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불빛 규제에 있어 종교시설 특히 교회 십자가는 예외여서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에는 이만의 환경부 장관이 한 토론회에서 빛 공해 문제를 언급하며 “밤하늘에 교회 십자가만 가득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이만의 장관이 처음 한 말은 아니다. 세계적 건축가 아론 탄 씨가 얼마전 <중앙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서울의 야경은 십자가뿐”이라고 탄식했다. 이를 두고 보수 개신교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보수 교단은 ‘십자가를 끄는 것은 교회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김운태 총무는 “한국교회의 존재감을 무력화하는 발상으로 절대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국민일보>가 보도했다.

물론 개신교계 모두가 다 이런 견해는 아니다. 진보적 개신교단체로 통하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교회가 심야에 십자가를 소등하는 자발적 에너지 절약 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점은 다소 다른 듯 하지만 한기총처럼 심야 십자가 불빛이 뭔가 개신교의 영험한 상징처럼 인식하지는 않는다 하겠다.

사실 교회 십자가 불빛이 많은 민원을 야기한다. <한겨레> 보도를 보면, 개포동에 거주하는 한 시민 이야기가 나온다. 한밤중에도 거실과 안방 창문으로 교회 불빛이 쏟아져 들어왔다고 한다. 참다 못해 구청에 민원을 냈다. 그러자 구청은 “아직까지 교회 십자가 조명을 규제할 법규가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 현행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서 교회 십자가는 기념물, 상징물로 보아 옥외광고물로 규정할 수 없다는 행정안전부의 유권해석이 있었던 것이다.

결국 개포동 거주 시민은 결국 구청에서 발길을 돌려 직접 교회 쪽에 조명을 떼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타인에 대한 사랑을 강조하는 종교인들이 이웃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고 화려한 조명을 통해 십자가만 밝히려고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정확한 규모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이 시민 같은 피해를 겪고 있는 이들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도 “교회 십자가 조명 때문에 집을 팔았다”, “집 앞 교회가 색깔이 계속 바뀌는 엘이디 조명을 십자가에 설치해 거실에 앉기만 하면 짜증이 난다”는 글이 있다.

어떻게 해서 이런 결론이 나오게 됐을까.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7월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이 개정될 때, 종교시설에 설치된 조명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2008년 7월9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확인해보니, 옥상간판의 허가범위를 규정한 19조1항에 ‘종교시설에서 비점멸 전기를 사용해 설치하는 종교 시설물’이라는 문구가 새로 추가됐다. 조명이 깜박이지만 않는다면 교회 십자가를 비롯한 종교시설의 상징물에 조명을 설치하는 것은 합법화된 것이다. 따라서 교회가 밤새 십자가와 첨탑의 불을 밝히더라도 규제할 근거가 사라졌다.

아무리 봐도 십자가 불빛이 허용된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 종교단체의 로비 또는 입김이 작용했던 것일까. <한겨레>와 인터뷰한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 당시 개신교 단체들의 압박이 상당했던 것으로 안다”며 “법적으로 십자가 조명은 물론 교회 광고물을 전면 허용한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 경우 논란이 예상돼 당시 해당 조항에 대해서는 재개정 이유조차 거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러다보니 서울시는 지난해 7월 ‘빛공해 방지 및 도시조명관리 조례’를 제정했지만 교회 조명을 규제 대상에 포함하지 못했다.

사회의 소금과 빛이 돼야 할 종교계가 이런 점은 양보를 해야 하지 않나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길이 2m짜리 네온십자가의 경우 시간당 전력소비량은 1.5㎾라고 한다. 하루에 8∼10시간을 켜놓을 경우 한 달에 최소 300㎾의 전기를 쓰는 셈이다. 4인 가족의 한 달 전력소비량과 맞먹는 것이다. 통계청 최신 자료로는 전국에 있는 교회가 52,905개라고 한다. 모든 교회가 다 네온십자가를 달고 밤새 켜놓는다면 한 달에 1500만kw가 훌쩍 넘는다. 교회의 존재감 때문이라고 하는데. 네온십자가가 생기기 이전에는 교회가 존재감이 없었다는 이야기일까. 교회가 뜻을 모아 에너지 절약에 동참한다면 교회의 존재감이 더 커지지 않을까 하는 목소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