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나무는 싹이 트지 않습니다. 아무리 봄이 되어도 촉촉이 봄비가 내리고 봄바람이 산허리를 휘감고 아지랑이가 잠든 생명들을 깨워도 죽은 나무에는 싹이 나지 않습니다. 비좁은 돌무더기 틈 사이에도, 딱딱하게 굳어 버린 길바닥에도, 메마른 돌짝밭에서도 싹은 트지만 그러나 죽은 나무에는 싹이 나지 않습니다. 산천에 지천으로 꽃이 피고 회색빛 들녘이 온통 푸름으로 짙어져 가도 죽은 나무는 싹이 나지 않고 싹을 내지 못하는 나무에는 꽃이 피지 못하고 꽃이 피지 못하는 나무는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부활절이라고 모두가 다 살아나는 것은 아닙니다. 사망권세가 정복되고 죽음의 세력이 죽었지만 그러나 아무나 다시 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골고다의 십자가의 능력, 무덤을 깨뜨린 생명의 새역사는 아무나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아닙니다. 종교라고 다 생명이 있고 믿는다고 다 구원을 얻는 것이 아닙니다. 진리는 아무나 길가에서 주워갈 수 있는 주인 없는 물건이 아닙니다. 죽음의 언덕을 넘어 찬란하게 밝아오는 부활의 소식을 두려움으로 들었던 사람들, 예수님의 부활 소식을 비보(悲報)로 받아들이고 천둥소리보다 더 크게 울려 퍼지는 부활소식조차 귀를 막고 입을 막는 사람들은 부활의 아침에도 아직 죽은 채로 남아있습니다. 죽으면 그만이고 절대로 다시 살 수 없다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이 찬란한 부활의 아침에도 아직 캄캄한 어둠 죽음의 음침한 골짜기에 머무를 수밖에 없습니다.

구원과 영생은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문이요 하나님께서 모두에게 선물로 주신 것이고 예수님은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십자가를 지셨지만 그러나 세상 어느 누구도 믿지 않고 구원을 얻을 수는 없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지 않고는 그 문에 들어갈 수 없고 그 선물을 받을 수 없습니다. 어느 종교에나 구원이 있고 어느 신을 찾아도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 다원주의(多元主義)는 말하기는 쉽고 듣기는 좋은 소리지만 진리는 아닙니다. 진리는 하나뿐이며 구원의 길도 하나입니다. 사람들은 종교를 ‘문화의 꽃’이라고 말하지만 사람을 영생하게 할 수 있는 문화는 없고 문화로는 인간을 구원할 없습니다. 문화가 삶을 질을 높일 수는 있어도 삶을 창조할 수는 없고 일시적인 삶의 윤택을 가져올지는 몰라도 영원한 삶을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도덕과 윤리는 세상의 질서이고 살아있는 존재에 질서를 더하게는 하지만 사람의 생명의 문제에 있어서는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습니다. 인간의 생명은 인간이 만든 기술로 조종될 수 있는 물질의 영역에 속한 것이 아닙니다.

부활절입니다. 십자가의 길을 함께 걸어온 우리가 생명의 길에 함께 참여하는 계절입니다. 주님은 인간의 죄 때문에 죽음의 언덕을 넘으셨지만 우리는 주님의 부활 때문에 생명의 새아침에 참여합니다. 이 세상 험하고 우리 비록 약하지만 우리 예수님의 십자가의 위대한 구원역사는 우리 모두를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하셨습니다. 죽은 나무에는 싹이 트지 않지만 살아있는 가지에는 새싹이 돋아납니다. 황량한 들판에 벌거벗은 앙상한 맨 몸으로 눈보라에 시달리고 찬바람에 힘겨워 메마른 가지로 시들었지만 그러나 이제 봄의 따스함과 흔들어 깨우는 생명이 봄소식에 기지개를 펴고 물이 오르고 새싹이 돋아나 싱싱한 푸른 잎으로 살아날 것이고 꽃이 피고 주렁주렁 탐스러운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생명의 능력입니다. 살아있는 생명의 힘입니다.

부활절은 살아있는 심령들이 찬란한 생명의 능력으로 세워지게 합니다. 더 이상 죽음이 우리를 협박할 수 없으며 더 이상 사망의 권세가 우리를 위협할 수 없습니다. 더 이상 죽음에 주눅들 필요가 없고 더 이상 죄가 왕노릇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 앞에 펼쳐진 다가오는 시간들과 우리에게 주어진 수많은 삶의 과제는 생명의 능력으로 헤쳐나가게 될 것입니다. 더 이상 삶이 짐이 아니며 수고하고 무거운 세상의 짐이 쉽고 가벼운 축복의 멍에가 될 것입니다. 더 이상 죄의 족쇄가 우리를 얽매이지 못할 것이며 더 이상 우리가 누릴 생명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 당당하게 서서 믿는 자들을 위해 펼쳐진 축복의 대로를 달려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찬란한 부활의 아침에 생명의 싹을 틔우고 잎이 돋아나 지천으로 꽃을 피워 탐스러운 열매를 주님께 드릴 풍성한 생명의 삶으로 세워지기를 기대합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