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26일(화) 오전 11시, 명동 청어람에서 "한기총해체촉구100인 성명 기자회견"이 있었다. 앞줄 세번째 자리에 손봉호 교수가 착석해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개신교, 많은 것을 잃어봐야 순수함 되찾을 것입니다."

한기총 해체 운동 선봉에 선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가 7월 29일자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 한기총 사태가 분란의 당사자인 길자연 대표회장과 이광선 직전 대표회장 사이에 화해로 수습 국면에 접어든 상황이다. 그러나 손봉호 교수는 7월 26일 '한기총 해체 촉구를 위한 목회자ㆍ평신도 전문인 100인 선언식'을 가진 뒤 "돈과 권력이 더 이상 하나님 나라를 대표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해체돼야 마땅합니다"며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한기총은 요지부동이다. 지난 7일 특별총회에서는 금권선거의 장본인인 길자연 목사 대표회장 인준안을 267표 중 200표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킨 상태다.

손봉호 교수는 이같은 결의에 대해 "한국 기독교가 이처럼 타락한 적은 없었다. 지금 한기총의 행태는 너도 죄인, 나도 죄인이니 우리 서로 용서하자는 식"이라며 "도둑이 도둑질하다가 다른 도둑에게 들키자 당신도, 나도 도둑이니 서로 없던 일로 하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일갈했다. "금권선거는 용서와 타협이 가능한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명백한 범죄행위다"라고 덧붙였다.

손봉호 교수는 아울러 "개신교는 많은 것을 잃어봐야 한다. 핍박을 받고 무시도 당해봐야 한다"고 언급한 뒤, "그래야 예전의 순수함을 되찾을 수 있다. 특권을 누리면 타락의 길을 걷게 된다. 기독교계의 의견을 수렴할 기관이 필요하다는데, 모든 교회가 굳이 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을까 싶다. 대표 단체를 만드는 것은 세속적인 목적을 위해서 일뿐"이라고 언급했다.

손봉호 교수는 또한, "기독교인은 돈과 하나님을 동시에 섬길 수 없다"며 "한국교회는 돈 잘 벌고 출세한 사람을 복 받은 사람이라고 하는데 부정적인 방법으로 치부해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손봉호 교수는 이어 교인들의 견제 역할을 당부했다. "종교개혁자 장 칼뱅(요한 칼빈)도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했다. 기독교인들은 단죄(斷罪)를 금기시해 교회 안의 비리를 눈감아주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 나는 내 원수를 용서할 의무가 있지만 내 이웃의 원수까지 용서할 권리는 없다. 오히려 분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선한 사마리아인에게 총이 있었다면 강도가 덮치기 전에 가서 도와주었을 것이다. 죄악은 사전에 막는 게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