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브러험 링컨 16대 미국 대통령. 다른 나라 대통령 중에 아는 이름 대라 했을 때에 다른 사람은 몰라도 링컨만은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링컨 탄생 100주년에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는 링컨을 '작은 예수'로 이름 붙였다. 인류의 성자로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그의 업적, 대단하다. 링컨은 분열 위기에 처한 미국을 남북전쟁이라는 큰 대가를 치르면서 구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링컨이 없었더라면 지금 미국은 50개의 작은 나라로 나뉘어 있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링컨은 또 노예해방 선언으로 모두에게 자유로운 나라를 만든 위대한 성자(聖者)이자，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통일된 나라를 지켜내고 나서 암살범의 총탄에 희생된 순교자의 이미지도 갖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요즘 링컨 신화에 허구가 많다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버지니아주 조지 메이슨대학의 교수인 필립매그네스와 세바스찬페이지가 최근 펴낸 책 “노예 해방 이후의 식민지화”가 화제가 되고 있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미국·영국 사료의 연구를 통해 링컨의 삶을 재조명한 것인데. 한마디로 말해 링컨의 인종차별 철폐 공로에 거품이 많이 끼었다는 것이다.

어떤 거품이 끼었다는 말일까. 링컨은 1862년 백악관에서 해방된 흑인 청중들을 대상으로 “해방된 흑인들이 미국에서 영원히 살겠다고 하는 것은 ’이기적‘”이라고 말하며 “뭔가 희생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신들 고향과 기후가 비슷해 신체 조건에 걸맞은 중앙아메리카가 이주해 살기에 이상적인 지역일 것”이라고도 말했다고 하고.

이 책은 또한 링컨이 흑인 해방 한참 후에도 여전히 식민지 정책을 지지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링컨이 영국과의 비밀 외교를 통해 당시 영국이 지배하던 온두라스 지역에 흑인들의 식민지를 세우는 논의도 진행했다는 증거도 제시했다. 링컨이 예전에 알려진 것에 비해 더 강하게 미국 흑인들의 식민지 건립을 위해 노력했다는 주장이다. 흑인의 인권 신장을 위해 애썼다는 주장은 과장이었다는 이야기다.

사실 흑인의 인권에 대해 링컨이 진정성 있게 관심가진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도 있다. '변호사의 변호사'로 불린 링컨은 단 한 번도 흑인노예를 변호한 적이 없으며, 그 자신도 백인우월주의자였다는 이야기이다.

흑인 해방이 하나의 쟁점이 돼서 남북전쟁이 벌어진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링컨의 노예해방선언은 남북전쟁에서 대외적으로 북부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이며 전략적 선언이었다는 이야기이다. 링컨은 북쪽 사람이었지? 19세기 중반 미국에서 노예제가 중요한 문제가 된 것은, 그 제도 자체가 반인간적이고 시대착오적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당시 더 중요한 문제는 서쪽으로 확대되고 있는 영토를 둘러싼 남부와 북부의 대립과 갈등이었다.

식민지 시대부터 대규모 농장이 발달한 남부에서는 독립 이후에도 노예제를 유지하고 있었고, 이에 반해 북부는 상공업이 발전했기 때문에 노예제가 아니라 자유로운 임금 노동자가 필요한 곳이었다. 이런 와중에 남부는 북부와는 같이 연방 못하겠다며 독립할 뜻을 나타냈다. 결국 강력한 중앙정부를 지향하려던 링컨, ‘우리는 우리 식대로 산다’는 남쪽을 길들일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런 와중에 남쪽의 노예제도를 구실로 삼았다는 것이다. 노예제를 폐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연방을 구하기 위해 전쟁을 수행했다는 이야기이다.

링컨이 당시 <뉴욕 트리뷴>의 편집자인 호레이스 그릴리에게 보낸 편지도 있다. “이 투쟁, 즉 남북전쟁에서 나의 최대 목적은 연방을 구하는 것이지, 노예제를 구하거나 파괴하는 것이 아닙니다. 만일 노예를 해방시키지 않고 연방을 구할 수 있다면, 나는 그렇게 할 것입니다. 만일 일부는 해방시키고, 일부는 놓아두어도 연방을 구할 수 있다면, 나는 그렇게 할 것입니다.” 이런 내용이었다.

링컨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런 민주주의에 대한 애착만은 기념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질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10여년 전에 나온 ‘링컨의 진실’(원제:The Real Lincoln)이라는 책을 보면, ‘진짜 링컨’은 놀랍게도 그 반대였다는 것이다. 링컨은 연방 탈퇴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을 무시하는 한편 북부에 계엄령을 선포해, 자신을 비판하거나 전쟁을 반대한 언론인과 기업인, 시민 수천명을 영장없이 체포, 구금하기도 했다고 한다. 링컨 집권기간 동안 ‘미국의 바스티유’라고 불린 뉴욕 라파예트 요새에 1만3천명의 정치범이 구금됐다. 뭐든지 영웅시, 신화적인 묘사는 위험하다. 모든 역사적 평가는 ‘인간은 오류가 있다’를 전제하며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