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하 18:1-8

[삼하] 18:1 이에 다윗이 그와 함께 한 백성을 찾아가서 천부장과 백부장을 그들 위에 세우고
[삼하] 18:2 다윗이 그의 백성을 내보낼새 삼분의 일은 요압의 휘하에, 삼분의 일은 스루야의 아들 요압의 동생 아비새의 휘하에 넘기고 삼분의 일은 가드 사람 잇대의 휘하에 넘기고 왕이 백성에게 이르되 나도 반드시 너희와 함께 나가리라 하니
[삼하] 18:3 백성들이 이르되 왕은 나가지 마소서 우리가 도망할지라도 그들은 우리에게 마음을 쓰지 아니할 터이요 우리가 절반이나 죽을지라도 우리에게 마음을 쓰지 아니할 터이라 왕은 우리 만 명보다 중하시오니 왕은 성읍에 계시다가 우리를 도우심이 좋으니이다 하니라
[삼하] 18:4 왕이 그들에게 이르되 너희가 좋게 여기는 대로 내가 행하리라 하고 문 곁에 왕이 서매 모든 백성이 백 명씩 천 명씩 대를 지어 나가는지라
[삼하] 18:5 왕이 요압과 아비새와 잇대에게 명령하여 이르되 나를 위하여 젊은 압살롬을 너그러이 대우하라 하니 왕이 압살롬을 위하여 모든 군지휘관에게 명령할 때에 백성들이 다 들으니라
[삼하] 18:6 이에 백성이 이스라엘을 치러 들로 나가서 에브라임 수풀에서 싸우더니
[삼하] 18:7 거기서 이스라엘 백성이 다윗의 부하들에게 패하매 그 날 그 곳에서 전사자가 많아 이만 명에 이르렀고
[삼하] 18:8 그 땅에서 사면으로 퍼져 싸웠으므로 그 날에 수풀에서 죽은 자가 칼에 죽은 자보다 많았더라







1. 작년부터 우리 사회에 뜨고 있는 어느 소설에 실린 내용입니다. 어느 엄마가 자기의 첫째 애를 추억하는 대목입니다.

“너는 내가 낳은 첫 애 아니냐. 니가 나한티 처음 해 보게 한 것이 어디 이뿐이간? 너의 모든 게 나한티는 새 세상인디. 너는 내게 뭐든 처음 해보게 했잖어. 배가 그리 부른 것도 처음이었구, 젖도 처음 물려봤구. 너를 낳았을 때 내 나이가 꼭 지금 너였다. 눈도 안 뜨고 땀에 젖은 붉은 네 얼굴을 첨 봤을 적에 ... 넘들은 첫 애 낳구선 다들 놀랍구 기뻤다던디 난 슬펐던 것 같어. 이 갓난애를 내가 낳았나 ... 이제 어째야 하나... 고단할 때면 방으로 들어가서 누워있는 니 작은 발가락을 펼쳐보곤 했어. 발가락도 맨져보고. 그러구 나면 힘이 나곤 했어. 신발을 처음 신길 때 정말 신바람이 났었다. 니가 아장아장 걸어서 나한티 올 땐 어찌나 웃음이 터지는지 금은보화를 내 앞에 쏟아놔도 그같이 웃진 않았을게다. 학교 보낼 때는 또 어땠게? 네 이름표를 손수건이랑 함께 니 가슴에 달아주는데 왜 내가 의젓해지는 기분이었는지....”

이 소설 제목이 뭘까요? 신경숙 씨의 ‘엄마를 부탁해’입니다. 엄마를 잃어버리고 나서야 그 엄마의 존재가 얼마나 컸던가를 깨달으며 가족의 소중함을 각인시키는 소설입니다.


2. 그런데 오늘 성경 본문엔 ‘엄마를 부탁해’가 아니라 ‘아들을 부탁해’가 나옵니다. 이스라엘 군대가 전쟁 하러 나가는 모양새인데, 다윗은 출병하는 자기 군대에 이런 부탁을 합니다. “왕이 요압과 아비새와 잇대에게 명령하여 이르되 나를 위하여 젊은 압살롬을 너그러이 대우하라 하니 왕이 압살롬을 위하여 모든 군 지휘관에게 명령할 때에 백성들이 다 들으니라”(삼하18:5)

젊은 압살롬! 전후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이 말만 듣고선 아마도 젊은 압살롬이 다윗의 군대와 함께 처음으로 전투에 참여 하는 모양이다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니 다윗이 젊은 압살롬을 잘 부탁한다고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실상은? 젊은 압살롬은 이제 다윗의 군대가 싸워야 하는 적군의 수장입니다.

