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로신문 시론] 

그리스도인은 시대의 상황 속에서 산다. 한국 기독교 초기에는 기독교 복음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그리스도인이 되었던 사람들은 숨어서 믿어야 했고 세례를 받을 때도 압록강 상에서 받은 기록이 있다. 가정에서도 박해를 받았다. 성령운동이 일어날 때 평양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했다. 일본 식민정책 하에서 많은 박해가 있었다. 조작된 105인 사건으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감옥에 갔다. 1919년 3·1운동을 그리스도인들이 주동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투옥되었고 고문당하고 순교했다. 이 시대에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박해였다.

해방 후 공산당 때문에 남한으로 탈출했다. 말할 수 없는 고통의 날들을 살았다. 그러나 1975년부터 한국교회가 부흥해서 그리스도인이 국민의 4분의 1이며 세계적으로 선교사 파송 2위가 되면서 한국교회에는 능력이 생겼다. 국가와 사회에 많은 일꾼들을 배출했다. 산업화와 현대화에서 기독교인들의 역할이 커졌다. 국회의원 3분의 1이 그리스도인이다. 대통령이 기독교인이요, 한나라당·민주당의 국회 원내 대표가 장로들이다. 그리고 각계각층에 그리스도인들이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다. 그리스도인이 자랑스럽다.

그런데 어느새 그리스도인이 한국사회에서 민망한 존재가 되고 말았다. 윤리신학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시했다. ‘교단대표 선출을 둘러싼 잡음과 금품수수, 담임목사직 세습, 대형교회 교역자들의 카르텔 형성과 정치화, 개교회 중심의 성공주의와 물질주의, 담임목사와 부교역자들 간의 권위주의적 관계, 당회원들 간의 알력, 여성에 대한 폄하, 타종교에 대한 공격과 배타주의, 교역자 청빙, 교회 헌금과 재산, 교회매각, 성문제’ 등이다.

이 모든 문제가 목사와 직결된다. 목사의 윤리가 땅에 떨어졌다. 오늘 한국교회에서 목사로 산다는 것이 부끄럽고 민망하다. 유명한 원로목사가 “요즘 어디 가서 목사라고 말하기가 창피하다”고 했다. 한 마디로 목사들이 명예와 권력 그리고 재물로 인해서 타락했다. 이것이 세속화다. 사도 바울은 “이 세대를 본받지 말라”(롬12:2)고 했다. 과거의 목사는 박해당하고 함께 고난당하고 성도들과 함께 가난을 극복하는 삶이었다.

오늘 목사는 세상에서 타락한 존재가 되고 말았다. 목사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졌다. 목회할 능력을 상실했다. 성도들이 교회를 떠난다. 그래도 대형교회들은 많이 모인다고 자랑한다. 한국교회에서 문제되는 곳이 대형교회다. 그 교회 목사들이 교계의 모든 명예와 권력을 거머쥐고 있다. 모두가 돈으로 산 것들이다.

‘한국교회에 자정능력이 있는가?’ 부정적이다. 신학교 교수가 말하기를 “지금 신학생들의 목표는 대형교회”라고 했다. 대형교회를 만들어야 목회성공자다. 대형교회가 되면 권력과 명예 그리고 돈을 한꺼번에 거머쥘 수 있다. 대형교회라야 세습도 할 수 있다. 세속화는 계속된다. 오늘의 목사는 부끄럽고 창피한 존재이다.

중대형교회 이하가 75%이다. 많은 목사들이 억울하다고 말한다. 대형교회 꿈을 갖고 있다면 같은 부류다. 대형교회 꿈을 가지지 않은 목사가 몇 명이나 되는가? 그래서 목사의 가치가 절하되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목사가 목사답지 못하기 때문이다. 목사는 성직자다. 성직자는 성직자다워야 한다. 미국의 친구 목사가 하는 말이 “어쩌다가 목사가 신부만도 못하고 중만도 못해졌느냐?”고 한탄했다.

지금이 한국교회의 위기이다. 이 위기를 탈출하는 데는 목사다운 몸부림이 있어야 한다. 목사는 경건해야 한다. 하나님 앞에 전심으로 땅에 엎드려 회개해야 한다. 교만을 겸손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목사들끼리 “누가 더 높으냐?”하지 말아야 한다. 남의 교인들을 훔쳐오지 말아야 한다. 교인들 앞에 군림하지 말아야 한다. 돈 보기를 돌같이 해야 한다. 여자를 성도로 보아야 한다. 목사는 자녀에게 세습하거나 가족에게 유산을 물려주라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지 않으셨다고 믿어야 한다. 이것들이 목사에게는 터부(taboo)다. 목사가 가난하고 권력이 없고 교회 안에서도 높은 존경을 받지 못하며 살 때 목사가 낮은 자리에서 살 때 목사의 사명을 감당했다. 한국교회는 진정한 목사상을 가진 목사를 갈망한다. 미국에서 잘 나가는 목사 크레이그 그로쉘(Craig Groeschel)이 쓴 ‘목사로서 산다는 것(Confessions of a Pastor)’에서 그는 열 가지 인간적인 고뇌를 말했다. 목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목사로 산다는 것은 어렵다고 말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예수님의 제자로 살고 싶다고 고백했다.

목사도 인간이다. 그런데 목사에게 인간 이상의 기대를 건다. 목사는 천사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사에게서 천사를 보고자 한다. 목사는 천사이어야 한다.

예수님께서 유대교 지도자들인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을 책망하신 말씀을 귀기울여 들어야 한다. 목사는 경건해야 한다. 경건이란 말과 삶의 형태가 같은 것이다. 목사는 인격자이어야 한다. 인격은 지식과 사고가 신앙적인 삶으로 나타나는 습관을 말한다. 목사는 영적 능력이 있어야 한다. 영적 능력이란 목회하면서 성도들에게 미치는 신앙적 영향력이다.

“오늘 한국교회 목사들이여! 우리가 예수님에게 순종하는 목사들이 됩시다. 명예, 권력 그리고 돈보다 예수님을 더 사랑합시다. 우리는 항상 ‘주 예수보다 더 귀한 것은 없네’ 찬송을 부릅시다.”

/해방교회 원로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