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7월과 8월엔
새벽기도회에 나가지 않는다.
목사가 평생 해야 하는
새벽기도회를 왜 여름이라고
안 나가는가?

새벽기도,
처음에는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이것 때문에 해만 지면
모든 것이 다 긴장된다.
행여나, 혹시나 ...

그래서 10시만 되면
억지로 잠을 청하고 ...
오죽 했으면 평생의 소원이
주말의 명화를
한번 보는 것이라 했을까.

나같이 밤이 깊을수록
글이 되고,
책이 읽혀지는 사람은
새벽기도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깊이 명상하고
깊은 글을 쓰려면
한 밤중의 시간대가
가장 적합한데
새벽기도 때문에 ...

그래서 십여 년 전부터
양해를 구하고 7월과 8월엔
늦게까지 책을 보고
글을 쓰겠다며
새벽기도회에 나가지 않았다.

그 덕분(?)인지
설교집도 내게 되었고,
시집도, 묵상집도,
그리고 무엇보다
공과책을 쓸 수가 있었다.

올해도 7,8월 덕(?)에
공과책 초고 원고를 마악 끝냈다.
그런데 좀 이상한 것은
이젠 밤을 새지 못하겠다는 것,
11시가 되면 잠이 쏟아진다는 것.

도리어 새벽녘에 잠이 깬다.
아하 이게 늙는 건가 ....
늦은 밤 시간이 그토록 좋더니
이젠 팍 쓰러져 정신을 못 차리고
다음날 새벽까지 고대로 ...

그 팔팔하던 부목사 시절에
가졌던 미스터리,
담임목사님은 잠도 없으신가 했는데
이제 내가 그렇게 늙어가며(?)
새벽에 일어나나보다.

오늘 새벽 기도회,
담당 목사님이 늦으셨다.
내가 나가 찬송을 부르자
그 때에야 헐레벌떡 오신다.
저 심정, ... 내가 알지.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