다윗과 압살롬!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입니다. 다윗은 많은 아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 압살롬을 무척 사랑하였습니다. 압살롬은 외모도 잘 생겼고, 모든 것이 다른 아들들 보다 출중했습니다. 그런데 이 아들이 너무 잘난 나머지 간신배들의 충동에 아버지를 반역하고 말았습니다. 쿠데타를 일으켜 다윗을 궁에서 쫓아내고, 간사한 참모들의 꾐에 빠져 아들로서는 행할 수 없는 죄, 아버지의 후궁들과 동침하는 죄를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태연히 범했으며, 도망가는 아버지 다윗을 죽이겠다고 계속 뒤를 쫓아갔습니다.

아들에게 쫓겨 도망가는 아버지의 마음, 자기를 죽이려고 하는 아들을 둔 아버지의 마음, 어떠했을까요? 살아 있다는 것이 저주스럽고, 비참하고, 기가 막히고, 분노가 치밀었을 것입니다. 끔찍이 사랑하던 아들의 배신이었기에 더욱 그 분노도 컸을 것입니다. 다윗은 신발도 신지 못하고 울면서 울면서 예루살렘 성을 떠났다고 성경은 그 장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압살롬과 마지막 결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출병하는 자기 군사들에게, 다윗이 뭐라 했다구요? “나를 위하여 젊은 압살롬을 너그러이 대우하라.” ‘젊은 압살롬’이란 뜻은 어리다는 뜻이 아니라 철이 없어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자기를 죽이겠다고 반란을 일으킨 그 아들을 향해, 철이 없어서 그렇다고 잘 대해달라고 자기 부하들에게 신신당부하는 아버지 다윗. 어떻게 되었을까요?

오늘 본문 끝 부분에 그들이 ‘에브라임 수풀’에서 싸웠다고 하는데, 그 수풀에서 싸우는 중, 말을 타고 가던 압살롬은 그의 긴 머리카락이 나무 가지에 걸려, 큰 상수리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리게 되었습니다. 이를 보고 다윗의 군사들이 ‘기회이다’싶어 죽이긴 죽여야 하는데, 다윗의 신신당부한 말이 생각나서 주저주저 하자, 군대장관인 요압이 가차 없이 창으로 압살롬의 심장을 찔러 죽였습니다.

한편, 초조히 전투의 결과를 기다리던 다윗, 그에게 전령이 2명이나 달려왔습니다. 감사하게도 그 소식은 승전보였습니다. 얼마나 기뻤을까요? 막판까지 몰렸다가 극적으로 회생했으니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시편(詩篇)에 다윗이 쓴 시들을 살펴보면 그는 위기에서 언제나 하나님께 기도하기를 “원수를 물리쳐 주십시오. 나의 힘은 오직 여호와 하나님 뿐 입니다”합니다.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을 부끄럽게 만든 이 원수, 어디 잠이 오겠습니까? 분해서 잠도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원수가 패하고 자신의 군대가 승리하였습니다. 잃어버렸던 예루살렘 성을 다시 찾게 되었으니 얼마나 감사합니까! 할렐루야! 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찬양을 불렀을 것입니다.

그런데 성경에 나타난 다윗의 모습은 그러지 아니합니다. 그는 승전보를 전하는 전령들에게 기뻐하기보다 이것을 묻습니다. “젊은 압살롬은 잘 있느냐?” 승리의 소식보다도 아들 압살롬의 안부가 걱정되었습니다. 그래서 두 전령에게 모두 묻습니다. “젊은 압살롬은 잘 있느냐?”

자기를 죽이려던 원수 압살롬의 안부를 묻는 다윗! 그것도 왕위를 차지하려고 하던 장정(壯丁)인 아들을 “젊은 압살롬”, 철이 없어서, 잘 몰라서 그랬다고 변명하려는 듯 근심 어린 마음으로 묻는 아버지!

