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추감사주일입니다. 지난 반년을 감사하는 맥추감사주일이지만 내 마음엔 벌써 남은 반년에 대한 기대와 감사로 가득 찼습니다. 7월을 시작하는 첫날 새벽 이미 우리는 새로운 기대와 소망으로 반년을 시작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난 반년에 우리의 삶을 통해 합력하여 선을 이루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통해 뭔가 새로운 역사를 또다시 시작하실 것 같은 기대 때문입니다. “생육하고 번성하라, 땅을 정복하고 다스리라”라는 하나님의 축복을 금년에 우리에게 주신 지상명령으로 받은 우리는, 우리의 삶의 현장에서 우리를 통하여 그 일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경험했습니다. 우리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우리를 통하여 구원의 역사를 이루어 오셨고 우리가 계획하지도 짐작하지도 못한 여러 일들을 통하여 우리에게 기쁨을 주셨고 합력하여 선을 이루셨습니다. 그래서 나는 막연하게 다가오는 남은 반년의 우리의 삶의 순간순간마다 우리를 통해 이루실 하나님의 역사를 기대합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 이 맥추감사절을 지난 시간에 대한 감사보다는 다가오는 시간에 대한 기대로 맞이합니다.

그래서 지난 반년간의 감사도 넘치도록 크지만 그러나 다가오는 반년에 대한 기대 역시 황홀하리만큼 크고 가슴 설레입니다. 내 인생을 내가 사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 뒤를 돌아볼 때마다 내 인생은 내 것이 아니었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내 마음대로 내가 산 것이 아니라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을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은 내 생각보다 더 높고 내 능력보다 더 큰 일을 나를 통하여 이루어 오셨기에 그래서 나는 이루어 주신 것에 대한 감사와 함께 더 크고 위대한 새역사(役事)로 내일을 바라봅니다. 삶의 현장이 늘 아스팔트길은 아니지만, 때로는 자갈밭도 가시밭도 있지만, 하나님은 언제나 걸림돌이 디딤돌이 되게 하셨고 가시밭길을 잔디밭처럼 지나게 하신 것입니다. 염려스러운 일도 있었지만 그러나 하나님은 그 일을 통하여 새로운 선을 청조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다시 반년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오늘 맥추감사절은 지난 반년간의 은혜에 대한 감사인 동시에 다가오는 반년에 대한 기대로 드리는 희망의 축제입니다. 희망은 감사할 수 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은총입니다. 지난 시간 자신에게 임하신 하나님의 은총에 대한 감사가 없이는 다가오는 시간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고 다가오는 시간에 대한 확신 없이는 희망으로 내일을 바라볼 수 없습니다. 내일이 불확실한 사람이 갖는 정서는 불안이지 소망이 아닙니다. 그래서 지난 시간에 대한 감사가 없는 사람은 미래에 대한 기대도 가능하지 않습니다. 다만 불안한 가슴으로 내일의 요행에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감사절을 지키고 지난 시간을 감사로 돌아본다는 말은 엄청난 신앙적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감사는 하나님의 소유된 백성, 하나님을 자기 하나님으로 삼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은총입니다.

나는 요즈음 매스미디어를 통하여 운동선수들이나 유명인사들이 “그분이 오셨다”라는 알 듯 모르듯 하는 말을 하는 것을 들으면서 마치 “알지 못하는 신에게”라는 제단을 만들어 막연한 신을 섬겼다는 아덴 사람들의 어리석음(행 17:23)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들은 막연한 신을 그냥 ‘그분’으로 지칭하면서 그 막연한 신의 힘을 입어서 괴력(怪力)을 발휘하여 소기의 목적을 이루었거나 이룰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는 확실한 내일, 보장된 미래가 아닌 막연한 기대를 가진 불안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마음상태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지나간 시간 역시 요행이었고 다가올 시간 역시 요행으로 생각하니 감사보다는 불안한 삶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 믿음의 사람들의 현실 인식이나 미래에 대한 태도입니다.

감사할 수 있는 사람만이 미래를 확신할 수 있고 미래를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이 오늘을 당당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선택하여 뽑아 세운 당신의 백성들에게 감사절을 지키라고, 첫 추수도 감사하고 마지막 추수도 감사하라고, 뒤를 돌아보고 감사하고 앞을 내다보며 기대하라고 명하신 것입니다. 감사의 축복이 우리 모두의 것이 되고 우리 모두가 다 이 감사로 뒤를 돌아보고 기대로 앞을 바라보고 당당하게 오늘을 사는 축복의 삶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