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관의 주인은 사모이다. 목회자의 일터가 교회라면, 목사관은 그의 부인의 일터이다. 목사관이 뿌리라면 교회는 열매 맺는 곳이다. 그러므로 목사관에서 그가 수없는 많은 에너지를 얻는 곳이 되도록 하라. 그런데 많은 교인들이나 혹은 목회자의 가족들조차도 목사관을 또 하나의 교회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 그리하여 목사관은 언제나 거룩한 곳이어서 잠옷 바람으로 있는 것조차 송구스럽게 여기어 언제나 넥타이를 꼭 맨, 정장차림으로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자세로 언제나 긴장을 하고 아이들조차 큰소리치지 못하게 한다.

아니다. 목사관은 교회가 아니라 가정이다. 사모는 목사관을 교회로 만들지 말고 가정이 되도록 힘써야 한다. 목회자가 교회에서 과중한 업무로 영육이 피곤해서 지치어 돌아올 때, 가정에 와서 마음껏 휴식하도 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건강에 큰 어려움을 만날 것이다. 비록 목사관은 초라한 곳이라도 그 가정을 아름답고 따뜻하게 꾸밀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어느 여인은 똑 같은 집이라도 아름답게 꾸미고 사나, 어느 여인은 큰 아파트에서도 난장판으로 꾸미고 산다.

목사관이 아주 좁고 낡고 어두운 곳이라도 한 폭의 그림, 조화 있는 색깔의 도배지나 페인트, 아름다운 음악으로 장식하여 보라. 그것도 교인에 대한 일종의 교육이 된다. 중고등 학교 시절, 어느 젊은 목사님댁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그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별로 크지도 않은 집이었으나 그 집을 따뜻한 분위기로 장식한 것이 내 기억의 방에는 아름다운 것으로 채색되어 있다. 그러나 목사관의 제일 중요한 곳은 서재이다.

목회자들이 가장 욕심을 내는 곳은 서재이다. 많은 장서로 둘러싸인 넓고 환한 서재, 그곳 에서 설교를 마음대로 구상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적지 않은 행복을 느낄 것이다. 목회자에게는 다른 어느 가구보다도 많은 장서가 최고의 가구와 같다. 어느 목회자는 비록 단칸방에 산다 할지라도 전 사면 벽이 책으로 싸여 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품위가 있어 보였다. 정진경 목사는 목회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충공했다.

“목회자는 평생 배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격변하는 사회에서 공부하지 않으면 이 사회에 적응력을 상실한다. 새로운 지식, 새로운 기술, 새로운 이론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지식폭발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20년마다 지식의 양이 배로 증가한다. 10년만 지나면 내가 지금 갖고 있는 지식은 모두 낡은 지식이 되고 만다. 새 시대에 창조적인 적응을 하려면 부지런히 배우고 연구해야 한다.”

“목회자가 배우기를 게을리 하면 조로증(早老症)에 걸리기 쉽다. 부단히 새 지식을 흡수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젊은 정열과 시간을 다 바쳐 교회 성장에만 바치다 보면 일의 분량은 많아지고 생계는 넉넉지 못하여 서재는 빈곤해지고 모습도 초라해진다. 이렇게 될 때 목회자는 자신의 주변정리의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여러분은 목회자의 아내로서 너무 과도한 욕심을 내어 많은 가구를 사들이어서 서재는 가장 작은 방으로 밀리어 나고, 서적들은 여기저기 피난 보따리처럼 박스에 쳐 넣은 채 구석지에 놓여있게 만들지 말라. 차라리 필수적인 가구만 들여놓고 반대로 서재를 크게 꾸미기에 힘써보라. 목회자로 하여금 많은 시간을 서재에서 지내도록 도와보라. 그 때 오는 이들마다 목사관에서 피어나는 인격과 교양의 향기를 맡을 것이며, 또한 그의 설교의 향취도 드높아 질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