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이지아와 톱가수 서태지가 오랜 기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다는 충격적인 소식까지 전해졌다. 이 소식은 서태지와 이지아가 왜 10년 넘게 사실혼 관계를 비밀에 부쳐왔는지, 그 이유에 대한 궁금증으로 옮아가고 있다. 

신비주의 마케팅이라고 말하기엔 이 소식을 접한 팬들의 충격이 적지 않은 듯 하다. 이전까지 가수들이 한 앨범으로 거의 1년 내내 팬들과 만났다면, 서태지는 오랜 음반 준비 기간 뒤 짧고 굵은 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유명했다. 재충전기에는 외부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철저히 신비주의 전략을 구사해 왔다. 당연히 이지아와의 결혼도 처음부터 숨겼다. 이지아 역시 생년월일부터 과거 경력까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쳤다. 최근 배우 정우성과의 연애를 인정한 터였다.

고대에는 결혼이 미덕이었고, 미혼은 차별의 대상이기까지 했던데. 격세지감이다. 프랑스 학자 장 클로드가 쓴 '독신의 수난사'를 보면, 고대 이스라엘에선 독신자를 인간 이하로 봤다. 로마시대 미혼자는 독신세를 내야했고 고위직 진출에도 불이익을 당했다. 현명한 황제로 통했던 아우구스투스 조차 "생명을 만들지 않는 건 살인과 같은 중죄"라는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 인구를 늘려 국가에 보탬이 되지 못하는 사람에겐 가혹한 책임을 물었던 것이다. 19세기 프랑스에서도 독신은 전쟁에 나갈 군인을 생산하지 않는 배은망덕한 집단이자 비웃음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싱글을 화려하게 묘사하는 지금 시대에는 가당치 않은 일들이다.

비밀 결혼, 사실 서태지 이지아 두 사람만의 사례는 아니다. 가수 이은미가 지난 1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재미교포 사업가와 남몰래 결혼식을 올린 사실을 결혼 이후 3개월이 지나서야 밝힌 사례가 있었다. 당시 이은미는 "상대가 공인이 아닌 일반인이다 보니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서로의 대한 배려와 조심스러움으로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배우 이영애는 지난 2009년 8월24일 미국에서 재미교포 정씨와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리고 이튿날 법무법인을 통해 결혼사실을 알렸다. 당시 이영애는 비밀결혼을 한 이유로 "가족들이 조촐하고 조용한 결혼식을 원하였기에 공개 발표를 하지 못하였음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란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해외스타들의 비밀결혼식도 빈번하다. 영화 '반지의 제왕' 올랜드 블룸은 연인 미란다 커와 지난해 7월 비밀 결혼식을 올린 사실이 알려져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또 스페인 출신의 할리우드 스타 페넬로페 크루즈와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의 비밀 결혼식도 지난해 7월 밝혀졌다. 홍콩스타 류더화(류덕화)와 주리첸 커플, 리밍(여명)과 러지얼 커플은 오랜 기간 공식 비밀결혼을 올린 사실을 오랫동안 부인해오다 뒤늦게야 공식인정했다. 청룽(성룡) 역시 오랜 기간 결혼한 사실을 숨겨왔다. 

스타들의 비밀결혼, 앞서도 짚었지만 대중의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러워서 그런 것 아니겠나. 이지아도 결혼 사실을 숨긴 점이 상대 즉 서태지가 워낙 알려진 사람이라 그랬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결혼 자체를 비밀리에 덮어둔 채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드러난 것은 어찌 봐야할까. 게다가 5억원의 위자료와 50억원의 재산분할 소송 과정에서 말이다. 두 사람의 불행한 인연이라고 단정 짓고 덮기엔 개운치 않은 뒷맛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연예인 사생활 지키기가 죄인가 하는 시각도 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태지와 이지아의 결혼, 이혼, 재산분할은 사적인 문제로 공적인 관심을 쏟을 소재가 아니다”라고 한마디했다. 조국 교수는 또 “이지아가 정우성을 사귈 때 이혼녀임을 밝힐 법적 의무는 없지만, 도의적 의무는 있다”며 “(이지아를)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정우성밖에 없고, 비난할지 여부 역시 정우성이 판단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화평론가 진중권 씨도 자신의 트위터에 “서태지와 이지아, 도덕적·윤리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며 “사생활을 공개할지 말지는 본인들 취향의 문제”라고 썼다. 

다른 한 쪽에서는 신비주의를 대중을 기만한 것으로 해석한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가 신비주의를 추구한 연예인과 연예인의 사생활을 속속들이 알고 싶어하는 대중 간의 충돌로 빚어진 만큼, 서태지나 이지아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도 서태지는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