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해체를 역설하던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가 이번엔 정치인들에게 개신교 편에 서지 말라고 강조해 주목받고 있다.

손봉호 교수는 3월 12일자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개신교인 대통령이라면 의식적으로라도 개신교인을 멀리 해야 했다”면서 “나는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정치인에게 개신교 편을 들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모든 종교에 공평하라고 당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개신교계가 얽힌 각종 시국 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목소리를 쏟아낸 손봉호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무릎 끓고 기도한 것을 두고는 “대통령이 개신교인인 만큼 무릎 꿇고 기도한 것을 이해해줄 수 있다고 본다”라고 하면서도 “그러나 그렇게 인도한 목사가 분별없고 상식 없는 행동을 한 것은 사실이며 그런 식으로 기도하는 것은 기독교 정신과도 어긋난다"며 사회자 길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을 질타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뒤 개신교인들이 잔뜩 기대를 품은 것은 사실 아닌가’라며 기자가 묻자 “대통령 취임 초기에 개신교인들은 덕 볼 생각 하지 말고 손해 볼 각오를 하라는 내용의 글을 쓴 적이 있다”며 “개신교는 손해를 보아야 하며, 손해를 보아야 기독교의 원래 정신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훈계했다. 그러나 최근 논란이 된 수쿠크법에 대해서도 “내용을 완전히 알지 못할 뿐 아니라 그것이 정치와 종교의 문제인지 등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할 자신이 없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최근 금권 선거 논란에 휘말린 한기총을 두고 해체 주장을 제기한 손봉호 교수는 "돈에 휘둘리는 기구는 없어져야 한다. 돈을 숭상하는 것은 기독교의 본질과 어긋난다“고 지적하고는 “그렇다고 한기총이 반드시 존재해야 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해체해야 옳다"고 비판했다. 손봉호 교수는 진보적 성격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을 두고는 "NCCK가 대표를 뽑을 때 돈을 썼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도덕적으로 타락했거나 물신주의에 휘말렸다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물신주의는 한기총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 전반의 문제 아닌가’라는 기자의 질문이 이어지자 “맞다. 한국 교회가 돈의 우상을 섬긴다. 모든 교회, 모든 교계 지도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의 교회가 그렇다. 지금 교회는 돈, 권력, 명예(유명세)라는 세속적 가치에 매달린다”고 진단하고는 “성경에서 복은 핍박을 받고 마음이 가난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한국 교회가 추구하는 가치는 성경적인 것이 아니다. 한국 교회는 역사상 가장 큰 위기에 처해있다”고 지적했다.

손봉호 교수는 ‘다음 대통령도 개신교인이 됐으면 좋겠는가’라는 질문에 “개신교인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운을 뗀 뒤 “그런 대통령이 나오면 교회 사람들이 정치 권력을 등에 업으려고 시도할 것이며 비상식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크기에 개신교를 위해서도 개신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