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들 가운데는 제사 문제로 인해 가정에 불화가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때 가족관계를 위해 제사를 드려도 되는지, 또한 제사를 드리면 우상숭배를 하는 것인지 궁금해 합니다. 심지어는 기독교에서 제사를 드리지 않기 때문에 불신자를 전도하는 데 장애가 된다고 하며 제사 드리는 것을 합리화하기도 합니다. 김동건 교수의 책인 『신학이 있는 묵상』을 통해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기독교인이라면 제사를 드리지 않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나라 기독교의 일반적인 관례였습니다. 기독교인으로서 제사를 거부하는 주된 이유는 제사가 조상을 숭배하는 우상적 행위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천주교의 전래와 더불어 “제사를 조상숭배로 볼 것인가?”하는 문제가 제기되었고, 제사의 폐지 문제로 신해교난(1791년)를 당하여 수많은 신자들이 목숨을 잃기도 하였습니다. 제사가 조상숭배를 의미한다면, 제사를 거부하는 것은 신앙적입니다.

그렇다면 제사가 조상숭배인가요? 맞습니다. 물론 기독교가 조상에 대해 그렇게 배타적인 전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성경에도 믿음의 선조들에 대한 존경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독교가 제사를 조상숭배로 보면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때문입니다. 조상숭배를 하는 분들은 첫째, 인간이 죽으면 영혼이 독립된 실체로 존재한다고 믿고, 둘째, 독립된 실체로 존재하는 영이 현세의 살아 있는 인간과 세계를 지배한다고 믿습니다. 그러므로 제사를 드리는 사람들은 죽은 조상의 영혼이 살아서 후손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주관을 떠난 영의 세계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성경은 죽은 영은 독립된 실체로 이 세상에 있지 못하기에 죽은 영이 인간과 세계를 지배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눅16:26). 그러므로 인간의 길흉화복을 주장하는 실체로서 죽은 조상이 인간과 세계를 지배한다고 믿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성경은 화와 복은 지존자의 입에서부터 나온다고 교훈합니다(애3:38). 죽은 조상의 영혼이 후손의 삶을 지배한다는 두려움에서, 또는 복을 받기 위해서 제사의식을 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과 이 역사를 주관하시는 유일한 분은 하나님이라는 것이 기독교의 신앙고백입니다.

그렇지만 조상에 대한 공경의 의미로서 가족들이 음식을 나누어 먹는 정도를 우상숭배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돌아가신 조상을 생각할 때 위에서 말한 두 가지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 죽은 자를 기리는 모임을 죽은 영혼을 믿고 숭배하는 모임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모이는 행사의 일환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산 자와 죽은 자의 하나님은 한 분이시라는 사실입니다(마22:32, 막12:27, 눅20:38, 행10:42, 롬14:9). 죽은 자와 산 자의 하나님 안에서, 살아있는 부모님을 공경하듯 돌아가신 부모님을 공경하는 마음가짐으로 제사의 일정 형식을 취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요. 다만 제사에서 주요 순서인 강신(降神), 초헌(初獻), 사신(辭神) 같은 절차를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제사에 사용된 절차를 적절히 조절해서 기독교인들이 좀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형식을 개발하는 것은 우리에게 남은 문제입니다.

제사 문제로 인해 기독교를 ‘조상을 공경하지 않는 종교’라고 폄하하는 것은 기독교를 오해하는 일입니다. 성경에 기록된 십계명은 “네 부모를 공경하라”고 말합니다. 기독교만큼 조상에 대한 공경을 강조하는 종교가 없습니다. 부모를 공경하는 자에게 장수와 땅에서 받을 복을 약속하기까지 합니다(엡6:2,3). 그러므로 기독교인이 죽은 조상을 배척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기독교인도 부모를 공경하는 차원에서 조상을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습니다. 단지 제사를 통해 조상의 영이 현재에 복과 화를 미친다거나 죽은 영혼을 불러낼 수 있다는 생각은 피해야 합니다. 제사 음식을 먹는 것은 괜찮습니다. 다만 바울의 교훈처럼 나의 믿음으로 인한 행위로 누군가 실족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고전8:9-13).

/약수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