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사람당 마신 커피량도 어마어마하다. 국민 1인당 312잔 마셨다고 한다. 따지고 보니 일요일 빼고 매일 한 잔씩을 마시는 셈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커피수입이 사상 최대를 기록해 총 11만7000톤, 4억2000만 달러가 수입됐다.

그렇다면 어떤 커피가 가장 많이 팔렸을까 하는. 스타벅스커피 코리아가 2010년 음료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카페 아메리카노가 1520만잔으로 가장 많이 팔렸다. 에스프레소를 뜨거운 물과 1:2정도의 비율로 희석해 마시는 아메리카노가 인기 있는 이유는 아라비카 원두 본연의 맛을 추구하는 국내 커피 문화의 영향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다른 커피보다 카페인이 적고 칼로리가 낮은 덕이 크다. 저렴하기도 하다.

그 뒤를 잇는 커피들이 달짝지근한 맛의 상징이다. 풍부한 스팀밀크와 우유거품으로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카페라떼 이게 1010만잔 팔렸고, 달고 맛있는 카라멜 마끼아또 457만잔, 휘핑크림과 초콜릿을 얹은 카페모카 220만잔이 팔렸다.

사실 단맛 커피의 황금비율이라는 게 있다. 커피 1스푼: 설탕 2스푼: 프림 1.5스푼 이게 황금비율이라는 설, 커피 설탕 프림 모두 2:2:2스푼이라는 주장, 커피와 설탕은 2스푼씩, 프림은 3스푼이라는 이야기. 분분하다. 저는 나름 커피 1스푼, 프림 2스푼, 설탕 3스푼이다. 한 잔 마시면 잠이 안 올 지경이다. 워낙 진해서.

한국인들에겐 아예 브랜드처럼 자리 잡은 ‘다방 커피’의 황금비율이 정석이라는 이야기도 많았다. 커피 2스푼에 설탕 2와 2분의1, 프림 2스푼 정도의 양이다.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단맛이 나지 않겠나? 그러나 이제는 커피믹스 맛이 다방커피 맛을 대신하고 있다. 사실 이 커피의 황금비율은 외환위기 이후에 주목받기 시작했다. 왜냐. 그 전에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커피 타는 게 여직원의 몫이었거든. 그러나 지금은 셀프가 매너이면서 상식이다. 게다가 간편하게 타먹는 커피믹스 상품이 쏟아져 나왔다. 궁금하지 않나? 커피믹스의 비율이? 가장 많이 팔리는 커피믹스 제조 회사의 관계자가 일러줬다고 한다. 커피 한 스푼, 크림 두 스푼, 설탕 1.4 스푼이라고 한다.

커피는 대표적인 외래 문물인데 우리 사회에 너무나 빨리 또 광범하게 정착한 것 같다. 자료를 뒤지다가 전북대 교수 강준만과 그의 제자 오두진이 쓴 책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라는 책을 발견했다. ‘지구상에 둘도 없는 한국인의 독특한 커피 문화’를 탐색한 책인데 커피라는 외래 차가 조선땅에 발 딛으면서 생긴 재밌는 일화들이 많다.

한국 최초로 커피를 입에 댄 사람은 서유견문을 쓴 유길준이다. 유길준은 '서양 사람들은 숭늉먹듯 마신다'라고 표현했다. 한편 아관파천 당시 일본군을 피해 러시아공사관으로 피신한 고종 황제, 당시 러시아 공사에게 커피를 대접받고 매료돼 커피 마니아가 됐다는 기록도 있다. 고종 황제를 제거하려던 한 러시아통역관이 독을 넣은 커피를 내놓았다가 들통이 난 일도 있었다. 당시 고종은 그렇게 위기를 면했지만 세자는 이미 한 모금 마셔버렸다. 토해냈지만 독성 때문에 치아를 18개 잃었다. 큰일 났던 것이다.

이게 일반화 대중화된 전기는 언제였을까. 1927년 한국 최초의 영화 감독이었던 이경손이 종로 관훈동에 문을 열었던 ‘카카듀’가 한국 사람이 경영한 최초의 다방이었다. 이 다방을 통해 커피가 본격적으로 민중의 음료로 자리잡게 됐다. 사랑방으로 문화공간으로 나아가 대화의 광장으로 자리잡은 다방, 그런데 1950년대 후반을 지나 1960년대 초반 커피는 외화를 축내는 공적으로 몰렸고 박정희 군사정권은 다방에서 커피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 다방은 전성시대를 다시 맞았고 ‘펄시스터즈’는 ‘커피 한잔’이란 노래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다. 대세를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똑같은 방식으로 내려도 날씨나 내리는 사람의 컨디션에 따라 늘 미묘하게 맛이 달라지는 게 커피인데 1927년의 커피맛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대중화된 커피, 이젠 서민의 음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가격은 결코 서민친화적이지 않다. 현재 유럽에서 커피 값은 에스프레소의 한 잔 가격은 1유로에서 1.5유로 정도다. 반면 서울의 커피전문점에서 대체로 가장 싸다는 아메리카노 한 잔의 가격은 3500∼4000 원이다. 카페라테만 돼도 4500 원 안팎이다. 프랑스보다 2, 3배 비싸다.

관세청이 최근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의 원두 수입원가가 123 원 정도라고 밝혔지? 폭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원두 수입원가의 30배 안팎이다. 한국에서 한 끼 밥값은 5000∼7000 원 정도다. 서구에서는 보통 밥값이 커피 값보다 10배 정도 비싸다. 한국에서 커피 값이 유독 비싼 것은 유통구조와 관련이 있다. 다방이 사라지면서 커피전문점이 아니면 커피를 마실 곳이 마땅치 않다. 담배 피우기도 편치 않은 세상, 작은 위안을 줄 수 있는 커피, 대통령 중점 관리 물가에는 포함돼 있긴 한데. 이 관리의 손길이 커피전문점까지 뻗치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워낙 비싸게 느껴진다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