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2:19-21

[요] 2:19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너희가 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동안에 일으키리라
[요] 2:20 유대인들이 이르되 이 성전은 사십육 년 동안에 지었거늘 네가 삼 일 동안에 일으키겠느냐 하더라
[요] 2:21 그러나 예수는 성전된 자기 육체를 가리켜 말씀하신 것이라



1. 어떤 사람이 길을 가는데, 사거리에서 교통사고로 누군가가 죽었다며 사람들이 빙 둘러서서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호기심이 생긴 이 사람은 대체 누가 죽었는지 보고 싶었지만 사람들이 비켜주지 않아서 가까이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 꾀를 내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비켜주세요. 나는 죽은 이의 삼촌입니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비켜주는 것이었습니다. 자기의 꾀가 효과 있음에 흐뭇해하며 사고 현장에 가까이 간 이 사람, 할 말을 잃었습니다. 죽은 이는 사람이 아니라 커다란 개 한 마리였습니다. 졸지에 개삼촌이 되었습니다.

아무도 이 죽은 개를 치우려 하지 않자, 목사님이 동회에 전화를 했습니다. “사거리에 개 한 마리가 죽어 있습니다.” 그러자 동회 직원이 맹랑하게 그러더랍니다. “장례는 목사님이 하셔야 할 일이 아니던가요?”

이에 목사님이 태연히 그랬답니다. “맞습니다. 그래도 가족에게는 알려야겠기에 전화했습니다.”

모두 말 한 마디 꾀를 부리며 잘못 말하여 부끄러움과 낭패를 당한 이야기입니다.

말, 잘 해야 합니다. 그 상황에 맞게 해야 합니다. 잠25:11은 말합니다. “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새긴 은 쟁반에 금 사과니라.” 그런데 나는 오늘 요즘 분위기 파악 못하는 엉뚱한 말을 대언 하려고 합니다.


2. 대개의 경우 체육대회를 하면 가장 마지막에 하는 경기가 줄다리기입니다. 모두가 다함께 참여하는 게임인데, 줄다리기의 묘미는 힘 좋은 이, 약한 이, 젊은이, 아이, 노인 할 것 없이 다 참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별로 큰 기술을 요하지도 않는 아주 단순한 게임인데, 줄다리기를 하고 나면 온몸이 쑤신다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큰 힘을 들이지 않은 것 같은데 사실은 승리를 위해 순간적으로 온 힘을 다한 결과입니다.

부흥하는 교회에는 이런 성도들의 하나 된 헌신이 있답니다. 부흥하는 교회에는 하나 됨의 일치가 있습니다. 여기서 하나 됨은 획일적인 하나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다양한 것들이 서로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서로’ ‘다함께’ ‘같이’, 얼마나 좋은 말들입니까. 지난 주일에 묵상한 것처럼 그 다양한 사람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예수님의 말씀과 사랑으로 ‘같은 말’ ‘같은 마음’ ‘같은 뜻’으로 하나가 되어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는 일에 힘을 모으는 교회, 그 교회가 부흥하는 교회입니다.

요즘 우리는 뭐에 교회의 온 힘을 모으고 있습니까? 성전 건축! 맞습니다. 우리는 ‘성전 건축’이라는 것에 우리의 모든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요즘 나의 양복은 늘 먼지가 허옇게 묻어 있고, 구두는 먼지투성이입니다. 외모도 괘재재합니다. 입당예배 드리기 전까지는 다른 것은 생각도 하고 싶지 않고, 판을 벌리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러기에 요즘엔 별 큰 육체적인 노동도 없는데 잠자리에서 곯아떨어집니다. 집에 가 ‘아, 오늘도 은혜가운데 잘 지냈구나!’하면 온 힘이 쏘옥 빠집니다. 아마도 ‘성전건축’이라는 줄다리를 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성전 건축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말씀 묵상 중에 별난 말씀이 내게 주어졌습니다. 오늘의 본문입니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너희가 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동안에 일으키리라. 유대인들이 이르되 이 성전은 사십육 년 동안에 지었거늘 네가 삼 일 동안에 일으키겠느냐 하더라. 그러나 예수는 성전된 자기 육체를 가리켜 말씀하신 것이라.”

