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엘하 18:24~33 때에 다윗이 두 문 사이에 앉아 있더라 파수꾼이 성 문 위층에 올라가서 눈을 들어 보니 어떤 사람이 홀로 달려오는지라 파수꾼이 외쳐 왕께 아뢰매 왕이 이르되 그가 만일 혼자면 그의 입에 소식이 있으리라 할 때에 그가 점점 가까이 오니라 파수꾼이 본즉 한 사람이 또 달려오는지라 파수꾼이 문지기에게 외쳐 이르되 보라 한 사람이 또 혼자 달려온다 하니 왕이 이르되 그도 소식을 가져오느니라 파수꾼이 이르되 내가 보기에는 앞선 사람의 달음질이 사독의 아들 아히마아스의 달음질과 같으니이다 하니 왕이 이르되 그는 좋은 사람이니 좋은 소식을 가져오느니라 하니라 아히마아스가 외쳐 왕께 아뢰되 평강하옵소서 하고 왕 앞에서 얼굴을 땅에 대고 절하며 이르되 왕의 하나님 여호와를 찬양하리로소이다 그의 손을 들어 내 주 왕을 대적하는 자들을 넘겨 주셨나이다 하니 왕이 이르되 젊은 압살롬은 잘 있느냐 하니라 아히마아스가 대답하되 요압이 왕의 종 나를 보낼 때에 크게 소동하는 것을 보았사오나 무슨 일인지 알지 못하였나이다 하니 왕이 이르되 물러나 거기 서 있으라 하매 물러나서 서 있더라 구스 사람이 이르러 말하되 내 주 왕께 아뢸 소식이 있나이다 여호와께서 오늘 왕을 대적하던 모든 원수를 갚으셨나이다 하니 왕이 구스 사람에게 묻되 젊은 압살롬은 잘 있느냐 구스 사람이 대답하되 내 주 왕의 원수와 일어나서 왕을 대적하는 자들은 다 그 청년과 같이 되기를 원하나이다 하니 왕의 마음이 심히 아파 문 위층으로 올라가서 우니라 그가 올라갈 때에 말하기를 내 아들 압살롬아 내 아들 내 아들 압살롬아 차라리 내가 너를 대신하여 죽었더면, 압살롬 내 아들아 내 아들아 하였더라

1.

어느 아버지가 직장에서 퇴근하고 집에 들어왔습니다. 인기척을 내는 데도, 애들이 꼼작도 안합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화가 나서 그랬습니다. “너희들은 아버지가 들어왔는데 인사도 안 해?” 그러자 아들이 빤히 쳐다보며 그러더랍니다. "먼저 본 사람이 인사하면 안돼요?"

영국문화협회가 영어를 쓰지 않는 102개 나라, 4만여 명에게 ‘가장 아름다운 영어 단어’를 고르라고 했더니, 1위가 ‘Mother’(어머니)였습니다. 그럼 ‘Father’(아버지)는 어떠했을까요? 70위에도 끼지 못했답니다. 아버지가 그만큼 현대인들에게 인기가 없습니다.

이런 아버지의 인기도가 얼마나 하락했는지 아십니까? 미국에는 정자은행이 있는데, 이 정자 은행에 독신여성들이 “특별한 남자(A few good man)를 찾느니 특별한 정자(A few good sperm)를 고르겠다.”고 북적거린답니다. 왜? 결혼하지 않고 유전적으로 우수한 아이를 낳아 기르겠다는 것입니다. 즉 아버지는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아버지의 인기가 이 정도로 하락하였습니다.

어느 글에 보니, 한 시인이 아버지를 멸치로 비유했더라고요. 아내가 맛있게 멸치 국을 끓이는데, 팔팔 끓은 다음에 멸치 국에서 멸치를 끄집어내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왜 버리느냐 했더니 ‘국물을 다 낸 멸치는 버려야지요. 볼썽도 없고 맛도 없어요’라고 합니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이 바로 멸치 같은 존재라고 느껴졌답니다. 멸치가 국속에서 푸욱 삶아지며 국물 맛을 내고나면 그 다음엔 볼썽사납다고 끝장인 것 같이, 아버지 존재도 집안에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2.

그럼에도 성경은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칭합니다. 하나님 아버지! 우리가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하나님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창 3장에 보면, 독특한 장면이 나옵니다. 창 3장은 아담과 하와의 범죄 장면입니다. 하나님을 배신하고 죄를 범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끝끝내 회개하지 않고 변명만 일삼고, 책임과 죄를 상대방에게 전가시키는 아담과 하와에게 결국 하나님께서는 에덴동산 추방령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21절에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과 그의 아내를 위하여 가죽옷을 지어 입히시니라”

아담과 하와를 향해 진노하시며 ‘나가!’라고 명하시어 쫓아내시며 그 부부에게 하나님께서 친히 가죽옷을 지어 입히셨답니다. 쫓겨 가는 아담과 하와, 그들이 걸친 것이라고는 커다란 무화나 나무 잎이 전부입니다. 초라하기 짝이 없습니다. 죄 짓기 전에, 에덴동산에서 살 때는 모든 것이 아름답고 풍족했는데 범죄하고 쫓겨나며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자기가 잘못했으니 하소연 할 데도 없습니다.

