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신문 인용)

제2의 종교개혁의 상황에 내몰려 있다
종교개혁 494주년, 한국교회의 오늘 진단


1517년 10월 31일 마르틴 루터가 비텐베르크성에 ‘95개조의 논제’를 게재하면서 시작된 종교개혁이 올해로 494주년을 맞았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6년 남긴 오늘, 한국교회의 개혁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교회는 이러한 개혁적 목소리에 둔감하다. 그로 인해 한국교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고, 교회의 사회적 지도력은 현저한 저하현상을 보이고 있다. 루터가 종교개혁을 시작할 당시의 로마가톨릭과 현재의 한국교회가 같은 처지라는 지적이 들릴 정도이다. 또 이를 근거없는 공격이라고 반박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성경중심을 기치로, 성직매매 등 교회의 세속주의를 비판했던 당시의 종교개혁가들의 지적은 지금의 한국교회에도 그대로 적용될 사안이기 때문이다.

100여년의 짧은 역사 속에서 사회의 주류로 자리잡은 한국교회가 너무 빨리 폭죽을 터뜨리며 자축하는 사이, 내부는 곪을대로 곪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자성의 목소리보다, 변명으로 일관하며 자신의 주어진 권력을 마음껏 주무르고 있다. 권력행사는 교권에 머무르지 않는다. 세속의 권력을 얻으려고 기를 쓰고, 그 중심에서 권력을 마음껏 행사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중심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충실해 왔던 한국교회는 1990년대 이후 물질에 취하고, 권력에 취한 채 교회내부가 멍드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1980년대까지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등 이웃과 함께하는 과정에서 쌓았던 교회의 긍정적 이미지는 최근 20년간 거의 소진됐다. 한 신학자가 “썩는 냄새가 한국교회 내부에서 진동하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을 정도로 그 상황이 심각하다.

대형교회는 대부분 물질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부유해진 교회는 이웃에 대한 선교보다, 교회자체의 부를 축적하는데 여념이 없다. 일부 목회자들에게 청빈이나 가난의 모습을 찾기 힘들 정도이고, 그것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또 사회적 지도층에게 요구되는 ‘오블리스 노블리제’도 발견하기 힘들다. 일부 목회자 가족의 재산싸움이 세간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을 정도이다. 교회 내부에서 변형된 형태의 성직매매가 횡행하고, 교회당매매를 둘러싼 논란이 심각한 실정이다. 이와 함께 교회의 권력지향주의가 일반화되고 있어 한국 교회의 대사회 이미지가 하락하고, 지도력이 갈수록 저하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