아니 멀쩡하게 성전 건축에 올인하고 있는 판에, 이제 마악 다 되어 가는 판에 헐라니? 이런 생뚱맞은 말이 어디 있습니까? 얼마나 고생하며 지은 건데 ... 얼마나 애착이 가는데 ...

지난 4월의 수난주간 새벽, 특별새벽기도회 한 주간을 이 성전 지하 소예배실에서, 냄새 나고 문도 안 달린 그런 곳에서 새벽기도를 했습니다. 그 때 보니 새벽마다 모두들 눈시울을 훔치더라구요.

예배실에서 첫 번째로 드린 금요성찬예배, 대부분이 눈시울이 촉촉이 젖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도 달지 못하고, 휭 하니 바깥과 그대로 뚫린, 바람은 또 그날따라 얼마나 세게 불어대는지, 그 첫 주일예배인 부활절에 모두들, 특별히 어른들은 모두가 예배를 드리며 울더라구요. 왜? 꿈꾸는 것만 같았습니다.

유대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46년 동안 성전을 짓고 있었습니다. 주전 20년에 시작한 것입니다. 자기들 힘으로는 지을 수 없었는데, 에돔 족 추장인 헤롯이 로마 정부로부터 왕으로 임명받고 유대인의 환심을 사려고 성전 건축을 시작하여 얼마나 거대하게, 웅장하게 짓는지 예수님 당시 46년째 짓고 있었고, 이것은 계속되어 주후 64년경에 완공되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지금 뭐라고 하십니까? 헐라! 말도 안 되는 소리! 어떻게 지었는데, 얼마나 고생하며 지은 건데 ... 세상 말로 이건 정신 나간 소리입니다. 그럼에도 교회의 주인이신 예수님은 열심히 성전 짓는 이들을 향해 말씀하십니다. “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동안에 일으키리라!”


3. 관점이 다릅니다. 정말 중요한 것이 뭡니까? 교회는 건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건물이 교회당이 되는 데에는 건물 자체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처구니’란 맷돌을 돌릴 때 쓰는 나무 손잡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이 없으면 맷돌을 쓸 수 없으니 어이없는 일을 당할 때 이 말을 씁니다.

또는 궁궐 지붕의 용마루 끝에 한 줄로 늘어선 십장생 동물의 토우가 어처구니라는 유래도 있습니다. 궁궐을 짓는 기와장이가 지붕 공사의 마무리로 어처구니 잡상을 올려야 하는데 이것을 실수로 놓칠 때 이 말을 썼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이 두 가지 어원 모두 ‘어처구니없다’는 중대한 것이 누락되었을 때의 황당함을 일러주는 것입니다.

교회에도 어처구니없는 일이 많습니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 드린다고 성전을 건축하면서 하나님의 마음에 못을 박는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기회다 싶은 오만가지 고집과 갈등이 다양한 모양의 다툼으로 나타나 예배당 짓고 갈라지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한국교회 안에는 참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교우들의 의견, 정성, 사랑, 헌신을 모두 모아 마치 줄다리기 게임을 하듯이 그렇게 집중시켜야 할 판에 자기 욕심, 속셈, 심지어 자기 스타일만 고집 부리다 하나로 모아지던 그 귀한 성도들의 헌신을 뿔뿔이 흩어놓는 어처구니없는 일들도 참 많습니다.

아니 그것들 보다 더 어처구니없는 일은 성전 짓는다고, 그것도 크게 지어야 한다고 큰 빚을 지고, 대출을 받고서는 그것을 수년 동안 갚느라고 교육도 못하고, 선교도 못하고, 봉사도 못하는 이런 교회의 본질적 사명을 미루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예수님께서 46년째 예배당 짓고 있는 이들을 향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동안에 일으키리라.” 그러자 유대인들이 말합니다. “이 성전은 사십육 년 동안 지었거늘 네가 삼 일 동안에 일으키겠느냐?” 말도 안 되는 말입니다. 이에 성경은 이렇게 해설해 줍니다. “그러나 예수는 성전된 자기 육체를 가리켜 말씀하신 것이라.”

