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어떤 종교를 신뢰하고 따르는 현상에는 교리와 윤리, 그리고 감성이 함께 작용한다. 머리로 이해하고 마음으로 감동을 받으면 사람은 어떤 대상에게도 고개를 숙이고 존경하게 된다. 그러므로 어떤 종교든지 기본적인 교리가 있고 세상의 상식 이상의 윤리가 있으며,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구별된 신비(神秘)를 간직하고 있다.

미국장로교(PCUSA)의 동성애 안수 허락 문제는 한 종교가 간직해야 할 교리와 윤리, 그리고 신비를 한꺼번에 무너뜨린 사건이었다. 포스트모던 시대의 미국의 신학이 아무리 첨단을 걷는다 해도 미국 국민의 대다수는 아직도 보수적이며, 미국 기독교인들은 성경을 유일한 교리의 근간으로 믿고 있다. 동성애 문제는 누가 아무리 주장해도 성경적이 아니며, 보수적인 국민들의 정서에 감동을 줄 수 없다. 그리고 교회의 신비감을 여지없이 발가벗겨버리고, 민중들의 마음이 기독교를 떠나게 만든다.

PCUSA는 지난 30년간 동성애 문제가 불거진 이래로 계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여 왔는데, 동성애 문제가 본격화된 작년에는 2.61%나 감소하여 교세가 277만 명으로 집계되었다. 이제 미국장로교는 총회로 모여, 올해는 얼마 밖에 안 줄었다는 통계로 위안을 삼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미국장로교회가 안타까울 뿐이다. 교회들은 총회를 탈퇴하여 보수교단으로 옮기고 있으며, 상처받은 교인들은 교회를 출석하지 않거나, 여호와의 증인 등 이단으로 가거나, 천주교나 이슬람 등의 타종교로 개종하고 있다.

현재 미국 내에 이슬람 인구는 700만 명을 넘고 있으며 매년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천주교와 여호와의 증인도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왜 사람들은 이런 종교에게 매력과 감동을 받고 있을까? 이제 현대인들에게 교리는 별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오늘날 종교의 성패는 윤리와 신비에 있다. 종교는 그 나라 국민의 보편적 윤리성과 공감대를 형성하여 일체감을 이루어야 하며, 반면에 차별화되고 거룩성이 보장된 종교로서의 신비감을 유지하면서 세속(世俗)과의 차별화를 보여주어야 한다.

한국교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오늘 한국교회의 문제는 교리나 신학이나 목회적 아이디어의 빈곤이 아니다. 국민이 공감할 윤리(倫理)와 종교로서의 신비(神秘)를 재정비하여 다시 한 번 부흥하는 교회가 되기를 바란다.

/서울장신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