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 11월 20일 이사벨라라는 한 여인이 다음과 같은 글을 썼습니다. “교회의 타락은 극도에 달하여, 성직자들은 자기에게 맡겨진 영혼들에게 오히려 해독을 끼치고 있다. 성직자들의 대부분이 공공연하게 첩을 두고 있으며, 만약 교회에서 이를 처벌하고자 한다면 이에 반항하여 오히려 문제를 야기시킨다. 그들은 폭력을 사용해서까지 정의의 수행을 막고 있다.”

이처럼 15세기가 끝나감에 따라 몰락한 교황청과 부정부패에 빠져 있던 교회는 무언가 근본적인 개혁을 필요로 하였습니다. 그 개혁의 물결은 물론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으나 번번이 실패하였고, 그러다가 하나님의 전격적인 개입으로 마틴 루터로부터 종교개혁의 봉화가 타올랐습니다. 오늘은 루터가 1517년 10월 31일 비텐베르크 대학 정문에 95개 신조를 붙여 종교개혁을 점화한지 494주년이 되는 종교개혁 기념주일입니다.

기독교 역사 전체를 통해 마틴 루터(Martin Luther)처럼 많은 논쟁의 대상이 된 인물은 없습니다. 그는 어떤 이들에게는 교회의 통일을 파괴하는 반란자요, 주님의 포도원을 짓밟은 산돼지라고 묘사되었고, 또 개혁주의 전통을 따르는 이들에게는 순수한 복음의 전파를 다시 가능케 한 위대한 영웅이며, 성경적 진리의 수호자요, 부패했던 배교 교회의 개혁가로 추앙되고 있습니다.

그는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났으며, 22살 때, 친구의 죽음에 대한 충격과 구원에 대한 관심 때문에 수도원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구원을 위해 교회가 제시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 세상에서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수도사의 생활이었습니다. 그는 종교심이 깊고, 진지하고 열정적이었으며, 수도원의 규칙에 복종하였기 때문에, 그의 상급자들도 그의 뛰어난 자질과 능력을 곧 알아보았습니다. 하지만 루터는 항상 자기 자신의 죄성을 심각하게 느꼈고, 이를 극복하고자 고행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가 고난의 행보를 하면 할수록 죄의식은 더욱 강해져갔습니다. 마치 하나님은 그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가혹한 재판관으로 생각되었고, 공의를 요구하시는 하나님에게서 결코 사랑의 하나님을 경험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마귀에게 도망 다니듯이 하나님에게도 도망 다녔다고 훗날 고백하였습니다.

그러다가 그는 새로 창설된 비텐베르크 대학에서 성경을 가르칠 준비를 하면서 성경을 깊게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그 동안 감추어졌던 성경의 진리들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는 1513년 시편을 강해하였고, 1515년 로마서를 강해하다가 그가 말한 것처럼 ‘위대한 발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행위가 아니라, ‘믿음으로 의롭다하심’(以信稱義)을 얻는 것이라는 진리입니다. 하나님의 의는 인간들이 의로웠거나 혹은 신적 공의가 요구하는 사항들을 만족시켰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하나님께서 주시기를 원하셨기 때문에 주어진 것이라고 확신하였으며, 이 감격을 이렇게 기록하였습니다.

“나는 마치 내가 새로 태어난 것처럼 느꼈다. 그리고 천국의 문이 활짝 열린 것처럼 느꼈다. 성경 전체가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었다. ‘하나님의 정의’라는 구절이 내 가슴 속을 미움대신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위대한 사랑의 달콤함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었다.”

그는 대발견 2년 후인 1517년 10월 31일 95개 조항의 신조를 비텐베르크 대학 정문에 붙였습니다. 이것으로 인해 전체 기독교권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고, 그 후 루터를 포함한 칼빈, 쯔빙글리 등이 종교개혁 운동을 일으키며, 오늘의 프로테스탄트 교회가 탄생되게 된 것입니다. 우리 교회도 이러한 개혁의 전통을 따르고 있습니다. 잘못된 관행을 고치고,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교회가 되도록 힘써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개혁할 것은 위선적이고 세상의 죄악을 따라 살려는 우리의 삶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약수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