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달, 5월 가정 행복을 노래하는 5월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일 년 열두 달 그 어느 날인들 소중하지 않고 행복하지 않아도 되는 때는 없지만 5월이야말로 행복, 가정의 행복을 나누고 가정을 축복하는 달입니다. 어린이 날로 시작하여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 가정과 삶의 행복과 축복을 나누고 기뻐하는 달이 5월입니다. 우리가 새삼스럽게 아이들을 위한 행사에 열을 올리고, 효도를 강조하고, 스승의 은혜에 목소리를 높이고, 부부 사랑을 떠들지만 그래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은 5월은 가정의 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실 우리 주변에는 가정의 달이기 때문에 더욱 외롭고 가정행복이 강조되기 때문에 더욱더 쓸쓸한 가정이 너무나 많습니다. 상처받은 가정, 깨어진 가정, 병든 가정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가정행복의 달 5월 중순에 서울시의 서울서베이와 통계청 사회조사 자료분석 발표는 가정행복을 노래하는 우리의 가정행사가 얼마나 겉도는 껍데기 행사인가를 돌아보게 합니다. 지난 2010년 한 해 동안 20년 이상 결혼생활을 한 부부들의 황혼이혼이 27.3%에 달해서 황혼이혼율이 신혼이혼율(25%)을 앞질렀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경제문제(12.3%)나 배우자 부정(7.8%), 가족간 불화(6.6%)보다는 성격차이(44.5%)로 이혼한 가정이 가장 많았다는 것입니다. 외적인 요인보다는 내적인 요인, 물리적이거나 물질적인 이유보다는 정신적인 이유가 훨씬 더 큰 문제라는 것입니다. 수십 년 부부로 함께 살았어도 전혀 행복하지 못했기에 견딜 수 없어서 이젠 부부행복을 포기했다는 것입니다. 행복하지 못할 것 같아 이혼하는 젊은이 이혼도 문제이지만 평생을 불행하게 살고 이젠 그나마의 부부관계도 포기하겠다는 황혼이혼은 가정의 실패뿐 아니라 인생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가정은 부부를 근간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부부가 행복하지 못하면 그 자식들이나 그 부모들 역시 행복하지 못합니다. 이혼은 가정의 실패를 의미하고 가정의 실패는 인생의 실패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온 가족의 불행을 의미한다고 생각할 때 풍선을 터트리며 즐거워한 어린이날도,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주던 어버이날도 그냥 그런 행사였을 뿐이었다는 것입니다. 사실상 우리 아이들은 바람 빠진 풍선을 들고 다녔고 우리 어버이들은 향기 없는 카네이션을 달고 다닌 것입니다. 엄마·아빠 손을 잡고 행복한 나들이에 들뜬 아이들도 있었지만 그런 모습에 더욱 속상해 한 아이들이 많았고,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서도 가슴앓이를 한 어버이들도 많았다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 사회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먼저 가정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절박한 현실 앞에 섰습니다.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는 가정의 문제라는 인식을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삶의 터전인 가정이 무너져 있는데 그 가정의 아이들이 바로 자랄 수 없고 무너진 가정의 어른들이 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인간이 비뚤어졌는데 정치나 문화가 바로 될 수 없고 그런 혼탁한 사회에 살고 있는 인간 행위가 온전할 수 없습니다. 정치를 세우고 사회, 문화, 교육을 세우기 전에 먼저 가정을 세우는 것이 우리 사회의 가장 우선적인 과제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을 살리고 사람을 세우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우리 교회 역시 가정 세우기 문제를 심각히 고려하고 구체적인 가정사역시스템 개발에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도 거기 있습니다.

교회가 교인들을 모으고 규모를 키우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구성원들의 가정을 치유하고, 사람을 온전히 세우고, 그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어야 합니다. 개인 영혼구원의 중요성이야 어떤 가치로도 대신할 수 없지만 동시에 지금 여기 우리 사회를 온전히 세우는 시대적 책임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우선적 가치입니다. 이는 개인구원이냐 사회구원이냐 하는 신학적 문제이기 전에 사람을 살리고 사람을 세워야 하는 교회의 통전적 사명입니다. 저토록 생명력으로 푸르른 5월에도 시들어 가고 무너져 가는 인간사회를 치유하는 것이 교회에 주어진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세우기 위해 먼저 가정을 세워야 합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