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비통한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이 세상에서 2번째로 부자나라, 과학기술에서나 문화 수준에서도 결코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 일본이 이렇게 그냥 속수무책으로 당한 재앙입니다. 처처에 여인들의 비명소리가 들렸고 작은 아이조차 돌아갈 집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기적적으로 구조된 가족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가족만 살아있다면 집이 없어지고 평생 모은 재산이 다 쓸려가도 괜찮다며 오열했습니다.

폐허가 되어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삶의 터전을 바라보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젠 눈물조차 흘릴 기력을 잃어버렸고 부모를 잃은 아이, 자식 잃은 부모들의 가슴엔 이미 희망이라곤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황량한 가슴만 남았습니다. 딸의 생사를 모르는 아버지, 형과 누이를 잃은 소년이 불안에 떨며 울먹이지만 모두가 위로를 받아야 할 사람들일 뿐 위로할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습니다. 그렇게 풍성한 부자의 나라에서 이젠 아기에게 줄 분유조차 구할 수 없는 어머니는 아기에게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릴 뿐입니다. 지금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이 당하고 있는 처참한 고통의 현실입니다. 지진, 쓰나미가 몰고 온 불행의 현장입니다.

착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과거의 아픈 기억도 잊은 채 40년의 강압적 통치와 무자비한 무단 정치의 쓰린 과거를 접어두고, 아직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독도를 자기들의 것이라고 우기고 역사를 왜곡한 거짓된 역사를 자기 아이들에게 가르치려는 비뚤어진 양심에 대한 분노도 접어두고, 고통 받아 오열하는 일본을 위해 도와야 한다고 도와주자고 일어섰습니다. 고통 받는 이웃을 외면하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고, 과거의 구원(舊怨) 때문에 고통 속에 있는 이웃을 외면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돕자고 도와야 한다고 일어섰습니다. 징용으로 아버지를 잃었던 사람들도 더 이상 분노로 그들을 보지 않고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기고도 살가운 사과 한 번 듣지 못해 가슴시린 정신대 할머니들도 이젠 그들을 원수가 아니라 형제요 자매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사회 공동모금회는 물론 국내 종교 및 사회 여러 구호단체가 내 집 일인 양 일본을 돕자고 일어섰습니다. 여의도 조 목사님은 이제 일본이 사신 우상으로 무너진 영혼들이 다시 일어설 영적부흥의 기회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일본을 축복하셨습니다. 그래서 조만간 우리가 닦아주는 눈물을 거두고 일본이 다시 희망의 내일을 바라보며 일어서게 될 것입니다. 재앙은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불행 역시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에 어느 누구도 남의 불행에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위로가 필요하고 위로가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위로와 도움이 필요한 그 사람들이 바로 우리의 이웃이라고 하셨습니다.

이웃을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진이나 쓰나미가 아니어도 우리 주변에는 어렵고 힘든 그래서 가슴 아픈 사람들이 많습니다. 조금만 거들어 주면 일어설 수 있는데 그냥 그렇게 주저앉아 일어서지 못해 절망스러운 그런 이웃들이 있습니다. 가난은 나라도 구하지 못하고 스스로 일어서지 못하는 사람을 결코 남이 일으켜 세울 수 없지만 그래도 우린 아픈 이웃을 곁에 두고 우리만의 잔치에 흥을 돋울 수는 없습니다. 우리에게 당면한 어떤 바쁘고 중요한 일들도 이웃 사랑을 외면할 이유가 되지는 못합니다. 선한 마음과 신앙적 측은지심(惻隱之心)을 악용하여 이(利)를 취하는 못된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 때문에 우리의 착함이 제한되어서도 안 됩니다.

우리 신앙인의 중요한 덕목 중에 하나는 바로 구제(救濟)이고 우리 성도들은 누구나 한 두 곳 정도는 사랑의 현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열심히 일하고 애써서 벌어드린 것으로 나 혼자만 잘 먹고 잘 산다는 것은 너무 억울한 일입니다. 나의 부지런함과 나의 능력이 일정 부분 다른 사람의 유익을 위하여 쓰이는 축복을 받아야 합니다. 사순절입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주셨듯이 우리도 이웃을 위하여 뭔가를 주어야 하는 계절입니다. 믿음의 크기와 이웃사랑의 크기가 비례해야 합니다. 본래 신앙은 자기만을 위한 이기적인 차원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이제 일본을 이웃으로 보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의 아픔에 함께 하여 그들의 이웃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