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본 동북부에서 일어난 대지진 참사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진으로 땅이 갈라지고, 건물이 무너지고, 화재가 발생하고, 열차가 탈선하고, 쓰나미가 몰려와서 자동차들과 어선들이 장난감처럼 떠다니고, 철도와 항만, 공항 등 사회의 인프라가 깨지고 무너지고,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 정말 지진이 무섭구나! 자연의 위력 앞에 인간의 문명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것인가!’를 절감하게 됩니다.

그동안 현대 과학문명이 창조주 하나님의 자리를 넘보는 방자함을 보여 왔습니다. 유전공학이 불치병에 걸린 사람을 치료하겠다는 처음 취지에서 벗어나 인간을 복제하겠다는 방자함을 보여 왔습니다. 피조물인 인간이 창조주 하나님의 영역을 침범하는 오만함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 농산물 유전자조작이 병충해를 이겨내겠다는 취지에서 벗어나 오히려 제삼세계 농민들을 수탈하고 생존을 위협하는 것으로 변질되었습니다.

오늘 이 시대의 바벨탑을 쌓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현대인들은 현대문명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유출 사건을 통해 하나님의 엄중하신 경고를 들어야 합니다. 하루속히 자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의 모습을 회복해야 합니다. 우리들도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고, 에너지 지향(指向)의 삶을 돌이켜야 합니다.

우리의 기름진 삶을 위해 가축들이 구제역에 걸리고,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소는 쉬지 않고 돌아갑니다. 편리하고 기름진 삶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고 희생시키는 현대문명의 흐름에 몸을 맡기지 말아야 합니다.

또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일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님을 절감하게 됩니다. 일본의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이 땅을 오염시켜서 농산물에서 방사능이 검출되었습니다. 강과 바다에 방사능이 흘러들어가 생선에서 방사능이 검출되었습니다. 전 세계가 일본 농수산물 수입금지 조처를 취하는 것을 보면서 세계가 유기적으로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이웃의 재난이 결코 강 건너 불구경할 남의 일이 아닙니다. 이웃나라에서 방출된 방사능이 결국 먹이사슬을 통해 우리의 입에 까지 들어오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독불장군처럼 혼자만 잘 먹고 잘 살 수 없는 세상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불어 살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한편, 일본을 돕자는 분위기가 전국적으로 일어나는 것도 놀라운 일입니다. 일제시대 정신대로 끌려 다니던 할머니가 일본대사관 앞에서 눈물을 흘리시면서 일본 돕기 모금함에 헌금하는 모습을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을 불쌍히 여기는 모습에서 한민족의 따스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한일관계가 좀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일본도 이웃나라를 괴롭히고 군림했던 과거를 빨리 회개하고 청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힘이 있다고 이웃민족을 괴롭히고 수탈하는 것을 절대로 용납하시지 않습니다.(나훔3:1-7) 반드시 그 죄를 물으십니다. 앗수르도 그러했고, 바벨론도 그러했고, 페르샤제국도 그러했습니다. 우리 주님의 재림의 날에 마지막 바벨론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입니다.(요한계시록19장) 일본이 이것을 하루속히 깨닫고,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또 일상(日常)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됩니다. 일상의 반복이 지루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특별한 은총임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어떤 놀랍고 신기한 사건이 일어나야 하나님의 은총 아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루하루 아무 일없이 지나는 것이 놀라운 하나님의 은총입니다. 아무 일없이 겨울을 지내고 만물이 생동하는 찬란한 봄을 맞이하는 것 자체가 놀라운 하나님의 은총임을 이번 사건을 통해 통감합니다. 마음 놓고 채소를 먹고, 마음 놓고 물을 마실 수 있는 것이 하나님의 큰 은총입니다.

돌아보면, 전쟁과 지진과 기근과 태풍과 염병이 하루도 그칠 날이 없는 세상입니다. 온갖 종류의 암(癌)들과 교통사고 등 난무하는 고통으로 무수한 사람들이 울부짖는 세상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아무 사고 없이 하루하루 지나는 것만으로도 하나님의 큰 은총임을 깨닫게 됩니다.

평온한 일상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더욱 겸손한 자세로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리고,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아무쪼록, 일본의 재난으로 사망하신 유족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하면서, 하루속히 재난지역이 복구되어서 이재민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기를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광양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