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지 4년째가 되어간다. 정년 나이(만71세)로 치면 금년 말이 은퇴 시기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4년 전에 조기 은퇴한 것은 너무나 잘 한 일 같다. 은퇴할 당시는 너무나 목회 사역에 지쳐서 탈진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끝없이 해야 되는 설교준비와 설교들, 정기 심방과 특별 심방들, 노회와 총회 일, 그리고 영락교회 수습위원장 역할을 하면서 처리해야 될 많은 회의들과 공박 당함으로 인한 엄청난 스트레스, 밀려드는 원고청탁과 은퇴를 앞두고 발간할 책의 원고 정리, 후임자 선정과 그에 따른 많은 회의들 등등 영육이 지칠 대로 지치고 있었다.

그러한 때에 비하면 지금은 너무나 좋은 세월을 살고 있다. 끝없는 설교나 회의(목회자들 사이에 가장 맛없는 회는 당회라고 농하고 있음), 그리고 교회를 계속 성장시켜야 하는 일과 교회당을 신축해야 한다는 일에 대한 큰 중압감에서 이제는 완전히 자유롭다. 새벽 1시까지 박지성의 축구를 관전하노라 늦잠을 자고 7시에 일어나든지 누구 하나 간섭하는 이가 없다. 그런데다가 공기와 물이 좋은 지역에서, 일생 삶 중에 가장 좋은 아파트에 살면서 틈틈이 승용차를 몰고 여기 저기 다니면서 즐기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으니 탈진되던 때와 비교할 수 있겠는가?

그 때문인가? 지금은 만나는 이마다 ‘시무 때보다 한결 젊어 보인다.’ ‘얼굴 혈색이 너무나 좋아 보인다.’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나이는 속일 수 없는 지, 우리 부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지금 건강 리모델링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작년 5월에 집사람이 폐를 수술하고 매 3개월마다 아산병원에 가서 체크를 하는 일을 계속하는 중 금년 들어서 노인병원에서 건강진단을 받았는데 검사결과 집사람은 ‘좌측 콩팥에 2.8cm의 낭종소견이 있고, 갑상선초음파상 우측 및 좌측에 결절소견이 있다.’는 것이고, 나는 ‘대장 내시경상 경도의 이형성동반 관상선종(양성종양)이 있어 제거하는 것이 좋다.’는 소견이었다.

진단한 의사는 증상이 큰 문제는 없으나 그래도 큰 병원에 가서 더 정밀검사 해보는 것이 좋다는 권유였다. 사람의 감정은 참으로 묘하다. 이런 진단을 받고나니 왜인지 찜찜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집사람이 아산병원에서 정기적인 체크를 받는 날. 아예 두 사람의 검사를 예약했다. 그렇게 시작한 병원 나들이가 5월 6월 내내 7회나 이어졌다. 그런데다가 내가 5월에는 시원찮은 이 하나 때문에 치과병원에만도 8회나 다니어야 했으므로 두 달은 건강 리모델링을 위해 사용한 셈이 되었다. 그 결과 다행히 모두가 좋은 판정을 받았다. 집사람의 폐도 더 이상 올 필요가 없다는 진단과 아울러 콩팥도, 갑산성도 별 이상이 없다는 진단이었다.

나도 대장내시경 검사를 위해서 입원을 해야 했다. 검사 받기위해 전날부터 죽을 먹어야 했고 밤에는 장을 비우기 위해서 8봉의 약물을 먹고 아침까지 내내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아침부터 금식한 후 일생 처음으로 환자복을 입고 병상에 누워서 링거를 받게 되니 정말 환자가 된 기분이었다. 더욱이나 검사를 받기 위해 수술실에 들어가 기다리는 동안 다른 환자들이 간호사에게 내는 짜증소리나 한숨 소리들이 영 기분을 찜찜하기 만들고 있었다. 그래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 수술실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환자들 중에도 수술 후에 완쾌된다는 보장이 없는 절망적인 환자가 얼마나 많은가?

여하튼 시무할 때에는 수술 받는 교우들을 위해 수도 없이 기도하면서도 잘 몰랐던 절박한 심정을 이제야 조금이나마 경험하게 되니 그동안 내가 얼마나 건강의 복을 받았는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다가 잠이 들었다가 깨보니 수술을 이미 마치 상태였고 그리고 그 다음날 퇴원을 했다. 그럼에도 가장 긴장이 되는 것은 일주일 후에 잡힌 수술한 의사와의 면담이었다. 검사결과를 통보해주는 시간이었다. 이미 노인병원에서 양성으로 판정되었기에 별로 근심이 안 되었지만 집사람은 대단히 신경이 쓰이는 것 같았다. 일주일 후에 의사를 만난 결과 제거된 용종을 검사해 본 결과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나보다 집사람이 더 감격한 얼굴이었다. 은연 중에 집사람은 나를 많이 의지하고 있는 느낌에 나의 마음도 뿌듯해진다. 참으로 하나님께 감사할 일이다. 이제 인생의 4분지 3을 살은 입장에서 우리 부부에게 하나님이 다시 건강을 리모델링 해주신다는 강한 느낌을 지난 5월 6월 동안 병원을 오가면서 받는다. 이렇게 허락하신 건강을 하나님의 사업을 위해서 무엇인가 이바지해야 한다는 각오가 마음에 강하게 세워진다. “주여, 남은 4분지 1의 세월을 허송세월하지 않고 주님 나라 확장을 위해서 한국교회를 위해서, 세계선교를 위해서 사용토록 붙들어 주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