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국민을 무자비하게 학살하고 있는 카다피의 만행(蠻行)을 보면서 한 사람의 잘못된 지도자의 어리석은 판단이 그 구성원들에게 얼마나 큰 폐해를 가져오는가를 여실히 보여 줍니다. 우리는 세상에 살면서 수많은 판단을 하며 살지만 바른 판단과 바른 결정이야 말로 인생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임을 잘 압니다. 사실 사람이 어떤 권한을 가진다는 말은 어떤 공동체의 문제에 대하여 판단하고 결정하는 권한을 가진다는 말입니다. 권한이 크고 많은 사람일수록 판단과 결정의 비중이 크고 그 파급효과가 크고 많습니다. 책임 있는 사람들, 권한이 많고 많은 힘을 가진 사람이나 집단의 판단은 그 자신과 그가 속한 집단의 운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판단은 신중해야 하고 결정은 정확해야 합니다. 그래서 결정권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결정이 자신의 공동체에 파급될 엄청난 파장과 영향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확한 균형감각을 가져야 하고 공동체에 미칠 영향력에 대하여 진지해야 하고 공동체의 목적에 부합해야 합니다. 바른 상황인식과 사안(事案)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전제로 하여 공동체의 목적과 이익에 부합하는 판단과 결정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잘못된 준거(準據)로 어리석거나 불의한 판단과 결정을 하는 못된 사람들도 참으로 많습니다. 어리석은 자기소견으로 자기감정과 욕심을 따라 결정하고 판단하는 사람도 있고, 때로는 오기와 감정을 가지고 하는 판단도 있을 수 있으며, 빌라도처럼 자기 이익을 위하여 자신의 판단과도 다른 결정을 하는 비굴한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순전히 어떤 문제나 권위에 반대하기 위하여 혹은 자신들의 권위를 주장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판단을 그르치고 못된 결정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진정으로 공동체에 유익한 판단을 하려는 순수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그릇된 판단으로 위험을 자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여론이나 인기 위주의 판단입니다. 인기 있는 판단과 지혜로운 판단은 다릅니다. 여론이라는 것은 늘 죽 끓듯 하는 것이며 전혀 윤리성이 없습니다. 그리고 늘 이기적인 욕심을 따라 흘러가는 속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론을 몰라서는 안 되지만 여론에 영합하는 판단 역시 위험합니다. 그래서 지도자는 인기 있는 판단보다는 지혜로운 판단을 해야합니다. 때로 그것이 당장은 비난거리가 되고 반대에 부닥칠 위험이 있어도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계획을 가지고 판단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특히 교회는 무엇이든 어떤 경우에도 판단과 결정의 기준이 하나님의 뜻에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사실 우리의 손익(損益)이라는 계산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고 더욱 정치적인 판단이나 경제적인 시각의 판단도 안 됩니다. 하나님의 뜻과 교회 본질에 부합하는 판단, 거룩한 가치를 기준으로 하는 판단과 결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지도자는 늘 기도와 말씀묵상으로 영적으로 깨어 있어야 하고 하나님의 뜻에 민감해야 합니다. 영성을 잃어버린 지도자는 늘 자기 소견이나 이기적 자기 목적을 판단의 근거로 삼을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잘못된 판단에 대한 겸손한 시인(是認)과 시정(是正), 곧 회개입니다. 명확히 잘못된 판단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인 자존심이나 자신의 고집으로 공동체의 이익에 반하고 하나님의 뜻에 반하는 결정을 돌이키지 못한다면 정말 위험천만한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런 면에서도 회개는 신앙적 용기를 가진 사람이 할 수 있는 은총입니다. 저지를 수 있는 용기보다 회개할 수 있는 용기가 훨씬 더 큰 용기이며 신앙의 능력 입니다. 누구나 잘못할 수 있습니다, 그건 지도자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러나 회개 역시 대장부들의 미덕입니다. 아집에서 자유 할 수 있는 성숙한 신앙인만이 할 수 있는 신앙적 결단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두려워 할 줄 아는 사람, 진정으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신앙행위입니다. 하나님의 뜻보다 자기 뜻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감히 쳐다볼 수 없는 높은 경지의 신앙 행위입니다. 바로 판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잘못된 판단과 결정은 스스로 고쳐 나갈 수 있는 용기가 진정한 용기입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