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되었습니다. 벌써 금년의 반을 지나고 있습니다. 따스한 봄기운이 향기로웠고, 차가운 꽃샘바람이 얄미웠는데 벌써 6월, 벌써 여름이라니 세월이 빠르긴 빠른 모양입니다. 이젠 깊숙이 넣어 두었던 선풍기를 찾아 먼지를 털고 여름 맞을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은 시간이 빠른 것이 아니라 정신없이 살아가느라고 우리가 시간을 의식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시간은 빠른 것도 아니고 느린 것도 아닙니다. 시간은 예나 지금이나 언제나 그렇게 흘러갈 뿐입니다. 하루 24시간씩 흘러서 벌써 6월이 된 것이고 이제 7월이 되고 가을이 되고 또 새해를 기다리게 될 것입니다. 문제는 시간에 대한 우리의 태도이고 그 시간을 사용하는 우리의 삶의 문제입니다. 소중한 시간을 의미 없이 혹은 불필요한 일로 낭비하거나 의식하지 못하고 무심코 흘려보내는 것이 문제입니다. 우린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을 지혜롭게 사용할 수도 있고 어리석게 보낼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없다는 말은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잘못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쓸데없는 일로 분주하느라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은 놓치고 무익한 일에 몰두하느라고 시간을 다 보내버렸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인간은 시간이라는 한계 안에 있기 때문에 성공적인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그 시간을 잘 사용해야 합니다.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든 시간은 흘러가고 흘러간 시간은 다시 되돌릴 수 없습니다. 물건은 안 쓰는 것이 아끼는 것이지만 시간은 잘 쓰는 것이 아끼는 것입니다. 가만있어도 인생은 늙고 육체는 쇠하고 하나님의 역사는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가만있다고 역사가 가만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 없어도 역사가 움직이고 역사의 선상에서 수많은 일들이 명멸되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 스스로가 역사의 한가운데(中心) 서지 않으면 어느 사이에 역사는 나를 가장 자리(周邊)로 밀어내고 역사의 뒤안길에 매몰(埋沒)시켜 버린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혜로운 삶은 자신의 삶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차근차근 이루어가는 것입니다.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해야 하고 시간에 쫓겨 살 것이 아니라 시간을 사용해야 합니다. 시간을 따라 살 것이 아니라 시간을 계획하는 삶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나의 한계 안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을 위하여 시간을 사용해야 합니다. 우리 주변에는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니 나 자신이 그런 어리석은 삶을 살고 있는지 모릅니다. 섬겨야 할 하나님을 섬기는 일에는 소홀하면서, 사랑해야 할 사람을 사랑하는 일에는 소홀하면서, 적절하게 사용하고 만들어야 할 일에는 소홀하면서 쓰레기처럼 버려야 할 일들을 위하여 시간을 드리고 마음을 쓰고 감정을 낭비하는 이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남을 미워하고 시비하고 불평하는 일을 위하여 시간과 능력 그리고 직분을 사용하여 인생을 낭비하기도 합니다. 남을 돕고 사랑하고 세워주기 위하여 쓸 시간도 충분하지 않은데 미워하고 비난하고 무너뜨리기 위하여 그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여 자신의 이미지를 늘 부정적으로 만들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 역시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시90:12)라고 기도한 시인의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남은 시간을 계산할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합니다. 흘러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남은 시간을 바로 쓸 수 있는 시간계산이 중요합니다. 살아있는 동안, 나에게 주어진 2011년에 내가 하나님을 위하여 교회를 위하여 가족이나 이웃을 위하여 얼마의 시간을 어떻게 사용했으며 그 시간들이 얼마나 아름다움으로 기억될지에 대하여 계산을 해봐야 합니다. 자신이 세운 것이 무엇인지, 무너뜨린 것이 무엇인지,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존재로 살았는지,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존재로 살았는지 자신의 삶을 계산 해봐야 합니다. 우리의 인생은 아무렇게나 살다가 끝내도 좋을 만큼 하찮은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바람부는 데로 물결치는 데로 그냥 그렇게 흘러가도 좋은 그런 존재로 이 땅에 온 것이 아닙니다. 흘러가는 시간을 탓하기보다,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기보다 남은 시간을 정확하게 계산할 필요가 있습니다. 낭비해도 좋을 인생은 한 사람도 없고 그렇게 쓸 시간은 한 시간도 없습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