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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로와의 갈등, 해결할 수 있다 |
| 장기목회와 원만한 당회 운영, 첩경은 '자기 희생'과 '남에 대한 배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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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목회에서 당회 화합은 매우 중요하다. 당회장과 당회원은 부부와 같다고 볼 수 있다. 부부가 화목하면 온 가정이 화목하나, 불화하면 아무리 좋은 조건을 갖춘 가정일지라도 어두운 기운으로 가득 차게 되는 것이다. 목회를 해보면 당회가 평안하면 교회도 평안하고 당회가 시험이 들면 교회도 시험에 들게 된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왜 그런가? 장로교에서는 교회 정치력의 대부분이 당회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회는 직책 임명, 중요 정책 입안, 성례식 거행, 재판 등, 교회 정치를 거의 독점하고 있다. 심지어는 교회가 건축이나 주차장 확보를 위해 옆집을 매입하는 과정에서도, 그 주인이 교회가 산다는 것을 알면 높은 가격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당회가 비밀리 진행하기도 한다. 다만, 제직회는 재정권을 가지고 있는 데, 그나마 제직회의 각 부장도 거의 당회원들이 차지하고 있는 터라 사실상 재정권도 당회가 쥐고 있는 셈이 된다.
교인들이 교회 어른에게 순종적인 태도를 보이던 과거 풍토에서는, 당회가 교회 정치를 독점하는 것이 통했을지 모르지만, 현대에 와서는 상당한 비판을 받는 입장이 되었다. 민주적인 훈련을 받은 젊은 제직들로부터 당회가 독재한다는 것에 대해 노골적으로 비판을 받을 뿐 아니라, 어느 교회에서는 안수집사들이 당회에 대해 집단적으로 맞섬으로 분열의 위기를 맞기도 한다.
또한 어느 목회자는 정면으로 자기를 반대하는 당회원들에 대해 정면을 맞서서, 당회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는 안수집사들이나 제직들을 규합하여 대립하다가 결국 일부 교인들을 끌고 나가 새로운 교회를 설립하는 경우를 보기도 한다.
그러나 후배 동역자들이여, 당회가 교회정치를 독점하고 있는 형태가 지금의 민주 시대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모습을 보인다 할지라도 어쩌겠는가? 법이 개정되기 까지는 그 틀 안에서 교회 운영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우리 목회자들은 장로교의 정치의 원리가 당회 중심인 것을 인식하고 원만한 당회 운영에 힘써야 한다.
무엇보다도 당회 화합에 힘써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당회 화합을 이룰 것인가?
허물의 짐을 대신 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필자는 몇 년 전에 장신대에서 3년 동안「목회실습」강의를 맡은 적이 있었는데, 어느 날 신대원생들에게 “내가 장기목회를 할 수 있는 비결은 당회원들의 비밀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당연히 신학생들의 눈동자는 의아심과 호기심으로 가득 찰 수밖에 없었다. 한 교회에서 오래 목회 하다 보면, 상담이나 기도요청, 혹은 그 가정과 가까운 분들로부터 자연적으로 교우들 가정의 문제점을 훤히 알게 되는데 당회원들의 가정도 예외일 수가 없다. 더욱이나 교회 당회원들의 가정은 온 교우들의 관심 대상이기 때문에 그 가정의 문제점들을 숨길 수가 없는 것이다.
사실 가정마다 문제가 없는 집이 어디 있겠는가? 교인 사이에 얽힌 부채, 자녀들의 비신앙 문제, 부부 문제, 노부모 문제, 비윤리적인 문제 등등, 남에게 말 못할 사정들이 가정들마다 있기 마련이다. 인간은 누구나 그러한 문제점을 될수록 숨기고 싶어 한다. 특히 교회 지도급에 속한 분일수록 누가 알까 싶어서 항상 불안 가운데 전전긍긍하게 마련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목회자들이 반드시 명심할 것은, 언제나 그 가정들이 숨기고 싶어 하는 문제점들에 대해 눈감고 있는 것이요, 혹 그 분들이 찾아와서 아픔을 고백할지라도 끝까지 그 비밀을 지켜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는 누가 와서 그 분에 대해서 험담을 늘어놓거나 비판한다 할지라도 오히려 적극 옹호해주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 교회 어느 장로분의 부인은 노년에 이르러서 망령기가 나타나 쩍하면 밖으로 나갔다가는 길을 잃고는 했다. 어느 날인가, 전화벨이 울려서 받아보니, 상당히 떨어진 곳에 있는 파출소로부터 온 전화였다. 길을 잃은 노인이 있는데 이 전화번호만 알기 있기에 확인해 본다는 것이었다.