그러자 전령이 이르기를 “할렐루야! 왕의 대적자인 압살롬은 죽었습니다! 왕을 대적하는 자들은 모두 압살롬 같이 되기를 바랍니다.”하고 승전보를 전했습니다. 그들은 얼마나 시원했을까요? 아버지를 죽이려고 하던 천하의 패륜아가 죽었는데 그 얼마나 시원하겠습니까? 그 놈 잘 죽었다, 이름처럼 압살 당하여 죽을 놈! 하며 천하가 다 그의 죽음을 시원해 하는데, 정작 그 피해자였던 다윗, 그는 어떤 반응을 보입니까? 18장 마지막 절입니다.

“왕의 마음이 심히 아파 문 위층으로 올라가서 우니라. 그가 올라 갈 때에 말하기를 내 아들 압살롬아 내 아들, 내 아들 압살롬아 차라리 내가 너를 대신하여 죽었다면, 압살롬 내 아들아 내 아들아 하였더라.”(33)

말도 되지 않는 모습입니다. 말도 안 되는 통곡입니다. 아니, 자신이 대신하여 죽었다면 하는 것이 말이 됩니까? 그럼에도 그는 웁니다. 통곡합니다. “내 아들 압살롬아, 내 아들 압살롬아!”

왜 이렇게까지 다윗이 뜻밖의 반응을 보입니까?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아들이기에! 아무리 못된 놈이라도, 그 놈은 자신의 아들이기에!

아버지의 마음은 이렇습니다. 아무리 아들이 못되게 굴었어도,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은 한이 없습니다. 세상 사람들에겐 빈틈이 없어도, 자기 아들에겐 어수룩한 것이 아버지의 마음입니다. 겉으론 엄하고 냉정해 보여도 뒤 돌아서서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이 아버지의 마음입니다. 이 아버지의 마음을 자식이 제대로 다 알 수 있을까요?


3. 그러기에 하나님께서는 십계명에서 인간이 인간을 향해 지켜야 할 으뜸 계명으로 이렇게 명하셨습니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 이것이 인간으론 기본이란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계명을 모르는 그리스도인은 없습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이 말씀을 오해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이 명령엔 자식에게 잘 해주는 부모만 공경하란 뜻이 없습니다! 늘 자식을 이해해 주고, 편히 해주는 따스하고 자상한 부모만 공경하란 뜻이 없습니다! 자식에게 원 없이 공부시켜 주고, 방 한 칸이라도 남겨 주는 부모만 공경하란 뜻이 없습니다! 늘 자식의 눈치를 살피며 해야 할 말 안해야 할 말 가려 가며 말하는 눈치 있는 부모만 공경하란 뜻이 없습니다! 언제나 군소리 없이 집이나 잘 지켜 주고 아이들 잘 봐주는 부모만 공경하란 뜻이 없습니다!

게다가 이 말은 아이들에게 한 말이 아닙니다. 애당초 하나님께서 율법을 주실 때는 아이들, 청년들에게 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장성한 어른들에게 주신 명령입니다. 시내 산에서 모세를 통하여 율법을 주실 때 거기에 모인 사람들은 어른들뿐이었습니다. 아이는 없었습니다. 그러기에 이 십계명은 어른에게 향한 것입니다. 이것은 철저하게, 장성하여 아이를 키우는 어른들에게 주신 명령입니다. 애꿎게 아이들에게만 이것을 강요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이 말엔 사회에서 성공하고, 부자가 된 자녀만 그렇게 하라는 것이 없습니다! 현재의 형편이 어떠하든지 간에 자녀라면 누구나 마땅히 그렇게 하란 것입니다. 생활비를 드릴 수 있는 처지든 없는 처지든, 명예를 드릴 수 있는 이든 없는 이든 상관이 없습니다. 자녀이면 누구나 다 해당되는 말씀입니다.

종종 우리는 부모 공경에 조건과 상황, 기분.... 등등 여러 제한을 두려고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선 그런 것들은 애당초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자녀라면 마땅한 도리가 부모 공경이란 것입니다. 그 부모가 좋은 부모이든 나쁜 부모이든, 속을 썩이든 편안케 해주든, 부유하든 거지이든 상관없이 부모이기에 자녀는 공경하란 것입니다. 이 말씀에 순종하는 이에게 복이 있습니다. “네가 땅에서 잘되고 장수하리라!”

