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1년 이화여대 졸업식장에서 이민아가 아버지 이어령 교수와 함께 찍은 사진.

이성주의자이자 무신론자였던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화여대 석좌교수)을 기독교에 귀의케 한 주인공이 있다. 바로 딸인 이민아 씨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검사와 로스앤젤레스 지역 부장검사를 지내며 청소년 범죄 예방에 앞장서온 이민아 씨가 최근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고백한 책 '땅 끝의 아이들'을 출간했다.

이민아 씨는 그간 가려진 개인사를 책 속에 상세히 서술했다. 이민아 씨는 두 가지 상처가 자리했다고 밝혔다. 유년시절 아버지에게서 사랑받지 못한 기억이었다. 다음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 내용.

“작가, 교수, 논설위원 등 3개 이상의 직함을 가지고 살며 늘 바쁜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시면 그 팔에 매달려 사랑받고 싶은 딸이었는데, 배고프고 피곤한 아버지는 ‘밥 좀 먹자’ 하면서 나를 밀쳐냈습니다. 아버지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고요. (중략)아버지가 ‘원고 마감시간이야, 얘 좀 데려가!’ 하고 소리 질렀을 때처럼 가슴이 찢어졌지요.”

그런 그에게 첫 번째 남편인 김한길 씨(전 국회의원·소설가)와의 이혼이라는 또 다른 시련이었다. 다음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 일부분.

"그토록 일찍 결혼했던 것도 절대적인 사랑을 줄 것 같던 아버지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 때문이었는데 그 상처가 다시 찢어진 거죠. 나는 절대로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라는 절망에 빠졌습니다.”

이민아 씨는 1981년 이화여대 영문과를 조기 졸업한 후 김한길 전 국회의원과 결혼해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에서도 영재성이 빛을 발해, 미국에서 로스쿨을 수료하고 캘리포니아 주 검사로 임용됐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그와 정반대였다. 김한길 전 국회의원과의 결혼은 파경을 맞았다.

이와 관련, 이민아 씨는 5년간의 결혼생활의 단면을 <조선일보>에 털어 놓았다.

“말도 안 통하는 미국에서 아이 낳고 공부도 하고 돈도 벌어야 하니 죽을 맛이었다. 흑인들도 마다하는 일자리, 밤을 새우는 주유소 일을 최소 일당을 받으며 했고 낮에는 햄버거 가게에서 일했다. 반대하는 결혼을 했으니 남편은 자존심에 더욱 이를 악물었을 테고 그러면서 서로에게 지쳐갔다.”

비극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갑상샘암 투병과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 다니던 첫째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 둘째의 자폐 진단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민아 씨는 망막이 손상돼 실명할 수 있다는 진단까지 받는다.

그리고 삶의 벼랑에 이민아 씨를 하나님은 맞이한다. 다음은 <동아일보> 인터뷰 내용.

"제가 온전히 하나님을 만난 것은 결코 모든 일이 잘되고 편안할 때가 아니었습니다. 죽을 것처럼 힘들고, 온몸이 타들어 불속에 있는 듯, 물이 머리 위로 넘쳐나 빠져 죽을 것 같을 때 십자가에서 죽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도 무릎꿇게 만들었다. 이어령 교수는 ‘딸의 눈을 뜨게 해주면 남은 생을 주님께 바치겠다’고 서언했다. 그리고 7개월 만에 딸의 망막박리증세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뿐 만 아니다. 갑상샘암과 둘째 아이의 자폐도 완쾌됐다. 다음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 내용.

“아버지가 나더러 간곡히 부탁하셨습니다. 절대로 밖에 나가 기적에 대해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모든 사람이 널 비웃고 우리를 박해할 거라고요. 기적은 구제의 사인이지 신앙의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지 않으냐고 하셨어요. 맞았어요. 기적은 상징이 아니라 실제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던 것이지요. 하나님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인간에게 보내는 신호일 뿐 종교의 본질은 아니라는 뜻이지요.”

이민아 씨는 2009년 미국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뒤 미국과 호주, 푸에르토리코, 중국 등을 돌며 현재 청소년 사역을 하고 있다. 다음은 <동아일보>에서 밝힌 근황.

"한국에서 잠시 쉬고 있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검사로 일하면서 만났던 폭력과 마약, 범죄에 빠진 아이들은 땅 끝에 서 있었습니다. 참된 사랑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죠.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들처럼 땅 끝의 아이들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책을 통해 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