놀라운 것은 그 장로분의 부인이 자기 집의 번호는 모르는데 용케도 목사관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사 간지 오래지 않은 탓일 것이다. 부지런히 파출소를 찾아가서 노인을 집에까지 모셔다 드렸다. 그리고 교회에서는 누구에게도 그 말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누가 그 가정에 대해 험담을 할 때라도 적극 변호해 주었다. 그 사실을 그 장로분이 알고 너무나 고마워하는 것은 물론이고, 평소 필자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태도를 바꾸어 목회 업무에 적극 돕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후에 필자의 허물이 들어 났을 때에도 오히려 그 분이 열심히 옹호해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원만한 부부는, 때로 자기들 사이에는 심한 말다툼을 하는 경우는 있어도 자녀들 앞에서나 다른 이들 앞에서 결코 상대방의 허물을 들어내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 부인은 자녀들 앞에서 남편의 흉을 함부로 말하거나 공박한다. 그러면 자녀들이 자기를 더 높이어 줄 것 같은가? 아니다. 결국 자기 얼굴에 침 뱉기는 꼴일 뿐이다. 오히려 현명한 부인이라면 자녀들이 아버지를 향해 불만을 터트릴 때 적극 옹호하면서 자녀들을 야단을 칠 것이다. 그 때에 자기도 옹호 받는 결과가 되지 않겠는가?
어느 목회자는 당회원들의 문제점을 노회나 총회, 혹은 노회원 수련회에 참가하여 다른 교회 총대들에게 발설하는 경우를 본다. 결국 그러한 말은 사실보다 상당히 부풀려서 그 당사자의 귀에 들어가게 마련인데 얼마나 불쾌하겠는가? 결국 그 목회자와 그 당회원 간에 갈등을 빚게 되고 그것이 교회의 분란의 불씨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오히려 지혜로운 목회자라면 누가 자기 교회 당회원의 허물을 들추어내려고 할 때 적극 변호할 것이다. 그러면 그 말도 부풀려서 당사자에 들어감으로 자기 목회자에게 대해서 깊은 존경심을 품을 것이 아니겠는가? 더 나가서는 어느 당회원이 교인들이나 제직들 앞에서 비판의 대상이 될 때 그 목회자가 적극 변호해 준다면 그 목회자에 대한 존경심을 더 깊어갈 것이다.
섬기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당회 화합의 또 하나의 방법은 섬김이다.
직책상으로 담임목사나 당회장이지, 무슨 높은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언제나 명심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를 섬기는 자가 되고(마20:26)"라 강조하셨고 그런 삶을 본으로 보여 주셨다.
필자는 이러한 섬김의 원리를 홍익교회에 부임하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되었다. 35세 나이에 부임하였을 때 장로 두 분은 20년 연상으로, 아버지와 비슷한 연배 분들이었다. 그러므로 예의 상 어려움이 많았다. 어느 가정에 심방에 갔을 때, 주인은 필자를 아랫목에 앉히려 하고 음식도 제일 먼저 필자 앞에 놓는 것이었다.
그 때마다 필자는 사양하고 장로 두 분에게 아랫목과 음식을 먼저 드렸다. 물론 그 분들이 적극 만류했지만, 필자의 입장에서는 아버지벌이 되는 분들 앞에서 어른 대접을 받는 것이 너무나 불편했기에 그런 겸양을 나타낸 것에 불과함에도 교인들의 입장에서는 예의가 바르다는 좋은 평이 돌았다.
그런데다가 초창기는 당회실이 없어 사택 방에서 모이어 의논하다 보니 아내를 통해서 장로 분들이 자주 음식을 대접받는 입장이 되므로 자연적으로 당회 화합이 원만하게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런 대접에 부담을 느낀 탓인지, 아니면 침체 일로를 걷던 교회에 젊은 목회자가 부임하여 열심을 다하다 보니 교인수와 헌금액이 급격히 증가하게 된 탓인지, 연말에 사례금을 거의 세배나 높이 책정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지금 교회가 쓸 비용이 얼마나 많은데 사례금을 이처럼 턱없이 올리느냐?'고 적극 막음으로, 장로 분들은 사례금을 올리자 하고, 목회자는 깎자는 했다는 좋은 소문이 인근 교회에까지 퍼지게 되기도 했다.