무서운 얼굴, 엄한 소리, 두려운 호통에 결국 초라하고 처량하게 쫓겨나가는 부부! 그들을 보고, 하나님께선 ‘잠간만!’하고는 친히 짐승을 잡아 그 가죽을 벗겨 옷을 해 입히십니다. 죄를 지을 때는 괘씸했는데, 막상 초라하게 쫓겨나가는 모습이 너무 맘에 아픕니다. 그래서 차마 그렇게 보낼 수가 없습니다.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입니다. 잘못했기에 무섭게 호통 치고, 징벌하는데, 그게 본심이 아닙니다. 그 무서운 얼굴이 본래 그 분의 모습이 아닙니다. 그 분의 마음은 아프기 짝이 없습니다. 호통 치는 아버지, 큰 소리 치는 아버지, 왜 아버지는 큰소리치십니까?

아니, 요즘엔 큰소리치는 아버지는 별로 없습니다. 도리어 아버지는 말이 없어집니다. 우리 집에서 제일 잘 삐지는 이가 누구인줄 아십니까? 바로 납니다. 왕삐짐입니다. 그런데 왜 삐질까요? 삐지지 않고 말 하면, 시시비비를 가리고, 따지면 큰소리 날 수 밖에 없기에, 차라리 내가 삐지고 말자 하여 입을 다물고 혼자 방에 들어갑니다. 그게 아버지입니다.

아버지는 겉으로 드러난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아버지는 속으로 웁니다. 아버지가 여러분을 서운하게 하던가요? 아버지가 여러분을 아프게 하던가요? 용기 없는 아버지, 솔직하지 못한 아버지를 이해하십시오.

구약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 아버지의 모습이 이러하다면, 신약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 아버지의 모습은 다음과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친히 가르쳐 주신 하나님 아버지의 모습입니다. 누가복음 15장, 집 나간 아들을 기다리는 아버지!

괘씸한 아들입니다. 자신이 멀쩡하게 살아있음에도 둘째 녀석이 당돌하게 유산을 미리 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자기 몫을 주었더니 홀랑 다 팔아 거액을 챙겨 성공하겠다고 집을 나갔습니다.

그 후부터 이 아버지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대문 밖을 쳐다봅니다. 매일 매일 저 동구 밖을 내다봅니다. 왜? 그 놈의 아들, 성공해서 돌아오지 않아도 그냥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좋다는 것입니다. 그러더니 아니나 다를 까, 어느 날 저 멀리서 거지 한 명이 비척대며 나타나자, 대뜸 ‘내 아들이다!’하고는 달려 나갑니다. 그리곤 실제로 거지가 되어 돌아온 이 탕자, 둘째를 껴안고 잔치를 벌입니다.

아버지는 자기 아들을 포기하지 않은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하나님 아버지는 바로 이런 아버지입니다. 내 비록 만신창이 죄인이 되어도 돌아오기를 기다리시는 아버지, 그 분이 나의 하나님 아버지이시란 것입니다.

유명한 영화 ‘닥터 지바고’의 마지막 장면에 장군과 타냐의 대화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넌 왜 아버지와 헤어지게 됐니?” 타냐는 뜻밖의 질문에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때는 전쟁 중이었어요. 거리는 온통 불바다였고요. 저를 보호해줄 상황이 아니었어요.” 장군이 다시 묻습니다. “아버지와 헤어진 진짜 이유가 뭐야?” 타냐는 가슴속에 묻어둔 말을 꺼내놓았습니다. “사실은요 … 아버지가 제 손을 놓아버렸어요.” 그러자 장군이 말합니다. “그렇구나. 그런데 사실은 그 사람은 네 아버지가 아니란다. 아버지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식의 손을 놓지 않는 법이지. 너의 친아버지는 닥터 지바고란다.”

하나님 아버지, 우리 아버지, 결코 우리 손을 놓지 않습니다. 우리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자기 자녀를 결코 포기하는 법이 없습니다. ‘나가!’ 큰소리치지만 그의 마음은 ‘들어와!’입니다. 오늘 성경 본문도 그걸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3.

다윗과 압살롬!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입니다. 압살롬은 외모도 잘 생겼고, 모든 면에서 다른 아들들 보다 출중했습니다. 그런데 이아들이 너무 잘난 나머지 간신배들의 충동에 아버지를 반역하고 말았습니다. 자신을 위하는 아버지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이렇게 잘난 아들을 소홀히 대한다고,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서운하게 한다고, 제 맘 몰라준다고. 그저 아버지가 못해 준 것만 생각하고 분한 마음에 배신을 합니다.