여러분, 성전은,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이 건물이 교회가 아닙니다. 이 건물은 그리스도의 몸이 거하는 집일뿐입니다. 정작 중요한 것, 정작 우리에게 있어야 할 어처구니는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을 세워야 합니다. 예배당 고생고생해서 짓고 나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가 분열되었다면 그처럼 어처구니없는 황당한 경우가 없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그리스도의 몸이 어디 나뉘었습니까? 그리스도의 몸이 어디 싸웁니까? 어디 고집 부립니까? 양보와 연합, 협력과 도움, 같은 말, 같은 마음, 같은 뜻이 절대적입니다. 그리스도의 뜻을 이루기 위한 그런 대의명분을 위한 모든 희생과 참음, 양보, ...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입니다.

양보와 연합, 협력과 도움, ... 예수님이 모퉁이 돌이 되어 교회는 이루어집니다. “너희는 사도들과 선지자들의 터 위에 세우심을 입은 자라. 그리스도 예수께서 친히 모퉁잇돌이 되셨느니라. 그의 안에서 건물마다 서로 연결하여 주 안에서 성전이 되어 가고, 너희도 성령 안에서 하나님이 거하실 처소가 되기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함께 지어져 가느니라.”

성전을 지으며 서로 협력하십시오. 무엇으로? 자기의 대범함으로? 인심 좋은 자기 성격으로? 웃기는 소리! 예수님의 마음으로, 예수님의 심장으로 협력하십시오. 오직 예수님의 이름만이 높여지고, 예수님의 사랑과 말씀만이 중시되게 하십시오.

고생고생 하여 예배당 짓고는 싸우는 교회들을 봅니다. 바보들. 차라리 안 짓는 게 훨 더 낫습니다.

성전 짓는 것을 보니 정말 맘에 들지 않고, 자기 취향이 아니라고 여겨진다면 그저 내가 그렇고 그런 교회에 등록했다고 생각하십시오. 내가 본래 좀 촌스러운 교회에 왔다고 생각하십시오. 좀 맘에 안 들어도 그리 하십시오. 그러면 다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결코 내 취향만이 옳은 것은 아닙니다.

양 목사의 취향, 고상합니까, 유치합니까? 어떨 땐 고상하고, 어떨 땐 유치하기 짝이 없습니다. 나만 그렇습니까? 장로님도 마찬가지. 집사님도, 권사님도 마찬가지! 그러니 자기 취향만 갖고 다투지 마십시오. 상대방이 원하면 좀 들어주십시오. 주의 종이 이야기하면 좀 귀를 기울이십시오. 하나님의 집을 짓는데, 하나님의 사자의 지시가 무시된다면 그게 무슨 하나님의 집을 짓는 이의 자세입니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뜻이 옳다 싶으면 하는 겁니다. 다만 그리스도의 몸을 하나로 세우는 쪽으로 말입니다.


4. 왕십리중앙교회, 지난 ‘149성전’을 생각해 보십시오.

1994년, 목동에서 목회하다 서울 시내의 대 왕십리중앙교회의 담임 목사로 선보이기 설교 하러 올 때, 나는 소나타 골드를 타고 왔습니다. 내 차가 아닙니다. 당시 나는 봉고차 타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대 왕십리중앙교회에 선보이기 설교하러 가는데 그 큰 교회에 기죽지 않으려고 좋은 차, 소나타 골드를 타고 다니는 청년에게 주일 오후에 차 좀 빌려줘라 해서 그 차타고 왔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내가 교회를 착각했습니다. 왕십리중앙교회를 왕십리 돌 교회로 착각했던 것입니다.

