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중이었던 지난주일은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 간척1리에 있는 간척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드렸습니다. 아쉽게도 휴가지인 춘천시 북산면에는 우리 교단 교회가 한 교회도 없었기에 휴가지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의 교회라고 겨우 찾아간 교회가 바로 간척교회였습니다. 주일아침예배를 인도하고 설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평범한 예배자로 교회를 찾아가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고 또 매우 마음이 설레기도 했습니다. 목사로 설교를 하고 예배를 인도한다는 것은 참으로 즐겁고 신나는 일이지만 그러나 목사들에게 있어서는 주일은 참으로 긴장되고 심적으로 큰 부담이 되기도 하는 날인데 아무런 부담 없이 한 사람의 예배자로 교회를 찾아간다는 것이 조금은 생소하지만 그러나 마음은 가벼웠습니다.

간척교회는 집들이 띄엄띄엄 있는 시골마을 작은 언덕 위에 붉은 벽돌로 예쁘게 지어진 교회였고 교회 옆에는 종탑이 서 있어서 더욱더 정겨운 그런 교회였습니다. 교회 뒤쪽으로 교육관 겸 식당으로 쓰는 건물이 있고 별장처럼 예쁘장한 목사님 사택이 가지런히 지어져 있는 시골교회지만 그러나 여유 있는 전원교회였습니다.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주차장으로 쓰이는 공터에 주차를 하고 계단을 올라 교회로 올라가니 헌금위원 가운을 입은 원로장로님이 컴퓨터 프린터로 만든 칼라주보를 나누어 주고 계셨습니다.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물어볼 법도 하지만 의례적으로 주보를 나누어 주었고 우리는 어리둥절 주보를 받고 예배당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예배당 바닥은 깨끗한 비닐장판으로 깔려 있었고 40여 명의 성도들이 먼저 들어와서 오디오로 들려주는 조용한 찬양곡을 들으며 묵상하고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예배에 지각하여 늦게 허둥지둥 들어오는 성도는 한 사람도 없었고 모두가 10분 전에 와서 묵상으로 예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예배당은 70여 명 정도가 앉아 예배드릴 수 있는 장의자가 놓여 있었고 강단에는 예배당에 비해 월등히 크고 고풍스러운 강대상과 그 뒤에 3개의 커다란 의자가 놓여 있었으나 강단에는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담임목사님께서 혼자서 기도로 예배를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강단에는 들에서 꺾어온 듯한 꽃들이 몇 개의 수반과 화병에 조금은 촌스럽게 꽂혀 있었고 외쪽에는 프로젝트 용 조그마한 스크린이 걸려있었습니다.

우리 역시 기도로 예배를 준비하고 있을 때 정확히 11시 5분 전에 종탑에서 재종(再鍾) 소리가 들렸습니다. 시계가 귀하던 우리 어린 시절에는 교회에서 늘 30분 전에 초종(初鍾)을 치고 10분 전에 재종(再鍾)을 쳐서 교인들에게 예배시간을 알리고 교인들을 불렀는데 여기는 아직도 그 전통을 간직하고 있었고 그 종소리는 정말 어릴 적 들었던 그 종소리의 정감을 갖게 했습니다. 짐작대로 11가 되어 예배가 시작되었습니다. 앞에 내려진 스크린에 모든 예배순서가 정확하게 비춰줘서 성경, 찬송 없이도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농촌교인들을 배려하고 있어서 우리도 그 스크린을 보면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목사님의 설교는 신명기 30:15-20을 본문으로 ‘생명의 길, 복의 길’이라는 주제로 아주 논리적이고 명쾌한 길지도 짧지도 않고 적당한 길이의 설교였고 삶의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은혜를 받았습니다. 아내의 말대로 역시 우리 교단 목사답게 무리 없이 건전한 설교였습니다. 설교 후 몇 가지 광고를 한 뒤 서로 인사를 하는 성도의 교제 시간에 처음 오신 분이라며 우리 부부가 소개되었고 쑥스러운 마음으로 일어나 고개 숙여 인사를 드렸습니다. 우리는 예배를 마치고 성도들에게 인사하기 위하여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목사님이 묻기도 전에 먼저 휴가 왔다고 말했고 목사님도 더 이상 묻지 않아서 그냥 차로 돌아왔습니다. 차에서 보니 성도들이 모두 점심식사를 위하여 교육관으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낮선 교회에서 얻어먹듯이 예배를 드리고 돌아오면서 마음 한구석 채워지지 못한 허전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러나 ‘나도 설교를 하고, 예배를 인도하고 내가 섬길 「신양교회」내가 사랑하고 돌볼 성도들이 있다’라는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마음 든든했습니다. 돌아갈 집이 있고 섬길 교회가 있다는 것, 그리고 이 땅을 떠나 내가 돌아갈 하나님의 나라(천국), 나를 기다릴 우리 아버지 하나님이 계신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이고 기쁨인지 모릅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