속에 그는 함몰돼 있는 상태이다. 게다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이어 이제는 의회까지 장악한 터라 이명박 대통령의 ‘변질’은 명약관화한 노정이다. 이명박 대통령 세력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매서운 견제와 혹독한 질책이다. 교회가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특별한 혜택을 기대하기는커녕, 부여해도 뿌리치는 과단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특히 도덕성이 흐려지고, 소수자와 약자의 권익이 침해받는 현실이 발생하면, 전 역량을 다해 막아야 옳다. (그러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라는 목사가 청와대 가서 “사학법 없애주세요” 이랬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 해봐야 나의 입만 아프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한 세력으로서 마땅히 갖춰야 할 책임의식이다. 또 그렇게 해야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으로부터 기독교가 자유로워지는 길이 열린다.

기독교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불도저’를 선택했다. 그 불도저는 환경, 인권, 정의, 평화의 가치를 무시하고 밀고 나가 땅을 ‘시장주의’라는 이름으로 평정할 태세이다. 기독교는 불도저 조수석에 탈 것인가. 불도저가 아무 곳이나 밀고 가지 못하도록 땅 위에 서 있을 것인가. 기독교는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나는 이명박과 기독교가 2인 1각으로 묶이는 비극이 그쳐져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비극을 그치기 위해 애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동할 것이다. 이것 역시 내 방식의 애국이다.

나는 지금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하러 나간다.

/ 시사평론가, 한양대(안산)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