큰 길, 전에 있던 파출소에서 우회전하여 그 유명한 교회 골목으로 턱 들어서는 순간 우와 ... 뭔가 잘못된 것을 그때야 알았습니다. 그 좁은 길, 구불거리는 길, 비포장 길, 그것도 결국 교회당 앞에서 막힌 길! 빌려 타고 온 차 어디 긁힐까봐 정신이 없었습니다.

화장실이 남자용 여자용 입구가 바로 옆에 나란히 ㄱ 자로 붙어 있더라구요. 누군가 들어가려고 문을 열면 상대방 화장실 안이 다 보였습니다. 그것도 넓기나 했으면 오죽이나 좋았을까 ... 남자 변기 2개, 여자 2-3개! 우와~~~ 주일 날 보니까 줄서서 기다리더라구요. 내 이것이 한이 맺혀서 지금 새 성전에서는 변기만 몇 개인 줄 아십니까? 30개이고 비데도 설치해 놨습니다.

여름만 되면 물이 잘 안 나와서 난리 쳤습니다. 쥐는 또 얼마나 많은지. 사택 지하를 몇 년간 서재로 사용할 때 조용한 밤 시간만 되면 어디선가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아무 것도 없는데 어디선가 가까운 곳에서 부스럭대는 소리가 연신 들립니다. 지하에 부스럭 귀신이 있나 할 정도였습니다.

그런 어느 날 책상 서랍을 여는데, 갑자기 뭔가 확 튀어나옵니다. 작은 쥐, 그야말로 생쥐 한 마리였습니다. 그 놈이 서랍 안에 들어가 한 달 가량을 나와 같이 지낸 것입니다. 그래서 조용한 밤 시간에 그토록 가까운 곳에서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렸던 것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난 왕십리에 와서야 바퀴벌레가 날아다닌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크기가 엄청나다는 것도 여기서 알았습니다. 창문만 열어놓으면 생전 처음 본, 그야말로 인디아나 존스에서나 나올법한 거대한 바퀴벌레가 방으로 날아들었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이 성전은? 천국입니다, 천국! 맘에 들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서 속은 좀 상하지만 그래도 난 천국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100% 완벽해서 감사한 게 아니라, 하나님의 사람 다윗에게도 허락하지 않으셨던 성전 건축을 내게 허락하셨다는 사실이 감사하고, 온 교우들과 한 마음과 한 뜻으로 이 어려운 시기에 이토록 잘 빠진 성전을 무사히 지을 수 있게 하신 것이 감사합니다. 앞으로 이 성전에서 내 믿음의 혈육들과 함께 하나님께 예배드리고, 자녀들을 교육하고, 지역의 사회를 섬기며, 선교의 대 역사를 더욱 확장할 수 있으며, 성도들의 진한 교제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지난 주일에 약정한 건축헌금 마지막 부분을 드릴 때 다윗의 이런 기도문이 생각났습니다. “우리 하나님이여 이제 우리가 주께 감사하오며 주의 영화로운 이름을 찬양하나이다. 나와 내 백성이 무엇이기에 이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드릴 힘이 있었나이까? 모든 것이 주께로 말미암았사오니 우리가 주의 손에서 받은 것으로 주께 드렸을 뿐이니이다.”(대상29:13-14)

모든 것이 감사할 뿐입니다. 옛일을 생각하면, 예전을 생각하면 이 모든 것이 다 감사할 뿐입니다. 이렇게 잘 생긴 교회당은 대한민국에, 아니 이 지구촌에 몇 개다? 오직 하나! 유일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그럼에도 우리가 이 성전 건물에만 집착하고 있다면 우리는 정말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입니다. 성전을 건축하며 내 말을 안 들어주고, 매사에 무시하면 속은 쓰리겠지만, 그래도 나는 감당할 수 있습니다. 도리어 그것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것은 행야나 그리스도의 몸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염려입니다. 교인들 간에 갈등이 생기고, 이 믿음의 공동체가 흔들리는 것이 더 신경 쓰입니다. 예수님의 몸으로 교회의 참 모습을 잃는 것이 더 부담이 됩니다.


