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갔다가
하나님의 역사 섭리 속에
바벨론이 페르시아에 망하는 바람에
마침내
이스라엘로 돌아오는 무리들,
그 중에 학사 에스라가 지도자 되어
돌아오는 무리들이 있었다.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길,
사실 두려운 여정이었다.
그들에겐 자체 군대도 없었고,
보호해 주는 세속 권세도 없었다.
그야말로 무작정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순박한 무리들이었기에
여정 중에 떼강도를 만나거나
악한 민족을 만나면
모든 것을 빼앗기고, 목숨까지 위태로운
그런 위험한 여정이었다.

페르시아 왕은
어차피 선정을 베풀어
이스라엘로 조국으로 돌아가게 해 줄 바에는
그들을 지켜줄 군대를 붙여줄만 한데
왜 안 붙여주었을까?

이유가 있다.
에스라는 평상시 페르시아 왕에게
여호와 하나님은 자기들의 하나님으로
그 하나님께서 자기들을 보호하시고
지켜주신다고 나름대로 당당하게 말하곤 했다.
그런데 이제 막상 돌아가게 되자
차마 에스라는 왕에게 자기들을 보호해 줄
군대를 요청할 수가 없었다.
요청하고픈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평상시 자기가 한 말이 있기에,
자기들은 여호와 하나님을 철저하게 믿는다 했기에
인간적인 힘, 군대를 요청하기 부끄러웠다.
“이는 우리가 전에 왕에게 아뢰기를
우리 하나님의 손은
자기를 찾는 모든 자에게 선을 베푸시고
자기를 배반하는 모든 자에게는
권능과 진노를 내리신다 하였으므로
길에서 적군을 막고 우리를 도울 보병과 마병을
왕에게 구하기를 부끄러워하였음이라”(에스라8:22)

그러기에 에스라는 불안한 마음속에
모든 백성들에게 금식을 선포하며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구한다.
“그 때에 내가 아하와 강가에서
금식을 선포하고
우리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 겸비하여
우리와 우리 어린 아이와 모든 소유를 위하여
평탄한 길을 그에게 간구하였으니”(에스라8:21)

그 결과,
“첫째 달 초하루에 바벨론에서 길을 떠났고
하나님의 선한 손의 도우심을 입어
다섯째 달 초하루에 예루살렘에 이르니라.”(에스라7:9)
하나님의 선한 손의 도우심!

에스라는 얼마나 불안했을까?
조국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은
꿈같은 기쁨이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한 여정이 아니었다.
그래서 금식하고, 간구하며 길을 떠났는데
하나님의 선한 손의 도우심을 입어
평안히 예루살렘에 도착하였다.

내 심정이 그러하다.
가나안으로 돌아가는 길,
하나님의 선한 손의 도우심이 있어야
아무런 사고 없이 큰 기쁨 속에
도착할 것 같다.
새 성전의 공사는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아
여기저기 어수선하고
안전장치들이 미흡하여 사고의 위험이 있고,
그럼에도 우리는 이사를 가야만 하고
....

오늘 새벽,
비가 부슬부슬 내리며
날씨마저 겨울같이 차가울 때
새 성전으로 향하는 내 마음,
기쁨과 보람도 가득했지만,
에스라의 그 심정이 더욱 컸다.
모든 성도들의 새벽 발걸음을 지켜주소서.
특별히 어두운 성전 길,
익숙지 않은 새 성전의 어두운 길들,
넘어지지 않게 하시고
다치지 않게 하시고
부딪치지 않게 하시고,
....
에스라와 같은 초조한(?) 마음으로
새 성전을 향하는데
새 성전에 가까이 이르자
어두움 속에 여기 저기 사람들이 나타나
길을 안전하게 안내해 준다.
아, 고마운 손길들,
이게 하나님의 선한 손의 도우심이구나!

주님,
안전하게 모든 성전 공사가 끝나고
성도들이 예배드릴 때까지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키리에 엘레이존.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