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로신문 게재된 글)

온 만물을 주관하시는 하나님,
다시금 가을을 허락하셔서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우리나라를 금수강산(錦繡江山)으로 만드시고 4계절을 허락하심을 감사합니다. 지난 여름은 너무나 탈진했던 날들이었습니다. 100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 강남이 물에 잠기고 산사태와 태풍으로 인해 주택과 일터들이 흙탕물에 휩쓸러 사라지고 사랑하던 순식간에 식구들을 잃는 절망의 날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여름동안 좀체 하늘 보기 힘들던 암울했던 날들도, 새로운 시대가 열리듯 높고 푸른 하늘이 열리고 시원하고 맑은 바람을 불게 하심으로 다시금 삶의 의욕을 얻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소망을 주시는 하나님,
엄청난 자연재해로 아골 골자기로 변했던 온 산야가 가을이 몰고 온 청명한 기운으로 색색의 물감으로 채색(彩色)하여 아름다움의 극치로 치장되어 가듯이, 태풍에 꺾이고 상한 가지마다 탐스러운 열매를 주렁주렁 열게 하듯이, 신음만이 가득하던 산과 들에서 시감(詩感)을 품은 풀벌레들의 노래들이 하늘을 향해 합창하듯이,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식구들과 삶의 터전을 물과 바람에 떠나보내고 좌절의 아픔으로 신음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 가을에 맑고 푸른 희망의 노래들이 스미어 들게 하심으로 다시금 용기와 의욕으로 일어나게 하옵소서.

화평을 원하시는 하나님,
지금 온 나라가 갈등의 병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주님이 무지몽매한 이 민족 위에 엄청난 은혜의 단비를 허락하셔서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복지를 이룩했음에도 지금 온 한국은 감사와 화목 대신 불평과 반목으로 들끓고 있습니다. 남북의 갈등도 안타까운데 동서(東西)로 팽팽히 갈라서고 계층 간의 골이 점점 심화됨으로 빈익빈 부인부의 양극화, 더 나가서는 진보와 보수의 이념 갈등의 골이 극치를 이룸으로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처럼 암울하기 짝이 없는 땅이 되고 있습니다.

오, 하나님이시여, 이 민족을 긍휼히 여기사 치유하여 주옵소서.
열매의 계절 가을을 맞아 온 나라가 화평의 열매를 맺게 하옵소서. 이제는 지역과 계층, 이념 간의 갈등의 고리를 풀고 화해와 포용으로 서로를 존중히 여기며 섬기는 사회가 되게 하옵소서. 공의의 물결이 흘러넘치는 사회, 능력대로 인정받음으로 젊은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사회, 정직한 방법으로 부와 권력의 자리를 앉는 사회, 많이 가진 자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자들이 극빈자나 실업자,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弱子)들에게 섬김과 나눔을 베풀기에 솔선함으로 모두 함께 공생(共生)하는 사회가 되도록 인도하옵소서.

이 민족을 제사장 나라로 만드시려는 하나님,
특별히 대통령과 정치 지도자들, 한국교회 지도자들에게 큰 포용력과 지혜의 능력을 허락하셔서 모든 막힌 언로(言路)가 열리므로 소통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뜨거운 가슴을 열고 백성들 속에서 함께 웃고 울 수 있음으로 사람답게 사는 사회가 되게 인도하옵소서.
무엇보다도 심화 되고 있는 이념간의 갈등을 품을 수 있는 큰 가슴을 허락하심으로 우쪽 날개(右翼)과 좌쪽 날개(左翼)로 보조를 맞추어 세계를 향해 힘차게 비상하여 선교사역에 전력하는 제사장 국가 사명을 감당케 하옵소서.

간구의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
북한의 골방과 지하 땅굴, 참담한 수용소에서 피를 토하며 부르짖는 거룩한 성도들의 기도를 이제 들어주옵소서. 에스겔 골짜기처럼 뼈만 남은 땅, 가인의 무리들이 전쟁준비와 인권억압하며 독초만 심던 저주의 땅에서 아벨처럼 처절히 죽어가던 북한 백성들에게 시원한 가을바람처럼 성령의 강한 바람이 불게하심으로 그 백성들과 성도들이 사는 길을 열어주옵소서. 장기독재가 무너지고 평화의 물결이 북한 땅에 흘러넘치는 시기를 어서 앞 당겨 주옵소서.

모든 영혼을 구원하기를 기뻐하시는 하나님,
위대한 종들이 순교 당한 거룩한 터마다 교회당을 수축하고 지쳤던 무리들이 주일마다 구름떼처럼 모여들어 ‘시온의 영광이 빛나는 아침 어둡던 이 땅이 밝아오네. 시온의 영광이 빛나는 아침 매였던 종들이 돌아오네.’라고 감격의 찬송을 목이 메어 부르는 날을 보기를 원합니다. 휴전선으로 막혔던 철로와 고속도로가 열리어 중국과 러시아, 중앙아시아와 유럽까지 무역의 길, 선교의 길이 활짝 열리는 날을 허락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