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는 전통적으로 다문화 다종교 사회입니다. 무교(巫敎)가 제일 뿌리 깊은 종교인 동시에 제일 오래되었고, 정령신앙과 기복신앙에 뿌리내리고 있는 원시종교입니다. 그리고 삼국시대에 유불선 3교가 들어왔지만 불교는 처음부터 호국불교의 성격을 띠고 있었으나 개인의 수양과 구도를 목적으로 하는 소승불교와 중생을 널리 구원한다는 대승불교가 있었습니다.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에는 불교가 국교가 되어서 국가질서와 사회생활의 정신적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불교를 배척하고 유교를 국교로 삼고 주로 철학적이고 학문적인 사상체계를 세워서 사회생활 전반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가정에서도 서로 종교가 다른 가족들이 함께 살지만 아무 문제없이 서로를 인정하면서 살아오고 있습니다. 무교(巫敎)는 한국인의 종교적 심성을 풍성케 하였고, 불교는 유심철학과 같아서 사회적 보수성으로 질서유지에 공헌하였고 서민들의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주는데 심리적 기능을 하였습니다.

유교는 삼강오륜 등을 통해서 전통적이고 권위적인 사회질서를 확립하는데 공헌했습니다. 유교를 믿는 사람들 가운데서는 행위와 태도를 통제하는 방식으로 도덕성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도교는 불교와 유교의 국교정책에 눌려서 힘을 스지 못하고 민간신앙으로 깊이 들어갔습니다. 한국인들의 심성 안에는 유불선 삼교가 융합되어 녹아져서 충돌 없이 잘 지내오고 있는 아름다운 전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 한국인들은 종교다원사회에서 살면서도 종교다원주의는 극복해 나가는 지혜를 발휘해 나가는 백성들입니다.

특별히 기독교가 들어오면서 전통종교와 충돌을 심하게 한 사례가 있었으나, 슬기롭게 잘 극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 성북지역에서 길상사와 성북동성당과 우리 덕수교회가 상호 존중하는 가운데 사회봉사에 대한 인식을 같이 하면서 지난 3년간 종교인연합바자회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열었습니다. 그 결과로 불우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피차에 종교적 진리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고 모두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인 사랑과 평화를 공통분모로 해서 함께 선한 일을 하자는 것입니다.

자기가 믿는 진리에 대해서는 보다 더 진지하게 정진하면서 타종교와는 우호적인 관계를 가지고 사회통합을 이루는 데는 공헌하자는 취지입니다. 우리 교회는 1991년부터 시작한 바자회를 통해서 20년 동안 총 409,301,502원을 마련해서 장학사업과 몽골선교와 복지문화센터 건축비를 조달했으며 종교인연합바자회를 통해서 지역의 청소년 15명에게 전액장학금을 3년간 지급하였습니다. “종교 간의 대화가 없으면 종교간 평화 없고, 종교 간에 평화 없으면 세계의 평화는 없다”는 한스 큉의 말을 존중하면서 모든 종교가 자신의 본연의 진리추구에 힘써 성숙한 경지를 지향하고, 어려운 이웃에게는 사랑을 베풀어야만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진정한 이 땅의 평화가 정착될 것입니다.

/덕수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