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를 놓고 온 나라가 불안에 휩싸여 있습니다. 이명박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광우병특정위험물질, 소위 SRM(Specified Risk Materials), 즉 소의 뇌, 내장, 척수 등 광우병을 일으키는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많이 들어있는 부위를 너무 쉽게 전면 개방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국민은 신뢰하지 않습니다. 실제 신뢰할 수 없도록 하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정부가 과연 국민의 건강에 대해 최소한의 책임감을 가지고 협상에 임했는지 의심케 하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제 이 마당에 정부가 속히 해야 할 일이 무엇입니까? 조중동 언론의 논조처럼 일부 좌파 빨갱이들의 불순한 의도가 개입되어 있다느니, 70년대 군사독재 정권처럼 촛불집회 주동자를 처벌하겠다느니 이렇게 백성을 얕잡아 보고 백성 위에 군림하려는 자세를 계속할 것입니까? 그럴 경우 걷잡을 수 없는 민심이반 현상이 나타날 것입니다.

먼저, 이명박 대통령이 너무 안일하게, 너무 저자세로 굴욕적인 협상을 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합니다. 그리고 미국에게 재협상을 요구해야 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국내에 들여오는 것은 결코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 없음을 알리고 이해를 구해야 합니다. 정부는 국가 간의 신인도를 걱정하지만 앞으로 전개될 사태를 생각하면 지금 미국의 이해를 구하고 재협상에 임하는 것이 옳은 길입니다.

미국이 진정으로 우방국이라면 이명박정부의 진퇴양난의 고충을 이해할 것입니다. 이미 미 당국자들도 한국 정부의 대국민건강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정책을 전폭 지지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러므로 용기를 내서 미국에게 재협상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차제에 미국도 우방국의 생명을 위협하는 물질을 팔아 이익을 챙기려는 자국의 축산업자들의 행태를 용인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럴 경우 대미감정은 더욱 나빠질 것입니다. 미국이 힘으로 윽박지르면 한국은 울며 겨자 먹기로 수입해서 먹겠지만 그럴 경우 반미감정은 들불처럼 번져 갈 것입니다.

이 나라 백성들 마음속에는 미국에 대한 분노와 약소국가에 대한 슬픔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 복합적인 정서가 자리 잡을 것입니다. 정신적인 아노미현상이 일어날 것이요, 각종 정신적 스트레스 증후군 현상에 시달릴 것입니다. 마치 주인의 몽둥이가 무서워 억지로 굴종하는 개의 눈빛에 담겨 있는 스트레스를 이 땅의 백성들에게 안겨 줄 것입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번 사태의 본질을 직시해야 합니다. 이번 쇠고기수입파동의 본질이 무엇입니까? 광우병이 왜 발생했습니까?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어겼기 때문입니다. 성경에는 염소새끼를 그 어미의 젖으로 삶지 말라고 했습니다.(출23:19)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어기지 말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어길 때, 하나님이 분노하십니다. 먹거리가 오염되고, 환경의 재앙을 당하게 하십니다. 하나님은 소를 초식동물로 창조하셨습니다. 이런 소에게 인간이 고기를 먹였습니다. 그것도 소의 도축과정에서 나오는 소의 내장 등의 부산물을 먹였습니다. 초식둥물에게 고기를 먹인 것도 잘못인데, 게다가 자기 살을 먹게 한 것입니다. 배고프다고 울고 있는 인간에게 자기 살을 뜯어 먹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소가 어찌 미치지 않겠습니까? 그 미친 소를 먹는 인간이 어찌 미치지 않겠습니까? 왜 인간이 이런 끔찍한 짓을 합니까? 무엇 때문에 소에게 고기를 먹입니까?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자본주의의 논리 때문입니다. 이 자본의 탐욕이 소를 미치게 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재앙을 피하는 길은 하루속히 자본의 논리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순응하는 길 밖에 없습니다. 소를 다시 초식동물로 돌아가게 하는 길이 유일하고, 완전한 해결책입니다.

(이 내용은 엄인영 목사가 전남CBS에서 5월 15일 방송한 시사칼럼의 원고입니다.)

/ 광양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