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에 가까운 목숨을 앗아간 노르웨이 연쇄 테러의 용의자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은 과연 개신교 근본주의자인가. 근거는 브레이빅이 본인 스스로 `기독교 근본주의자'를 자처한 것 정도다. 그러나 수사 당국이나 현지 언론은 이를 그대로 받아 싣지는 않고 있다. 개인의 허황된 주장에 불과해 이를 외면하는 것일까.

그러나 일부러 모른체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아랍권 위성 보도채널 알-아라비야는 무슬림이 테러를 자행했을 경우 범행자에게 `이슬람 테러리스트(Islamic terrorist)'라는 꼬리표가 자동적으로 붙기 마련인데, 기독교인의 테러에 대해서는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를 7월 26일에 했다.

실제 브레이빅이 작성한 `2083, 유럽 독립선언서'라는 성명은 "1683년은 기독교군이 이슬람 오스만튀르크 군대를 무찌른 비엔나 전투가 벌어진 해로, 이로부터 400주년이 되는 2083년까지 유럽에서 무슬림을 몰아내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브레이빅은 또한 범행 전에 자신을 보수적 기독교인이자 민족주의자라고 소개하고, 다(多)문화주의에 강력 반대한다고 밝히는 글들을 남긴 바 있다. 그는 또 이슬람 비판 성향의 뉴스와 논평들을 다루는 사이트인 ‘도쿠멘트(Document.no)’에 많은 글을 썼는데 “언론이 이슬람을 제대로 비판하지 못한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 게시물에서 그는 “오늘날의 정치는 더이상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 구도가 아니라 민족주의와 국제주의 간의 싸움”이라고 주장하면서 자신은 민족주의자들의 사고방식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한 개신교계의 반응은 “설령 그가 기독교인을 자처했다 하더라도 이번 테러와 기독교를 결부하는 것은 신성모독이나 마찬가지”라며 강력한 반발이다. 결국 이같은 반응을 고려해 정부와 언론이 개신교 근본주의자라는 표현을 삼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무슬림 안에서 제기되는 것이다.

사실 많은 이슬람교인은 2001년 9.11테러 이후 이슬람을 테러리즘과 동일시하는 경향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9.11테러는 이슬람이 일으킨 것이 아니라 테러집단의 소행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