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추석을 맞습니다. 금년에는 왠지 다른 해보다 추석이 빠르다는 느낌입니다. 절기야 달라지지 않았겠지만 자신이 뭔가 할 일을 다 못했든지, 너무 분주해서 시간가는 줄 몰랐든지, 아니면 아직도 땀을 뻘뻘 흘리게 하는 더위 때문인지 하여튼 추석이 너무 빨리 돌아왔다는 느낌이 듭니다. 하긴 우리 철원 모닝컴랜드의 밤(栗) 소식이 없는 것을 보면 여느 추석보다는 이르긴 이른 모양입니다.

문제는 추석이 감사로 다가와야 하고 감사로 추석을 맞아야 하는데 우리는 금년에 얼마나 큰 감사로 추석을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조상들은 추석을 조상이나 막연한 신농(神農)에게 감사를 드렸고 우리는 천지만물의 주인이신 전능하신 하나님께 감사하지만 역시 감사절임에는 다르지 않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추석을 감사절로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고향 가는 날로, 제사 드리는 날로, 공휴일이나 명절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고 남편들은 짜증스러운 교통체증과 경제적 부담 때문에, 아내들은 번거로운 음식 장만과 인사치레 때문에 감사보다는 부담스러운 명절로 생각하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사실 그건 환경이나 여건 때문이기보다는 현대인의 생활패턴과 마음의 공간에 여유가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환경은 분명 예전보다 더 많이 나아졌고, 더 편리하고, 더 자유롭고, 더 좋아졌지만 우리 마음의 만족도는 더 낮아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성경을 보면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들에게 유월절을 지키라, 맥추절을 지키라, 수장절을 지키라 등 여러 차례 감사절을 지키라고 명하셨습니다. 그냥 권장사항이 아니고 명령이었습니다. 감사는 마음에서 우러나와 자발적으로 하는 정서적 표현이어야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감사를 억지로라도 감사절을 지키라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이 무슨 공치사 받기를 좋아하시는 분처럼, 엎드려 절 받기 식으로 감사를 받으시려는 분처럼 그렇게 감사를 강요하셨습니다. 그러나 요즘 세태를 보면서 그 감사가 하나님께서 공치사를 받기 위함이 아니라 인간이 행복하게 살게 하기 위한 하나님의 배려임을 알았습니다. 감사를 모르는 인간들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아신 하나님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를 점점 잃어갈 인간의 속성을 아시는 하나님께서 인간의 행복한 삶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감사를 잊지 않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배려임을 알았습니다.

좀 이른 것 같지만 그래도 금년 추석도 진정한 감사가 있는 감사절로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부모의 은혜에도 감사드리고 한해의 삶을 통하여 감사하고 다가오는 해를 향해도 감사하는 그런 감사절이 되기를 바랍니다. 늘 말하는 이야기이지만 금년 추석에도 모두 다 고향에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비록 교통체증으로 거리에서 보낼 시간이 아깝기는 해도, 손에든 선물이 시원찮아 고향을 찾기가 자존심이 상하고, 뭔가 가득가득 쓰인 금빛 명함을 가지지 못했고, 자랑하고 과시할 수 있는 남다른 지위나 명예가 없어도, 비록 배부르게 먹고 남을 기름진 음식을 장만하지 못했더라도 고향엘 다녀오십시오. 그리고 고향의 친척, 친구들을 만나고 오십시오. 무엇보다 오매불망으로 기다리고 계시는 부모님 곁에서 하룻밤이라도 묵고 오십시오.

그리고 힘든 형편에도 묵묵히 고향교회를 지키고 계신 목사님들께도 작은 위로의 기회를 만드십시오. 때론 힘들고, 번거롭고, 허례허식처럼 보여도 그것이 사람 사는 즐거움이고 살아가는 도리(道理)니까요. 계산에 너무 빠르고 이해와 득실이 너무 분명한 삶은 남에게는 물론 자신의 삶 역시 메마르게 만듭니다. 때론 손해도 보고 때론 속아주기도 하고 때론 억지웃음이라도 웃어 줄 수 있는 것은 바보스러운 것 같지만 지혜로운 일이고 무능이 아니라 능력입니다. 돈을 잃어버리는 것보다 더 큰 손해는 사람 잃어버리는 것이고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 더 큰 낭비는 인생을 낭비하는 것입니다. 이번 추석은 잃어버린 사람을 찾고, 무너진 관계를 회복하고, 메마른 마음에 감사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불신자들에게도 우리 성도들에게도 추석이 감사절이 되기를 바랍니다. 비록 물질은 풍부하지 못해도 마음은 풍부할 수 있는 감사절이기를 바랍니다. 추석은 감사절입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