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 도쿄전력 직원 180명, 자위대원 200명, 경찰 20여명이 투입됐다. 이들은 방사능 허용 피폭량 상한선을 250밀리시버트로 늘린 탓에 탈진하고 쓰러지는 동료를 보면서도 냉각수 호스를 들고 5~15분씩 교대로 원자로에 다가가 물을 뿌렸다.

250밀리시버트, 이게 어느 정도일까. 10밀리시버트는 보통 사람이 1년에 걸쳐 쬐어도 되는 방사선량의 10배나 되는 수치이다. 상상도 못할 수치이다. 물론 평범한 작업복을 입고 들어간 것은 아니다. 납 조끼 위에 '타이벡'이라는 전신 방호복까지 입었다. 하지만 소용없다. 얼마 뒤 백혈병이나 림프종, 혈액암, 갑상샘암을 앓을 위험이 크다. 이 가운데 3명이 피폭된 것으로 확인됐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는 복구작업에 참여한 사람 중 28명이 석 달 안에 숨졌다.

최후의 결사대, 영화 속에서 많이 등장한 캐릭터다. 1998년에 나온 영화 ‘아마겟돈’, 기억나는가. 텍사스 크기의 행성이 시속 2만2000마일의 속도로 지구를 향해 돌진하고 있는 상황. 미국 우주항공국 국장은 그 행성에 800피트의 구멍을 뚫어 그 속에 핵탄두를 폭발시켜 행성을 둘로 쪼개는 방법을 생각해 낸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유정 굴착 전문가에게 소행성의 중앙에까지 구멍을 뚫어 핵폭탄을 장착하고 귀환하라는 작전을 부탁한다.

그래서 특명을 받은 사람들, NASA에서 우주 비행을 위한 기초 훈련을 받고, 두 대의 우주 왕복선으로 소행성을 향한 위험한 항해를 시작한다. 천신만고 끝에 두 우주 왕복선이 소행성에 접근하지만 한 개호가 유성의 파편에 맞아 추락하게 된다.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굴착 작업을 완료하지만 핵폭탄의 무선 폭파 장치의 고장으로 누군가 한명이 남아 수동으로 핵탄두 폭발 버튼을 둘러야 하는 상황에 접한다. 이 사람은 인류를 위해 결국 산화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그때의 상황과 무엇이 다를까. 일각에서는 이 상황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가미카제 특공대과 대조하곤 한다. 대조이다. 비교란 비슷한 부분을, 대조는 차이점을 찾는 것이다. 가미카제는 전투기에 폭탄을 싣고 연합군 함대로 돌진해 함께 폭발하는 결사대이다.

그런데 전투기에는 충돌할 적함까지 갈 만큼의 연료만 넣었다. 그렇다. 되돌아올 수도 없게 했던 것이다. 군부는 천황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바친 '군신(軍神)'이라 치켜세웠지만 이들이 '천황 만세'를 외치며 출격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허구이다. 가미카제의 실상을 다룬 일본 영화 '당신을 위해 죽으러 갑니다'는 사실에 입각한 것이다.

▲ 1945년 4월 12일 일본 치란 특공기지에서 출격하는 가미카제 특공대의 하야부사 전투기 조종사에게 벚꽃가지를 흔드는 일본 여고생들. ⓒ위키미디어

누가 죽음을 원하겠나. 영화에 나온 출격을 앞둔 조종사들은 도살장에 끌려온 가축들의 모습이었다. 서 있을 수조차 없어 지상요원들이 전투기 안으로 밀어넣었고 자리에 주저앉아 소리내어 울기까지 했다. '지금은 새벽이다. 밤 3시. 아! 죽고 싶지 않다.' 출정을 눈앞에 둔 가미카제 특공대 하야시 다다오가 남긴 일기는 죽음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참담한 마음을 생생히 전한다. 그 어디에도 천황을 위한 산화의 결의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은 인류애적인 결단이 앞서는 듯 하다. 자원하는 이들이 많았으니 말이다. 정년퇴직을 몇 달 앞둔 59세 시마네현 원전 직원도 나섰다. 그는 담담히 집을 나서며 "인생에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부인은 마지막 모습이 될지 모르는 남편을 보내며 "후쿠시마 사람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고 했다. 세계 언론은 이들을 '최후의 결사대' '이름 없는 영웅들'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런데 이 결사대를 추겨세우고 '감동'의 눈물만 흘리기에는 너무나 불편한 진실이 많다고 한다. 프랑스 AFP통신 보도를 보니까,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작업요원들을 포함한 직원 전원의 철수를 정부에 요청했지만, 간 나오토 총리가 "불가능하다"면서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도쿄전력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방사능에 피폭된 채 일하다가 죽으라는 얘기나 마찬가지 아니냐"면서 정부의 냉정함에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고 한다.

게다가 원전에 투입된 이들이 저임금 근로자였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원전에 투입된 대부분의 직원들은 처자식이 없는 계약직 직원들로 불과 일당 1만엔 그러니까 약 12만 원을 받아온 사람들이라고 한다. 무능과 부패한 원전산업 정책으로 참사를 초래한 정부가 이들에게 '목숨까지 내놓으라"고 강요할 권리가 어디에 있는지 의문이 들고 있다는 것이다. 사고는 힘 있는 자들이 치고, 뒷수습은 없는 자들이 감당하고. 착잡하기 짝이 없는 영웅 환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