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라고는 별로 해보지 못한 사람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혀지는 명작의 저자가 되었다면 누구나 의심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다. 세상에서 성경을 빼놓고 가장 많이 읽혀지는 천로역정의 저자 존 번연이 바로 그 사람이다.

존 번연은 1628년 땜장이의 아들로 태어났다. 17세에 크롬웰 장군 아래서 군대생활을 하였다. 전투 중에 바로 자기 옆에 있던 전우가 총탄에 쓰러지는 것을 보고 번연의 마음은 하나님을 찾게 되었다. 24세에 결혼 했는데 아내도 너무 가난했다. 믿음이 독실한 아내는 시집올 때 성경책과 폭스라는 사람이 쓴 ‘순교자 이야기’라는 책 두 권만을 가지고 왔다. 처음으로 성경책을 대하게 된 번연은 “누구든지 내게 오는 자는 결단코 내어 쫓지 아니하리라”는 한 구절을 읽게 되었는데 얼마나 큰 힘과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고 술회했다.

깊은 신앙의 체험을 한 번연은 기쁨과 희망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의 나이 27세 되던 해에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설교를 하기 시작했다. 그의 설교는 어찌나 힘이 있고 능력이 있었던지 그의 이름은 온 영국 각지에 알려지게 되었다. 5년동안 각지를 두루 다니며 전도하는 동안 어린 자녀들은 병든 아내가 돌보는 처지에 번연은 체포를 당하였다. 당시 왕위에 오른 찰스 2세는 국교인 성공회를 믿지 않는 사람을 박해하여 번연도 체포된 것이다. 설교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만 하면 오늘이라도 놓아주겠다고 회유했으나 그는 그의 믿음을 조금도 굽히지 않았다. 번연은 12년동안 지하 감옥생활을 하면서 ‘천로역정’을 쓰게 된 것이다. 이 책은 꿈 이야기 형식을 빌어서 그리스도인의 신앙체험을 비유문학으로 그려놓은 것이다.

크리스천이라는 사람은 장망성을 떠나서 천성을 향하여 간다. 그의 등에는 큰 짐이 지워져 있는데 이 짐을 길가 십자가 밑에 내려놓고 좁은 문을 지나 걸음을 재촉한다. 사탄의 부하들은 별의별 방법으로 크리스천이 가는 길을 막아보려고 유혹도 하고 위협도 한다. 그러나 크리스천은 손에 든 책에 지시된 대로 천성을 향하고, 마침내 천성에 다다른다는 줄거리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300여 년이 넘는 동안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는 책이 되었다. 번연은 무식했다. 그러나 그에겐 믿음이 있었다. 삼복지경에 피서·휴가를 떠날 때 삼가 천로역정의 일독을 권해 드리고 싶다.

/조양교회 장로, 한국장로신문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