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심장부인 서울이 물폭탄을 맞았다. 성인 무릎까지 찬 물에 도심 교통은 마비됐고 인근 상가와 지하도는 물난리를 겪었다. 강남 부촌에는 산사태까지 발생해 엄청난 양의 토사와 물이 인가를 덮쳤다. 전문가들은 ‘불가측한 폭우량’ 탓으로 돌리는 서울시와는 달리, 도심의 '불투수층(不透水層·물이 스며들지 않는 층)'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서울시는 물난리에 대해 "지금의 빗물처리 시설로 감당할 수 없는 양의 비가 왔기 때문"이라며 천재(天災)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서울환경연합은 서울시의 수해방지 예산도 최근 5년간 10분의 1로 격감했다고 주장했다. 수해 대책이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반박하고 있으나, 수해방지 대책에 소홀했음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사고 전 한나라당 의원을 통해서도 나온 바 있다.

특히 빗물 투수층 도로ㆍ인도 조성 등 근본 대책은 미룬 채 디자인거리 명목으로 대리석ㆍ콘크리트 도심을 덮은 보여주기식 대책이 2년째 '물바다 서울시'를 만들었다는 비판 논리 앞에 달리 반론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위주의 도시개발을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전문가가 많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과)는 각종 인터뷰를 통해 "최근 가공할 수해는 강우량 탓이라기보다는 빗물이 스며들 '물 길'이 없다는 게 근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임창복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도 한 인터뷰에서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포장면적이 넓다. 일반 도로뿐만이 아니라 아파트 단지, 개인 주택지 안에도 대부분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등으로 포장을 한다. 그렇게 되면 땅이 빗물을 빨아들이지 못하고 하천으로 흘려보낼 수밖에 없다. 광화문이나 강남 등 시가화된 지역은 더욱 그렇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이상 기후로 폭우가 잦아진 만큼 이젠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제방을 높이고 배수로를 확충하는 등 비용은 높고 그에 비해 효율은 적은 기존의 방법보다는 친환경적으로 건물과 도로를 건설해 빗물이 유출되는 양을 줄이자는 주장이다.

이를 테면 주차장이나 보도블럭을 만들 때 중간 중간에 잔디가 자랄 수 있는 틈을 만든다면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옥상정원을 만들어 비가오면 물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제시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 뿐만 아니라 민간의 노력도 동반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서울시 70%가량이 사유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하나님이 창조한 자연을 인간의 편익과 이익을 위해 개조하면서 사달나는 현실, 신학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비단 서울시 수해대책 뿐인가. 날만 궂으면 우려되는 4대강 공사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