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목사가 될 것인가를 고민하던 시절 농촌목사가 되겠다고 결정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시대를 거꾸로 읽는(?) 결정이지만 아직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다. 우리 교회는 리 단위의 교회인데 우리 교회뿐 아니라 농촌 지역과 교인은 그동안 거의 대부분 목회자에 대한 상처가 많다. 나의 전임 목회자도 개인 사비를 털어 살면서 고향지역에 교회를 세우고 심령을 구원하려고 8년 동안 수고하시었다.

그러나 불어오는 개발과 중공업 우선 정책에 밀려 이미 정체된 지역에서 경제적인 압박과 주민의 외면에 밀려 고향을 떠난 것이 주민들에게는 목사가 교회를 팔아 이익을 챙겼다고 오해하게 되면서 상처로 자리 잡고 있다. 난청지역인 시골이라도 케이블TV와 스카이라이프가 안 들어간 곳이 없어 마음만 먹으면 매일 어느 때나 목사의 설교를 들을 수 있는 시대이다. 몰라서 못 믿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평신도들의 모본은 목사가 될 수 없다. 너무 멀리 있어서 저 양반이 우리 목사인지 남의 목사인지 구별이 안 간다는 것이다. 좀 가까이 있으라고, 와 달라고 한다. 목사의 눈높이를 낮추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신앙의 귀감이 될 만한 평신도가 거의 없다. 그들을 감동시키고 인도해야 할 일꾼이 없는 것이다. 결국 목사가 성도로서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하는 것이다.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는 목사의 몫이 아닌 것이다.

몇 해 전 우리 동네에 군 의원을 지내신 분이 집을 짓고 집들이를 하면서 “이것이 다 목사님 덕분입니다”는 인사를 받고 왜 그러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이 “목사님이 우리 동네에 오셔서 살기 시작한 이후로 동네 사람들의 삶이 평안해지고 윤택해지기 시작하여 자기도 그런 은혜 가운데서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아직도 이분이 우리교회에 나오지는 않고 있으나 목사의 든든한 빽(?)중 하나이다.

또한 우리교회는 내가 부임하기 전부터 예배 전에 차임종을 울렸다. 새벽예배도 마찬가지이다. 처음 부임해서는 간접적으로 불평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요즘은 없다. 오히려 피곤하던가 출타하여 새벽에 종을 못 칠 때에 제시간에 안친다고 교인들에게 “오늘 목사님이 안계시냐, 5분 10분 늦게 종 쳤다”고 이야기하더라는 소리를 듣는다. 인근에 온천지역이 있어 가끔은 새벽 종소리를 듣고 나오시는 분들도 있다. 참으로 오랜만에 종소리를 듣는다고 말이다.

전도가 왕인 이들이 들으면 게으르고 나태하다고 할지 몰라도 농촌목회는 그냥 주민들과 같이 주민들처럼 농사도 짓고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이 아닌가 한다. 지난 10여 년간 강변에 버려지는 단무지 청(시래기)을 수거해 건조하여 서울의 교회에 보내었는데 부임 때 50-60대 어르신들이 70-80대 노인이 되어버려 작년부터 무시래기를 못 올리겠다고 했더니 난리이다. 그 좋은 것을 우리는 꼭 먹어야겠다면서 농촌교회도 돕고 건강도 챙기고 바람도 쐬고 봉사도 하고 친교도 한다는 이름으로 내려와 작업하겠다고 하여 허락하였다.

올해 우리 교인들은 1주일 건조 작업한 이익이 논 1천 평 농사지은 이익과 맞먹는다며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그 정도는 할 수 있겠단다. 생활협동조합을 시작하며 지역의 타동네 농민들을 만나 식사할 때 “목사님하고는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같이 밥 먹는다”는 말을 듣고 비교인과 목사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실감한 적이 있다. 물고기를 잡으려면 고기가 많은 곳으로 가라고 하지만 아직 농촌지역에도 물고기(?)는 많다. 그물이 아니라 낚시로 잡아야 하지만 말이다.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말씀대로 살아가려는 사람이 귀하다.

목회자신문에서 옮겨왔습니다.

/ 충주 앙성 대평교회 목사, 계간 농촌과목회 편집위원, 한국기독교생명농업포럼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