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여,

봄일세.
봄이 되면 온갖 꽃들이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나지.
그래서 봄이라고 하는 거야.
보지 못하던 것들을 다시 볼 수 있으니 봄이라 부르지.
물론 이건 내 생각.

봄에 보이는 꽃 중에 목련을 보면
나는 예수님이 생각나.

잎들조차 동조해주지 않아
앙상한 가지 끝에 홀로 뽀얀 꽃봉오리.
인내하고 인내하다 마침내 그 봉오리 탁 펼치며
새 세계를 보여줄 때 나는 예수님이 생각나.

마치 옥잔을 매달아 놓은 듯 수많은 꽃봉오리들,
그 깨끗한 빛깔로 가지에 매달려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는 그 모습을 볼 때
웬일일까, 나는 수많은 순교자들의 목이 생각나.
그래서 슬퍼.

마침내 하늘을 향해, 내려주시는 모든 것을
쓴잔이든 채찍이든 하늘이 주시는 것을
내 어찌 회피하겠느냐며 모든 문을 활짝 열어젖힌
그 모습을 보면 나는 예수님이, 예수님이 ...

결국 하나 두울 뚝 뚝
땅으로 떨어져
고결했던 것만큼 추한 빛깔로,
인내의 고통을 삭히다 삭히다
종내 겉으로 드러난 그 아픔의 빛깔을 보면 ...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그 고운 빛깔 잃고 밟히고 썩어가는
그 모습을 보면,
예수님, 아 예수님이 생각나.
고결한 분이 저렇게 추하도록
사람들에게 맞고 침 뱉음 당하고, 벌거벗기고 ....

그 고운 꽃잎들 나의 눈물과 함께 사라졌지만,
나는 알아.
내년 그 추운 겨울이 지나가면 또 다시 누가 뭐라 해도
내 눈 앞에 나타나는 분임을.

친구여,
목련을 통해 예수님을 배우자.
고결한 모습, 인내하는 모습, 추하게 버려지기 까지
순종하는 모습.
그에게 비로소 부활은 있을 것이네.

환한 목련이 다시 필 때까지
우리,
예수님을 닮아가기 위해 고결함 잃지 말고
인내하며 순종하며 끝까지 버텨
나에게서 예수님의 모습이 보이도록
우리, 올해는 그리 살아봄세.

<부산 YWCA 3,4월호에 게재된 시>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