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1일, 필자가 속한 서울노회에 참석하기 위해 무학교회에 참석했다. 이미 목회 일선에서 은퇴했기에 노회 공로목사의 자격으로 참석한 것이다. 노회의 대부분의 일정은 다른 노회 때와 별로 다를 바 없었다. 다만 개회예배 시 노회장인 최대준 목사의 설교가 가슴을 울려왔다.

“지금 한국교회는 총체적 위기에 처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얼마나 부끄러운 일들이 주님의 이름으로 일어나고 있고, 하나님의 교회에서 행해지고 있는지, 교회 안에는 물론 교회 밖에서도 창피하여 얼굴을 들 수 없을 만큼 기독교의 위신과 존엄성은 땅에 떨어진 상태입니다. 이런 때에 한국교회 장자교단의 장자 노회인 서울노회는 정신을 차리고 우리 노회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앞에서 자성하는 노회, 회개하는 노회, 개혁하는 노회로 서지 못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사명을 망각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게 됩니다.”

그 때부터 서울노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마침내 수백의 총대들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노회 정책위원회(위원장: 이수영 목사)의 보고가 시작되었다. 그 위원회의 청원사항은 너무나 충격적인 것이었다. ‘서울노회가 작금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사태를 비롯하여 교단장 금권선거 등 여러 가지 악습으로 인한 한국개신교의 위상추락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여 총회 총대를 파송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청원이었다.

노회법에는 봄 노회에서 9월에 개최되는 총회 총대(목사 28명, 장로 28명)를 선출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중심노회인 서울노회가 총대를 파송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정책위원회의 청원안에 대해서 오전과 오후 많은 시간동안 격렬한 논의가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평소 한국교회에 대해 많은 글을 썼고, 최근 한심하기 짝이 없는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작태에 대해서 분노심을 품고 있던 필자로서는 그 결정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필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것은 노회 안에 많은 후배목사들과 장로들이 아주 강경한 어조로 ‘한국교회는 이대로는 안 된다. 반드시 개혁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총대를 선출하여 총회에 참석한 후 개혁에 앞장 서야 한다는 주장과, 총대를 파송하지 않음으로 총회에 충격을 주어 개혁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 심지어 어느 목사는 ‘지금 한국교회는 위상이 땅에 떨어진 정도가 아니라 패대기쳐진 상태라면서 한국교회의 비상사태 시기라’는 표현까지 했다.

그러면서 작년에 부회장 선거와 이광선 목사의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에 앞장 섰던 우리 노회는 누구 탓을 하기 전에 우리 노회부터 회개하고 자성하는 의미에서 금년만은 총대 파송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결국 오랜 논의 끝에 이번 총회에 우리 노회는 총대를 파송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필자는 신선한 충격을 받으면서 ‘과연 서울노회는 희망이 있구나.’라는 감동을 받았다. 사실, 총회에 참석해서 개혁운동을 하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필자도 총대로서 거의 20년 이상을 참석해 보았지만, 마치 총회는 자기 몸을 주체하지 못하는 거대한 공룡 같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었다. 1,500명의 총대가 한 장소에 모여서 무슨 의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그 정도의 총대로 원숙한 회의를 진행하려면 각부서나 위원회 모임에서 모든 안건들을 충분히 논의한 후에 전체 회의에 제안하여야 한다. 그러나 부서회의는 몇 시간 동안 각부 임원과 실행위원들만 선출하고 제반 안건은 실행위원에 맡기고 끝나는 것이 총회 형편이다.

그리고 각부서나 위원회에서 다룬 안건은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키든지, 안건이 부실한 경우에는 다시 그 부서나 위원회에 되돌려 논의한 후 다시 보고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각부서나 위원회에서 상정된 안건을 전체 회의에 보고하면 다시금 오랜 시간 왈가왈부 논의하여 부결시키는 경우가 다반사이니 총회를 위한 개혁안이나 발전적인 안들이 통과한다는 것은 너무나 힘에 겨운 일인 것이다.

특별히 총회를 근본적으로 병들게 하고 있는 불법금권선거 문제에 대해서도 아무리 개혁적인 선거제도를 제안해도 선거철마다 대목을 보려는 브로커들이 총회를 장악하고 있음으로 번번이 시행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므로 부총회장 후보가 아무리 바르게 선거운동을 하려고 해도 대목을 노리는 브로커들의 농간이나 압박, 그리고 총회 참석 비용이 부족한 일부 지방노회들의 노골적인 부탁을 거절할 수 없다보니 선거개혁이 좀체 이루어지지 못하고 혼탁한 선거양상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심노회인 서울노회가 총대를 파송하지 않음으로 온 총회 총대들에게 큰 충격을 주는 것도 나름대로 경종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 한국교회가 강하게 자성하지 않고 지금의 추태를 계속하면 한국사회 앞에 패대기쳐지는 사태를 넘어서 소금처럼 밖에 버리워 짓밟히는 날이 올지 모르는 것이다. 한국교회 문제로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던 때에 개혁을 외치는 많은 젊은 후배 목사들이나 장로들의 발언과 서울노회에 귀한 결단으로 인해서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귀가하면서 하나님께 감사를 드릴 수 있었다.

 다음은 서울노회가 전국교회에 드리는 선언문 형식의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