쿠데타를 일으켜 아버지 다윗을 궁에서 쫓아내고, 간사한 참모들의 꾐에 빠져 아들로써 행할 수 없는 죄, 아버지의 후궁들과 동침하는 죄를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태연히 범했으며, 도망가는 아버지 다윗을 죽이겠다고 계속 뒤를 쫓아갔습니다.

아들에게 쫓겨 도망가는 아버지의 마음, 자기를 죽이려고 하는 아들을 둔 아버지의 마음, 어떠했을까요? 살아 있다는 것이 저주스럽고, 비참하고, 기가 막히고, 분노가 치밀었을 것입니다. 끔찍이 사랑하던 아들의 배신이었기에 더욱 그 분노도 컸을 것입니다.

이제 압살롬과 마지막 결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군사들이 나가서 압살롬과 싸우고 있고, 다윗은 초조히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오늘 본문의 시작입니다.

소식을 기다리던 다윗에게 전령이 2명이나 달려왔습니다. 감사하게도 그 소식은 승전보였습니다. 얼마나 기뻤을까요? 막판까지 몰렸다가 극적으로 회생했으니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시편(詩篇)에 다윗이 쓴 시들을 살펴보면 그는 위기에서 언제나 하나님께 “원수를 물리쳐 주십시오. 나의 힘은 오직 여호와 하나님뿐입니다”라고 기도합니다.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을 부끄럽게 만든 이 원수, 어디 잠이 오겠습니까? 분해서 잠도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원수가 패하고 자신의 군대가 승리하였습니다. 할렐루야! 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찬양을 불렀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 나타난 다윗의 모습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기뻐하기보다 승전보를 전하는 전령들에게 “젊은 압살롬이 잘 있느냐?”고 묻습니다. 승리의 소식보다도 아들 압살롬의 안부가 걱정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두 전령에게 모두 묻습니다. “젊은 압살롬이 잘 있느냐?”

자기를 죽이려던 원수 압살롬의 안부를 묻는 다윗! 그것도 왕위를 차지하려고 하던 아들을 “젊은”, 즉 철이 없어서, 잘 몰라서 그랬다고 변명하려는 듯 근심 어린 마음으로 묻는 아버지!

그러자 전령이 이르기를 “할렐루야! 왕의 대적자인 압살롬은 죽었습니다!”하고 승전보를 전했습니다. 얼마나 시원했을까요? 아버지를 죽이고 권력을 차지하려던 천하의 패륜아가 죽었는데 그 얼마나 시원하겠습니까? 그 놈 잘 죽었다, 이름처럼 압살 당하여 죽을 놈! 하며 천하가 다 그의 죽음을 시원해 하는데, 다윗은 어떠하였습니까?

“왕의 마음이 심히 아파 문 위층으로 올라가서 우니라. 그가 올라 갈 때에 말하기를 내 아들 압살롬아 내 아들, 내 아들 압살롬아, 차라리 내가 너를 대신하여 죽었다면, 압살롬 내 아들아 내 아들아 하였더라.”

말도 안 되는 모습입니다. 말도 안 되는 통곡입니다. 아니, 자신이 대신하여 죽었다면 하는 것이 말이 됩니까? 애비를 죽이고 권력을 잡겠다는 그런 패륜아가 죽었는데, 자신이 죽었다면 하는 게 무슨 소리입니까! 그럼에도 그는 웁니다. 통곡합니다. “내 아들 압살롬아, 내 아들 압살롬아!”

아버지의 마음은 이렇습니다. 아무리 아들이 못되게 굴었어도, 아들을 향한 마음은 한이 없습니다. 세상 사람들에겐 빈틈이 없어도, 자기 아들에겐 어수룩한 것이 아버지의 마음입니다.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아들을 보고 도망가는 아버지, 그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내 아들아, 내 아들아”하고 대성통곡하는 아버지! 세상에 어느 아들이 이 아버지의 깊은 마음을 알겠습니까? 그 패륜아 압살롬은 죽으면서도 이 아버지의 마음을 모를 것입니다.

4.

오늘은 어버이 주일입니다. 아버지의 마음, 아니 어버이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그 자녀는 평생에 후회하게 될 뿐만 아니라 하나님 앞에 가서도 큰 책망을 받을 것입니다. 자신을 죽이겠다던 천하에 못된 아들이 죽었는데, 도리어 그 아들을 생각하며 흐느껴 우는 아버지, “내 아들 압살롬아 내 아들, 내 아들 압살롬아 내가 너를 대신하여 죽었다면, 압살롬 내 아들아 내 아들아!”

이러한 부모의 마음에 못을 박지 마십시오. 압살롬의 아버지 다윗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이 세상의 모든 아버지, 모든 어머니들의 마음은 다 그러합니다. 그 사랑으로 오늘의 우리가 있습니다.

/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