옛날 어느 집에서 어린 손주를 데리고 자던 시아버지가 실수하여 어린아이가 이불 밑에 깔려 죽게 되었습니다. 며느리는 이 사실을 시아버지가 알면 속상해 할까 봐 얼른 죽은 아이를 업고 남편에게 달려갔습니다. 남편은 이야기를 듣고는 오히려 할아버지의 마음을 상해 주는 불효자식이라고 하며 죽은 아이의 뺨을 철썩 철썩 때렸습니다. 그랬더니 놀랍게 그 죽었던 아이가 되살아났다고 합니다. 그 일로 인해 그 동네를 무슨 동네라고 했다구요? 효자동(孝子洞)이라고 하였습니다.(전설 따라 삼천리 ...) 난 우리 교회가 효자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옛날 중국에는 오형(五刑)이라 해서 5가지 형벌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몸에 죄인이란 문신을 새기는 형벌, 둘째는 코를 베는 형벌, 셋째는 발뒤꿈치를 베어 불구자로 만드는 형벌, 넷째는 성기를 자르는 형벌, 그리곤 목을 베는 사형 등 5가지 형벌이 있었습니다.

동양의 성현인 공자는 이 5가지 형벌에 처할 죄가 3천 가지라고 했는데, 그 중에 제일 큰 죄가 뭔지 아십니까? 그것은 부모에게 불효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부모님을 공경하지 않으면 이렇게 죄인 문신을 새기고, 코를 베 버리고, 발뒤꿈치를 베 버리고, 성기를 자르고, 심지어 사형을 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오늘날에 여전히 이런 형벌을 가한다면 코 없는 사람, 절뚝거리는 사람, .... 아마도 길가에 쫘악 깔렸을 것입니다. 효도하며 삽시다. 동양의 성현이 그렇게 위협했다고 해서 효도할 것이 아니라, 우리 하나님의 절대 명령이기에 우리는 효도해야 합니다.

어느 어머니가 아들에게 쓴 편지가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더라구요. 조금 길지만 한 번 읽어드리겠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에게

아들아 / 결혼할 때 부모 모시자는 여자 / 택하지 말아라 / 너는 엄마랑 살고 싶겠지만 / 엄마는 이제 너를 벗어나 / 엄마가 아닌 / 인간으로 살고 싶단다 // 엄마한테 효도하는 며느리를 원하지 말아라 / 네 효도는 / 너 잘사는 걸로 족하거늘.. / 네 아내가 / 엄마 흉을 보거든 / 네 속상한 거 / 충분히 이해한다 // 그러나 그걸 엄마한테 / 옮기지 말아라 / 엄마도 사람인데 / 알고 기분 좋겠느냐 / 모르는 게 약이란 걸 / 백번 곱씹고 / 엄마한테 옮기지 말아라.

아들아 / 내 사랑하는 아들아 / 나는 널 배고 낳고 키우느라 / 평생을 바쳤거늘 / 널 위해선 당장 죽어도 / 서운한 게 없겠거늘... / 네 아내는 그렇지 않다는 걸 / 조금은 이해 하거라 / 너도 네 장모를 위해서 / 네 엄마만큼 아니지 않겠니

아들아 / 혹시 어미가 가난하고 약해지거든 / 조금은 보태주거라 / 널 위해 평생 바친 / 엄마이지 않느냐 / 그것은 아들의 도리가 아니라 / 사람의 도리가 아니겠느냐 / 독거노인을 위해 / 봉사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 어미가 가난하고 약해지는데 / 자식인 네가 / 돌보지 않는다면 / 어미는 얼마나 서럽겠느냐 / 널 위해 / 희생했다 생각지는 않지만 / 내가 자식을 / 잘못 키웠다는 자책은 들지 않겠니?

아들아 / 명절이나 어미 애비 생일은 / 좀 챙겨주면 안 되겠니? / 네 생일 여태까지 / 한 번도 잊은 적 없이 / 그 날 되면 / 배 아파 낳은 그대로 / 그 때 그 느낌 그대로 / 꿈엔들 잊은 적 없는데 / 네 아내에게 떠밀지 말고 / 네가 챙겨주면 안 되겠니? / 받고 싶은 / 욕심이 아니라 / 잊혀지고 싶지 않은 / 어미의 욕심이란다

아들아, 내 사랑하는 아들아 / 이름만 불러도 눈물 아렷한 아들아 / 네 아내가 이 어미에게 효도하길 바란다면 / 네가 먼저 네 장모에게 잘하려므나 / 네가 고른 아내라면 / 너의 고마움을 알고 / 내게도 잘하지 않겠니? / 난 내 아들의 안목을 믿는다.

