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선교 비전트립, 23기 만남수련회의 대 장정(長征)은 한편의 드라마였습니다. 최인식장로님을 단장으로 구성된 32명의 선교봉사단은 지난 31일 정오에 3대의 자동차에 나누어 타고 인천공항으로 갔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간다는 들뜬 마음보다는 수련회를 성공적으로 마쳐야 한다는 사명감과 외국에서 처음 하는 만남수련회라는 책임감으로 인해 모두들 긴장되어 있었습니다. 만남수련회 준비물로 인하여 몇 번이나 화물체크를 받고 같은 종류의 여러 소품들 때문에 밀수꾼들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그런 불편함은 도리어 즐거움이 되었고 여행에서 얻는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가 되었습니다.

좁은 비행기 안에서의 지루한 여행이었지만 그것 역시 서로서로의 격려와 배려로 인해 즐거웠습니다. 우리는 인천공항을 떠나 11시간 30분 만에 세계적인 미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내렸지만 입국 수속과 세관검사, 그리고 다시 국내선을 갈아타야 하는 부담 때문에 미국이라는 것을 실감도 못하고 다시 올랜도 행 국내선에 탑승을 했고, 5시간을 날아가서 11시가 훨씬 넘은 밤중에서야 우리의 목적지인 올랜도 공항에 도착을 했습니다. 비행기가 30분이나 일찍 도착했음에도 이미 문재화 목사께서 우리에게 숙소를 재공하실 성도들을 대거 대동하고 넉넉한 웃음으로 우리를 맞아 주셨고 다시 1시간 30여분이나 자동차로 달려서 각자가 머무를 성도들의 집으로 가서 짐을 풀고 미국에서의 첫날밤을 보냈습니다.

물론 흩어져 성도들의 신세를 진 각 팀의 뒷이야기는 두고두고 우리의 즐거운 추억이 되었습니다. 이튿날 다시 문 목사께서 시무하시는 레이크랜드 한인교회로 모인 우리들은 현지에서 준비할 각 팀의 준비를 위해 현지답사팀과 물품구입팀으로 나누어 준비에 바빴고 저녁에 모인 지원자들의 첫 만남 역시 충만한 은혜로 한껏 기대를 갖게 했습니다. 늦은 밤까지 준비물을 확인하고 짐을 꾸려 차에 실었고 각자의 숙소로 돌아와서도 수련회 장소로 떠날 각자의 짐을 챙기느라 밤잠을 설쳤습니다. 미국에서의 두 번째 날은 새벽 6시에 문 목사 인도의 새벽기도회로 시작을 했고 교회가 준비한 아침식사를 마친 뒤 각자에게 배정된 자동차에 짐을 싣고 수련회장인 ‘크리스천 리트리트 센터’로 왔습니다.

정말 할 일이 태산 같았습니다. 어느 팀 하나 소홀한 팀이 없었습니다. 여독도 풀리지 않은 채 시차 관계로 매일 밤잠을 설친 우리는 가만히 앉아 있기에도 피곤하고 눈이 감겼지만 생소한 지역, 황량한 강의실, 전혀 준비가 안 된 공간, 거기다가 수련회 장소와 멀리 떨어져 있는 숙소, 수시로 바뀌는 지원자들의 명단, 충분치 못한 준비물과 환경, 그러면서도 시간은 자꾸 다가오고... 정말 무엇부터 손을 대고 무슨 준비부터 해야 할지, 몸은 피곤하고, 일거리는 많고, 정말 걱정이 태산 같았고 이러다가 수련회를 실패하지나 않을까하는 방정맞은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정말 모두들 열심히 했습니다. 눈물겨운 헌신으로 섬기는 봉사자들을 보면서 내가 이들의 목사라는 사실이 너무나 자랑스러웠고 한편 너무나도 안쓰러웠습니다.

그러나 몸을 아끼지 않고 헌신한 봉사자들의 수고를 통하여 황량한 강당이 아늑한 강의실로 변했고, 조용하고 거룩한 예배실로, 민들레꽃이 만발하는 간식실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피곤으로 지쳤어도 기도를 생략할 수 없다는 봉사팀장의 기도의 강행과 기도팀장의 신앙고백을 통하여 하나님이 시시때때로 우리를 깨우치고 좌우로 치우치지 않도록 용의주도하게 우리를 이끌고 계심을 깨닫게 했고, 수련회를 위한 최고의 준비는 기도하는 것이며 수련회의 성패는 우리의 노력이나 기능의 탁월함에 있지 않고 성령의 역사에 있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했습니다.

그러기에 남을 쉽게 믿지 않고 냉소적인 이민교회 교인들을 첫 시간부터 깨어지게 하고, 감동과 치유의 역사가 일어나고,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한 하나님과의 만남의 역사를 이룰 수 있게 했습니다. 계속하여 참가자의 명단이 바뀌고 몇 명이나 참석할지 현지 목사들도 짐작하지 못해서 불안했던 수련회에 계획보다 더 많은 58명이 참석하고, 참석한 이들 거의 모두가 충격적 변화를 받고, 특히 참석한 교회 담임목사님들에게 영적 자신감을 줄 수 있었고, 불안으로 시작했던 수련회가 기쁨으로 막을 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수련회는 우리의 헌신을 통하여 하나님의 승리를 이룬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한 것입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