5. 사랑하는 여러분, 하나님의 성전, 이 지구촌에서 가장 멋진, 유일한 교회당을 지은 여러분, 우리가 정말 놓치지 말아야 할 것, 그건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만약 정말이지 큰 수고를 하고도 그리스도가 거하지 않는, 그리스도의 몸이 아닌 그런 고집스러운 예배당이라면, 그런 예배당은 아무리 크게 짓고 엄청나게 지었어도 예수님께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 성전을 헐라!”

실제로 예수님께서 이렇게 선포하셨던 당대의 헤롯 성전은 주후 70년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복음서에 이런 장면이 있습니다.

“예수께서 성전에서 나가실 때에 제자 중 하나가 이르되 선생님이여 보소서 이 돌들이 어떠하며 이 건물들이 어떠하니이까?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가 이 큰 건물들을 보느냐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뜨려지리라 하시니라.”(막13:1-2)

그 헤롯 성전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예수님의 제자들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고, 연신 감탄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뜨려지리라.”

결국 예수님의 말씀대로 주후 64년에 완공된 이 엄청난 헤롯 성전은 6년 뒤, 주후 70년에 로마 군대에 의해 돌 위에 돌 하나 남지 않고 완전 파괴되고 말았습니다. 84년 동안 짓고, 바로 6년 뒤 무너집니다!

진실을 잃어버린 교회, 정작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교회, 건물만 덩그러니 있는 교회, 그리스도의 몸을 잃고, 그리스도의 사랑과 말씀을 잃고 제 고집과 주장만 있는 교회, 아무리 오랫동안 크게 지었어도 무너질 것입니다. 괜한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는 하나님의 성전을 지읍시다. 그리스도의 몸을 세웁시다. 이 건물을 지으며 우리가 정작 지어야 할 것, 성숙시켜야 할 것, 완공해야 할 것은 우리 마음 안에 있는 성전, 즉 성령의 전, 그리고 우리 안에 있는 그리스도의 공동체, 진정한 왕십리중앙교회 공동체입니다. 이것이 위협받고 이것이 흔들린다면 그 어떠한 건물을 지었어도 의미 없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됩시다. 그리스도 안에서 같은 말, 같은 마음, 같은 뜻으로 합력하십시오. 그리스도 안에서 같은 꿈을 꿉시다.


6. 호시노 도미히로라는 일본의 장애 시인이 쓴 시가 있습니다.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 나무에 불면 / 녹색의 바람이 되고 // 꽃에 불면 / 꽃바람이 된다. // 방금 / 나를 지나간 바람은 / 어떤 바람이 됐을까.”

왕십리 뉴타운에서 첫 번째로 성전을 지은 우리들, 우리들을 스쳐 지나간 바람은 어떤 바람이 되었을까요? 우리를 통해 지나간 바람이 녹색의 바람이 되고 꽃바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를 통해 지나간 바람이 아름다운 향기를 세상 가득히 퍼지게 하여 이 주변과 장차 뉴타운 안에 들어와 살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바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이지 우리를 통해 지나간 바람이 힘들고 지친 모든 영혼을 품을 수 있는 바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가 힘써야 할 것,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자. 같은 말, 같은 마음, 같은 뜻으로 예수님의 몸을 세웁시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서로 양보하며 그리스도의 몸을 세워나갑시다. 이게 진짜 왕십리중앙교회입니다.

올 봄에는 유난히 바람이 센데, 왕십리 뉴타운에 우뚝 솟은 이 교회를 휘감고 지나간 바람들이 우리들의 신선한 신앙공동체의 향을 온 누리에 퍼뜨려 주기를 소망합니다. 우리 교회의 향을 따라 많은 이들이 곧 이 뉴타운으로 모여들고, 나비와 벌들이 향을 따라 꽃으로 모여들듯이 구원받아야 할, 또는 구원 받은 성도들이 우리 교회로 모여들어 더욱 멋진 참 교회 공동체를 이루기 진실로 소망합니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