딸랑이 흔들면 / 까르르 웃던 / 내 아들아 / 가슴에 / 속속들이 스며드는 / 내 아들아 // 그런데 네 여동생 / 그 애도 언젠가 시집을 가겠지 / 그러면 네 아내와 같은 / 위치가 되지 않겠니? / 항상 네 아내를 / 네 여동생과 비교해보거라. / 네 여동생이 힘들면 / 네 아내도 힘든 거란다.

내 아들아 / 내 피눈물 같은 내 아들아 / 내 행복이 네 행복이 아니라 / 네 행복이 내 행복이거늘 / 혹여 나 때문에 너희 가정에 해가 되거든 / 나를 잊어다오 / 그건 에미의 모정이란다 // 너를 위해 / 목숨도 아깝지 않은 어미인데 / 너의 행복을 위해 / 무엇인들 아깝지 않으리 / 물론 서운하겠지 / 힘들겠지 / 그러나 죽음보다 힘들랴

그러나 아들아 / 네가 가정을 이룬 후 / 에미 애비를 / 이용하지는 말아다오 / 평생 / 너희 행복을 위해 바쳐 온 / 부모다. // 이제는 에미 애비가 / 좀 편안히 살아도 되지 않겠니? / 너희 힘든 건 / 너희들이 알아서 살아다오 / 늙은 어미 애비 / 이제 좀 쉬면서 / 삶을 마감하게 해다오. // 너의 에미 애비도 / 부족하게 살면서 / 힘들게 산 인생이다. / 그러니 너희 힘든 거 / 너희들이 헤쳐가 다오. // 다소 늙은 어미 애비가 / 너희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 그건 살아오면서 / 미처 따라가지 못한 / 삶의 시간이란 걸 / 너희도 좀 이해해다오. // 우리도 여태 / 너희들 이해하기 위해 / 노력하지 않았니 / 너희도 우리를 조금 / 조금은 이해하기 위해 / 노력하면 안 되겠니? // 잔소리 가치관 / 너희들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 / 한 귀로 듣고 / 한 귀로 흘리렴. / 우린 그걸 모른단다. / 모르는 게 약이란다.

아들아 / 우리가 원하는 건 / 너희의 행복이란다. / 그러나 너희도 / 늙은 어미 아비의 행복을 / 침해하지 말아다오. / 손자 길러달라는 말 / 하지 말아라 / 너 보다 / 더 귀하고 이쁜 손자지만 / 매일 보고 싶은 / 손주들이지만 / 늙어가는 나는 / 내 인생도 중요하더구나. / 강요하거나 / 은근히 말하지 말아라. // 날 나쁜 시에미로 / 몰지 말아라. / 내가 널 온전히 길러 / 목숨마저 아깝지 않듯이 / 너도 네 자식 온전히 길러 / 사랑을 느끼거라.

아들아 / 사랑한다 / 목숨보다 더 사랑한다 / 그러나 / 목숨을 바치지 않을 정도에서는 / 내 인생도 중요하구나.”


4. 이렇게 말하는 어머니, 아마도 모처럼 큰 용기 내어 말하는 것일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위선적이고 거짓말 잘하는 이들이 부모입니다. 배고파도 안고프다 하시고, 가고 싶어도 아니다 집에 있을란다 하시고, 먹고파도 아니다 너희들이나 많이 먹어라 하시고, 입고 싶어도 아니다 ... 보고 싶으면서도 아니다 바쁜데 뭘... 하십니다.

오늘은 어버이 주일입니다. 자신을 죽이겠다는 천하에 못된 아들을 징계하러 나가는 군대에게 도리어 그 아들이 철이 없어서 그런 것이니 잘 대해 달라고 아들을 부탁하는 아버지, 그리곤 마침내 그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그 아들을 생각하며 흐느껴 우는 아버지, “내 아들 압살롬아, 내 아들, 내 아들 압살롬아...”

이러한 부모님의 마음에 못을 박는 자녀들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생존해 계시는 여러분의 부모님이 여러분을 통해 행복해지시기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