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교회의 분란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사태, ‘봉은사 땅 밟기’ 사건 등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일련의 상황은 ‘한국교회의 근본주의적 속성’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교회개혁실천연대가 ‘한국교회,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3월 31일 서울 100주년기념교회에서 연 강좌에서 배덕만 복음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대전 주사랑교회 목사)는 “한국 개신교 역사 120년 가운데 지금이 가장 심각한 위기”라고 운을 떼면서 “강남이 본격적으로 개발된 1980년대를 전후로 대형교회가 생기고 중산층·고학력층의 신자가 늘면서 세속권력, 재정의 힘이 커진 교회가 비판적인 힘을 잃고 약자가 아닌 가진 자를 대변하는 기관으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배덕만 교수는 또 “외형적으로 성장한 한국 교회는 현 정권이 집권하는 데 일조할 정도로 힘을 키웠지만 정부를 향한 비합리적인 압력, 금권선거·성 스캔들 등 내부 부패, 시대착오적인 신학적 해석 등으로 함량미달인 실체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쩌면 지금 한국 기독교는 역사의 정점을 찍었으며 스스로 환골탈태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 냉대받는 종교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배덕만 교수는 이어 “친일과 반공을 주된 이념으로 갖고 형성돼 객관적·합리적 사고를 하기 어려운 한국 교회는 자기 것을 지켜야 한다는 관념까지 갖게 됐고, 이것이 대형교회 목사들을 통해 비상식적이고 독선적인 발언들로 터져나온 것”이라고 지적하고는, “그동안 견제를 받지 않았던 한기총과 대형교회 등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필요하며, 대형교회를 지양하고 작지만 탄탄한 작은 교회를 추구하는 교회갱신운동이 확산돼야 한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한편 배덕만 교수는 “사실 한국교회의 아름다운 전통 중 하나는 성경을 하나님 말씀으로 존중하며, 신앙과 삶의 근원적 권위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 1960년대 대학생선교회들의 제자화 운동, 1980년대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오순절 성령운동과 사랑의교회 중심의 평신도운동 등 모두가 성경을 공부하는 모임에서 촉발됐으며 이는 한국교회가 잃어서는 안 될 소중한 유산”이라는 것이다.

배덕만 교수는 그러나, 한국교회는 이후 신학적 본질을 수호하는 정도를 넘어 근본주의적 전투적 배타성과 종교적 오만함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성경 자체를 지나치게 신성시해 학문적 탐구와 창조적 해석의 폭을 극도로 좁혀버린 것, 창조론과 진화론의 대립을 이유로 우주의 기원이나 자연 현상에 대한 과학적 해석을 인정하는 데도 소극적인 것, ‘자기 신앙의 확신’과 ‘타 종교에 대한 독선’을 구별하지 못하는 태도 등이 그 결과라는 것이다.

배덕만 교수는 또, 개인윤리에는 엄격하면서 사회윤리에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경향도 지적했다. 술 담배 낙태 동성애 등을 개인윤리 차원에서는 타협의 여지없이 반대하면서 산업적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아보고 기업과 정부를 감시하는 역할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