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의 어려움 중의 하나가 교인들의 비밀 문제이다. 담임목사로 시무하면서 교인들의 비밀들을 자연적으로 알게 된다. 교회 안에 따로 정보원을 두지 않아도 이런 저런 통로를 통해서 교인들의 숨은 비밀들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그 비밀들 중에 가장 많이 표출되는 것은 술 담배 문제이다. “어느 안수 집사가 담배를 물고 가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라면서 노골적으로 내 앞에 와서 폭로하는 분도 있다.

때로는 남편에게 충고하다 못해 견디지 못하고 당회실로 찾아와 “목사님, 우리 남편 좀 어떻게 단단히 야단 처 주세요. 집사된 지 벌써 10년이 되었음에도 아직도 술 담배를 끊지 합니다. 너무나 속이 상합니다.”라고 함으로 전혀 모르고 있던 비밀을 아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그런 문제가 중직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어느 당회원을 통해서 들어나기도 한다. 물론, 술 담배 정도야 많은 교인들이 안고 있는 문제이므로 큰 비밀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한 교회에서 오래 시무하다 보면 대부분의 가정들이 나름대로 숨기고 싶은 비밀들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어느 때는 우연히 어느 분을 통해서나 어느 사건을 통해서 그 비밀들을 알기도 하지만, 어느 때는 담임목사가 그 비밀을 지켜줄 것을 철석같이 믿고 상담을 통해서 자기가 숨겨 온 깊은 아픔을 토로하기도 하는 것이다. 목회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것은, 그 동안 아무에게도 털어 놓지 못했던 비밀을 담임목사에게 말함으로 밝은 얼굴로 돌아가는 모습들을 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때는 너무나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됨으로 심적으로 큰 부담을 안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부부 사이에 안고 있는 성적인 갈등, 혹은 자녀 부부의 별거나 이혼들, 교인들의 돈을 꾸고 갚지 않는 뻔뻔한 중직의 모습, 교인들 집을 찾아다니면서 다단계식의 물건을 강매하는 분, 사기에 가까운 행동으로 교인에게 큰 상처를 입힌 분, 교인 간에 다툼이나 법정에 고소하는 일, 중직이라는 분이 개업하면서 고사를 지냈다는 소식, 어느 중직이 교인들을 끌고 여기 저기 집회에 참석하고 안수 받게 한다는 소식에는 배신감마저 느낀다.

무엇보다도 가장 충격적인 비밀은 어느 교인이 음란을 저질렀다는 소식을 접한 때이다. 서구사회에서는 음란 문제보다는 금전적인 부정을 심각하게 취급하지만, 한국사회는 금전적인 부정보다는 음란 문제에 대해서는 결코 용납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여하튼 어느 제직이 음란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어느 통로를 통해서 들은 뒤부터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그 분이 기도를 많이 하는 척, 충성을 많이 하는 척 할 때마다 그 위악함에 떨리는 분노로 잠을 설치는 밤을 만나기도 했다.

교인들의 비밀스런 행테를 접할 때, 30대나 40대에는 젊은 혈기로 즉각적인 대응을 하기도 했었다. 당장에 불러다가 단호하게 충고하거나 강한 경고로 혼쭐을 내기도 했다. 당사자가 강하게 변명하거나 항의를 하면 증인들을 불러다 대질하는 경우도 있었다. 더 나가서는 당회원을 중심하여 재판회를 구성한 후에 책벌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자복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불복하고 다른 교회로 가버리거나 교인들을 찾아다니면서 억울하다고 울면서 호소함으로 목회자의 이미지에 먹칠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므로 50대 이후부터는, 교회 안에서 나쁜 누룩 역할을 하지 않는 한, 섣불리 대응하기 보다는 기도하면서 끝까지 비밀을 품고 기다리는 자세를 취했다. 탕자의 아버지가 비행을 저지르고 있는 현장을 찾아가서 눈물로 호소하거나 단호한 태도를 보이기보다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면서 기다리던 자세를 배우게 되었다. 새벽마다 강단에 엎드려 기도하면서 그들의 연약함을 주의 손에 맡겨드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면 놀랍게도 하나님께서 당사자들에게 친히 역사하심으로 탕자처럼 돌아와 뉘우치며 회개하는 모습을 보이시거나 문제를 해결하신다는 사실을 체험함으로 목회자로서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한 기다리는 자세가 때로는 성급한 교회 지도자들이 도덕성이 강한 교인들에게는 우유부단한 목회자라고 뒷말을 듣는 경우가 있었는지 모르나 문제의 당사자가 새로운 모습이 되거나 문제가 해결된 후에는 교인들이나 당사자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결과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