그러나 필자는 아무리 아들벌이 되는 목회자일지라도 목회자의 성역(聖域)인 예배나 설교, 성례나 영적 권위 등에는 끝까지 고수했다. 조금만 예배나 설교에 대해 간섭이 느껴지면 침묵하거나 표정이 바뀌는 모습을 보임으로 더 이상 언급하지 못하게 했다. 다시 말하면, 사적으로는 한없이 섬김의 모습을 보였으나, 공적으로는 영적 지도자로서의 자리를 지켰다고 말할 수 있다.
한편 생각하면, 섬기는 자가 섬김을 받는다는 원리를 초년 목회에서 배울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크신 은혜가 아닐 수 없는 것이요, 이처럼 초창기에 목사와 장로가 서로 섬기는 모습이 당회의 전통이 됨으로 후에 많은 분들이 장로로 임직 되었을지라도 선배 장로들의 자세를 이어 감으로 필자가 장기 목회 할 수 여건이 된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러한 맥락에서 담임목사 재임 당시 당회장실을 따로 두지 않고 있다. 18분의 장로 분들과 당회실을 함께 사용했다. 물론, 3부로 드리는 예배 중간에 휴식을 취하면서 다음 예배를 준비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다소 불편한 것은 사실이나, 20년 이상 익숙한 습관 때문인지 큰 불편을 느끼지 않고 있다. 오히려 다소 불편은 있으나 많은 이점이 따른다고 부언하고 싶다.
사실, 어쩌다 모여진 엄청난 서적들 때문에 서너 평의 방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그러나 당회원들과 주일날 서너 시간만 공유한 후에 일주일 내내 12평의 넓은 방을 마음대로 혼자 쓰고 있으니 얼마나 유익한가? 또한 교회와 목회자들에 대해 비판의식이 강한 젊은 제직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으니 일거양득이 아니겠는가?
당회장실을 따로 두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게 된 것은 잘 아는 목사의 체험담 때문이었다. 그 목사의 교회는 대부분의 교회처럼 당회실을 거쳐서 당회장실로 들어가게 되어 있는데 당회원들이 자기들끼리는 마음대로 떠들고 농담하다가도 자기만 들어가면 갑자기 대화가 중단되고 정색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들리는 이야기로는 자기들끼리 모여서 담임목사에 대한 불만을 터트릴 때가 많지만, 누구 하나 변호하는 자가 없다는 것입니다. 비로 그 당회실이 교회 불만의 진원지가 되었다는 말을 듣고 난 탓인지, 후에 우리 교회가 크게 증축한 후에 당회장실을 따로 두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책을 핑계로 함께 쓰기를 고집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당회원들과 함께 한 방을 쓰는 유익이 적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주일날 그 방에서 당회원들과 함께 있다 보면 농담을 나누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필자와 상의하거나 보고하면서 쉽게 친교할 수 있음으로 당회 화합에 큰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당회실이 따로 있어 장로 분들만 모여 있을 때에 담임목사에 대한 오해나 교회 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하다 보면 엉뚱한 문제로 야기할 수도 있게 되는데, 필자가 함께 있으므로 교회의 문제에 대해 그 즉시 해명할 수 있는 것이요, 언제라도 급한 문제가 있으면 즉시 의논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여하튼 장기목회 하려면 섬기는 자가 섬김을 받는 원리를 언제나 명심해야 한다. 그러나 섬김의 삶은 희생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자기의 모든 것을 희생하지 않고는 섬기기 위해 무릎을 조아릴 수도 없고 남의 허물의 발을 씻어 줄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섬기기 위해 많은 희생이 따르지만, 거기에서 그리스도의 향기가 강하게 풍겨나는 것이요. 그 향기가 교인들에게 설교 이상의 큰 감동을 준다는 것을 목회에서 체험하게 된다.
끝으로 '아름다운 사람 한경직'이라는 책에 게재된 이우근 판사의 글을 소개하면서 마치고자 한다.
“그는 참 바보처럼 살다 가셨습니다. 가장 좋은 옷을 입고 가장 멋진 자동차를 탈 수 있었는데도, 그는 바보처럼 좋은 옷 대신에 소매가 닳아빠진 옷을 입었고 멋진 차 대신에 버스를 타거나 남의 차를 빌려 타곤 했습니다. 가장 안락한 아파트에 살 수 있는데도, 바보같이 그것을 마다하고, ‘월세 방에 사는 교인들이 얼마나 많은데’하면서 산꼭대기 20평짜리 국민주택에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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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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