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자연 총장 해임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칼빈대학교 이사회가 회의 절차상의 문제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연기됐다.

칼빈대 이사회는 4월 8일 이사 14인이 전원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 계획이었다. 이날 핵심 안건은 길자연 총장 해임안이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앞서 1월 실시된 칼빈대에 대한 종합감사를 통해 교원 채용 등 위법 사례 10여 건을 적발했으며, 지난달 31일 칼빈대 이사장에게 길자연 총장을 해임하라고 권고했다. 교과부는 또 이사장과 이사들에 대해 경고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이날 이사회는 논란을 거듭한 끝에 2시간여 만에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연기됐다. <조선일보>는 참석 이사들이 해임안을 신속하게 처리하자는 측과 개회 요건 미비 등 절차상의 문제 때문에 소집 자체가 무효라는 측으로 갈려 팽팽하게 맞섰다고 복수 관계자들 말을 인용해 전했다. 길자연 총장 해임안을 처리하려면 이사 정원의 3분의 2를 넘는 10인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길자연 총장에게는 사립학교법에 따라 교과부 해임 권고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기간이 한 달 주어진다. 별도 이의신청 없이 두 달을 넘길 경우 교과부가 법에 따라 조치를 취한다. 길자연 총장이 이의신청을 할 경우에는 교과부가 타당성 검토를 하게 된다. 검토 기간은 통상 45일~75일쯤이나, 사안에 따라 신속하게 처리될 수도 있다.

길자연 총장은 이사회가 연기된 뒤 취재진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뒷문으로 교회를 빠져나왔으나, 그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자와 맞닥들이고는 “소집 절차상 하자가 있어 결론을 못 냈다”고만 말한 뒤, 사설 경호원 및 마스크를 쓴 자기 교회 신도들에게 둘러싸여 떠났다. 이사회는 4월 18일 용인 칼빈대에서 다시 열린다.

길자연 총장은 서울 왕성교회 목사로, 지난 연말 개신교계 최대 교회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돈선거’ 논란과 회장 인준 절차에 대한 시비 끝에 소송에 휘말렸고, 지난달 28일 법원이 대표회장 직무 정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길 목사는 또 지난달 3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이명박 대통령 부부 등 참석자들이 무릎을 꿇고 기도하도록 유도해 논란을 일으켰다.

칼빈대는 경기도 용인에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교단 신학교로, 2007년 12월 길자연 목사는 제3대 총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