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이 다 되기까지는
꽃을 보지 않기로 했다.
여기 저기 꽃망울 터지는
소리 요란한데도
나는 모른 체
귀 막고 코 막고 눈 감고 ...
그리 살았다.

새 성전으로 이사를 가며
그 마음은 더욱 절실했다.
여기저기 도사린
위험스러운 것들.
행여나 아이들이 다치면
혹시나 노인들이 넘어지면
......
주님의 도우심은 너무 절실했다.

그러기에 더욱
눈 감고 귀 막고 ...
입당예배 드릴 때까지
나에게
꽃도, 봄도, ...
없었다.
결코 글도, 시도 쓰지 않으리.

그 결과,
지치고 지쳐, 여전히 한 겨울.

그러다보니 한 마디 한 마디가
얼어붙은 비수가 되어
매일 나를 찌른다.
맘이 아프고, 영혼이 아프고...
한 마디씩 던지는 것들이
왜 그리 아픈지
평상시 나답지 않게 받아들이기 넘 벅차다.
눈만 뜨면 차오르는 마음,
웬만하면 따라주지 ....
주의 종 의지 꺾는 것이
그리 즐거울까 ...
대단한 것도 아닌데 그냥 따라주지 ...

아하, 내가
마음병이 드는 모양이다.
어쩔꼬 ...

그러던 지난주일
밥 같이 먹다 말고 문득
날 보고 복사꽃 보러 오란다.
그 때가 짧으니
이때를 놓치면 못 본단다.
그래서 그냥 길을 나섰다.

봄 산,
가을 산만 이쁜지 알았는데
봄 산은,
가을 산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이뻤다.
가을 산은 저무는 아름다움인데
봄 산은 올라오는 아름다움이었다.
그토록 이쁜 생명의 빛깔들...

차디 찬 내 마음의 한 겨울 속으로
여기 저기 길이 나며
졸졸졸졸
봄의 시냇물이
쭈욱 올라오는 것 같다.
그야말로 물이 오르기 시작했다.
여전히 맘이 불편함에도
생명의 세력은
그 얼어붙은 내 마음의 동토를 뚫고
생명 길을 내기 시작했다.

그래,
위로를 받지 못했는데
주님께서 위로 하고 계셨다.
장로님을 통해
주님께서 나를 위로하고 계셨다.
맘이 너무 아파
말도 못하고 찢기고 있었는데
주님의 위로가 봄바람을 타고
내게 찾아들었다.

꽃,
그리고 봄 산,
살랑대는 봄의 바람결.
흔들리는 시성(詩性)
.....
아, 글을 써야겠다.
다시금 긁적거려야겠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