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본회퍼학회가 6월 10일 '디트리히 본 회퍼 선집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한국본회퍼학회 회장인 유석성 서울신학대 총장과 손규태 성공회대 명예교수가 독일의 행동주의 신학자 디트리히 본 회퍼(1906-1945)의 신학이 오늘날 어떤 의미가 있는지 조명한다.

대표적 저서 '나를 따르라'는 1965년 국내 첫 출간 이후 45쇄, '저항과 복종(옥중서간)' '윤리학' '신도의 공동생활' 등 그의 저작은 30~40쇄를 거듭하는 개신교계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1980년대 이후 본회퍼의 신학을 재조명하고 삶을 정리한 평전 등이 10종이 넘게 출간됐다.

한편 <조선일보> 등 주요 일간지는 본회퍼 선집 출간 소식과 더불어 오늘 한국교회에 본 회퍼가 남긴 정신이 무엇인지 재조명했다.

본회퍼는 독일의 개신교 목사이자 평화신학자. 물질문명과 나치즘에 무기력했던 당시 독일 개신교계를 날카로운 비판으로 일깨우며 신앙 본질의 회복을 부르짖었던 인물로, "미친 운전사가 인도로 차를 몰아 사람들이 죽어갈 때는 그 미친 운전사를 먼저 끌어내려야 한다"며 히틀러 암살모의에 가담했다가 1943년 체포돼 나치가 패망하기 직전인 1945년 4월 9일 처형된 인물로 알려졌다.

한편 본회퍼는 "기독교인은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예수와 이웃의 고난에 동참하는 값비싼 은혜를 누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치와 야합하고, 물질주의에 치우치고, 신앙의 본질을 외면했던 당시 독일 개신교의 병폐를 '진단'하고, 십자가 예수 중심의 참된 기독교를 회복해야 한다는 '처방'을 내놨다. 본회퍼에게 교회다움을 잃고 세상과 똑같이 명예, 권력, 물질을 추구하는 것은 죽은 교회다.

저서 ‘나를 따르라’에는 "값싼 은혜는 교회의 원수다. 떨이로 팔아버린 싸구려 상품이요, 참회 없는 사죄(赦罪·죄를 용서받음)이고, 죄의 고백이 없는 성만찬이다. 자신의 삶을 통해 세상과 구별되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그저 세상 사람들과 똑같이 살라는 것이다"고 직설한 부분도 있다.

본회퍼는 참된 기독교인은 "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에" 서야 한다고 했다. 17세기 이후 인간의 자율성·독자성을 강조한 계몽주의의 영향 아래 성인(成人)이 돼 버린 세계는 더 이상 하나님을 필요로 하지 않던 시대, 사람들은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기고 살거나, 신을 형이상학의 틈을 메우는 미봉책으로 쓰거나, 필요할 때만 해결사처럼 신을 불러냈다는 지적이다. 본회퍼는 이를 비판하면서 하나님의 위치는 삶과 신앙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본회퍼는 또 "고난받는 약한 하나님만이 우리를 도울 수 있다"고 했다. 예수는 신(神)이면서도 십자가의 고난을 당했고, 자기 안에서 하나님과 세계를 화해시켰다.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형이상학적 교리나 이기적 개인주의를 넘어서 예수와 이웃의 고난에 동참하는 삶을 산다는 의미다. 본회퍼는 '예수는 타자(他者)를 위한 존재' '교회는 타자를 위한 교회'라고도 했다.

교회와 교인의 이기주의에 함몰돼 하나님의 세상과의 간극을 좁히기는커녕, 더 벌어지게 만드는 한국 개신교. 그 실상 속에서 본회퍼의 길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