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교회의 여론은 한국교회를 대표한다고 자칭해 왔던 한국기독교연합회(이하 한기총)은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열기를 더하고 있다. 한기총이 한국교회를 대표하여 한국사회 앞에서 얼마나 제 구실을 못하고 추태만 보였으면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높이게 하고 있는가? 사실, 한국교회가 오늘처럼 한국사회 앞에 신뢰를 잃고 비난을 받은 적이 있을까 할 정도로 위상이 추락되어 있다. 과거에는 한국교회의 문제를 적당히 감싸주던 언론들도 한 두 사람의 성직자들의 비리나 교회의 비리를 지체 없이 폭로하고 있음으로 신실한 목회자들이나 교인들조차도 고개를 들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다.

한국교회가 이런 지경까지 이르게 된 책임의 중심에는 한기총이 자리 잡고 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아지는 법인데, 소위 한국교회의 대표기관이라는 한기총이 상상을 초월하는 거액을 뿌려가며 금권선거를 자행하고 있으니 한국교회가 도덕적으로 극심하게 오염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더욱이나 이러한 불법선거가 만천하에 구체적으로 폭로되었음에도 가슴을 치며 회개하는 모습은 고사하고 부끄러움조차 없이 일반 법정에까지 끌고 고소하는 철면피의 지도자들의 모습이 오늘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의 진면목이 아니겠는가?

한기총이 왜 이런 지경까지 전락하게 되었는가?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으나 몇 가지만 지적한다면
(1)존경 받는 지도자 중심의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기총의 시작은 1989년 한경직 목사 등 한국교회 안에 존경 받는 원로 등을 중심으로 창립되었다. 그리고 존경 받는 지도자들이 한기총을 이끌어 왔으나 언제부터인가, 소위 권력을 탐하는 정치꾼들이 불법금권선거 바람을 일으키면서 한기총을 장악하게 되었고, 해를 거듭할수록 수십억의 돈이 뿌려지는 무법천지에 이르게 됨으로 오늘의 꼬락서니로 전락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대형교회 위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한기총의 대표회장이 되려면 적어도 엄청난 재정을 휘두를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한기총의 재원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2009년 한기총의 본부 결산서에 따르면, 가입 교단 및 단체 회비는 본부 총 예산(12억9776만 원)의 44.1%인 5억7244만 원에 불과했다. 여기에 별도 항목(한기총 20주년 관련 행사 경비 등) 3억3632만 원을 예산에 포함하면 재정 구조는 더 취약해진다. 전체 예산 중 교단 및 단체 회비는 고작 28.5%에 불과하다. 나머지 부족한 재정은 대형교회가 메운다. 2010년을 보면,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가 1억1600만 원(2009년 4억3020만원, 2008년 3억1000만원)으로 가장 큰 재정 후원자이다.

그 다음으로 신일교회 이광선 목사(당시 대표회장) 9334만원,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5100만원, 할렐루야교회 김상복 목사 3000만 원, 수원중앙침례교회 고명진 목사 1000만 원 등이다. 그 외 돈 많은 장로들과 정치적 야심이 있는 목사들의 후원금으로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고 있다. 그런 관계로 자연적으로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대표회장 자리를 차지하게 되거나 거액을 대는 물주(物主)가 됨으로 한기총을 자기들의 이해득실에 따라 우지좌지 운영하는 것이 오늘 한기총의 현주소가 된 것이다. 그러므로 한기총이 한국교회 발전이나 갱신은 커녕 대형교회의 입김이나 기득권층의 대변자 역할만 함으로 악취의 온상지로 굳어갈 뿐인 것이다.

(3)신학이나 도덕적으로 선별되지 않은 지도자들의 모임이기 때문이다.
한기총 대표회장은 가입된 62개 교단에서 파송한 총대들에 의해서 선출된다. 가입된 교단은 대교단도 있지만, 교회수가 100개도 안 되는 교만만도 22개요, 교회수가 500개도 안 되는 교단만도 무려 45개나 된다. 다시 말하면 상당수의 총대가 군소교단에서 파송되었다는 사실이다.

대교단에서 파송된 총대들도 정치적인 경향이 강하여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은 분들이 적지 않은데 군소교단 출신 총대들 중에 신학이나 도덕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분들이 상당수이다.
심지어 신학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목사로 임직된 분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검증되지 않은 이런 지도자들이 이해득실에 따라서 파벌을 조성하고 후보자들에게 돈을 노골적으로 요구함으로 대표회장이 되려면 불법금권선거를 자행하지 않을 수 없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므로 이런 이합집산의 한기총에게 한국교회를 맡긴다는 것은 얼마나 위험한 일이겠는가?

그러기 때문에 암적인 기관인 한기총이 해체돼야 한다는 것이 주장이 옳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탐욕과 비리로 굳어진 지도자들의 모임인 한기총을 개혁할 길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라도 유일하게 한기총이 사는 길이 있다. 그것은 대표회장인 길자연 목사가 이번 사순절 기간에 십자가 아래서 스스로 깨어지는 것이다. 불법금권선거를 자행했음을 철저히 회개하고 사퇴하는 것이다. 너무나 자존심이 상하는 길이지만, 십자가에서 자기를 부인하고 철저히 깨질 때만 마침내 자신도 살고 한기총도 살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그러나 도무지 그럴 희망이 보이지 않으니 답답할 뿐이다. 기독교의 가장 기본적인 태도를 거부하고 빌라도처럼 자기 탐욕의 길을 계속 고집할 태세이니 한기총은 결국 깨어지거나 해체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한기총의 금권선거와 한국교회의 현실에 대해 “한국교회가 개신교 역사상 가장 타락했다”며 “한기총은 개혁이 불가능하기에 한기총은 해체돼야 한다.”고 했다. 손 교수는 “우선 어느 교단이 양심적인가 지켜보려고 한다”며 “제대로 된 교단이라면 한기총에서 탈퇴해야 한다. 그런 후 한기총에 스스로 해체하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한기총은 해체되어야 한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러한 길만이 한국교회가 한국사회 앞에 다시금 위상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이다. 4월 1일 오전 10시 서울 명동 청어람에서 열린 '한기총, 왜 해체해야 하는가' 토론회 석상에서 이동원 목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 이사장)는 인사말 하기를 "예수님께서는 어린아이 하나를 실족케 하면 손이나 발을 찍어 버리고 영생으로 가는 것이 낫다고 하셨다. 한기총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단체였으나 한국교회의 작은 자들을 부끄럽게 하는 곳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한기총으로 인해 통곡하고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부끄러워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 기관을 해체하는 것이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한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에 이런 자리가 마련된 것으로 안다. 이 자리는 (한국교회를 실족케 하는) 손과 발을 잘라 내는 자리가 될 것이다"고 했다.

이제 한국교회의 수족이나 다름없는 한기총을 해체하고 ‘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KNCC)'를 중심으로 새로운 연합사업을 시작되는 것이 총체 난국에 빠진 한국교회에 최선의 길임을 강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