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일거리 삼아 가족들이 먹을 농사를 짓는 분들이 여럿 계십니다. 토마토도 따고, 고구마도 캐고, 감자도 캐고, 겨울 김장용 무와 배추도 거두고, 상추며 깻잎이며 웬만한 먹거리는 다 수확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이 저절로 생산이 되어서 밭에만 가면 거둬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잡초를 제거하고, 때에 맞춰 약을 치고, 비료를 주고, 물을 대고, 벌레 잡고, 김을 매고, 부목 대고……. 거기다가 비가 안 오면 비가 안 와서 걱정, 비가 오면 너무 많이 와서 걱정……. 저로서는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관심과 노력을 쏟고 땀을 흘려야했습니다. 그 말씀을 듣고 보니 가끔 성도님들이 직접 농사지으신 것이라며 호박이며 상추며 조금씩 나눠주시는 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에는 절대로 공짜가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일에도 댓가 없는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성경 어디를 살펴보아도 어느 곳에나 그 댓가가 지불되고 있었습니다. 숨어있는 노력들이 있고, 기도의 댓가가 있고 믿음이라는 댓가를 지불했습니다. 우리는 흔히 하나님께 기도하여 얻은 하나님의 역사를 단순한 기적으로만 보고 있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엄청난 댓가가 숨어있었습니다. 아들을 잃는 슬픔,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게 하는 절망……. 때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댓가가 이미 지불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가끔씩 댓가의 지불 없이 하나님의 기적을 바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소망은 있는데, 기대감은 있는데 댓가를 지불하는 데는 인색한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그래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기는 하지만 정작 자신이 지불해야할 댓가는 소홀히 하고 오로지 하나님의 손만 바라보고만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나님은 자동판매기도 아닌데 말입니다. 아니 자동판매기라도 돈은 넣어야 물건이 나오는데 돈을 넣지도 않고 자동판매기만 바라보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심지어는 댓가를 지불하기 싫어 열매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열매가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겠지요. 그 열매가 하찮은 것이라면 댓가를 지불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입니다. 그 열매가 별 볼일 없는 것이라면 힘써 댓가를 지불하는 것은 한심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 열매의 엄청난 가치를 몰라서 댓가를 지불하기 어려워한다면 더 한심하고 더 어리석은 일입니다. 왜냐하면 아무런 댓가를 지불하지 않으려고 하는 자는 하찮은 것도, 별 볼일 없는 것마저도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랑방초청잔치는 엄청난 댓가를 지불하는 일입니다. 냉냉한 사랑방 식구들 마음을 모으랴, 쌀쌀맞기 그지없는 오이코스들 초청하랴, 어려운 형편에 음식장만하랴, 생각하면 숨이 턱 막히는 순서 진행하랴……. 직장에도 집에도 할 일은 쌓여만 가는데…….모든 것이 부담이고 한숨거리입니다.

그래도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하셨는데, 그 한 사람을 위해서 주님이 피 값을 다 지불하셨는데 절대로 포기할 수 없습니다. 몸에 병에 걸린 사람도 살릴 수만 있다면 집을 팔아서라도 살리려고 하는데, 지옥 갈 사람을 천국으로 인도할 수 있다면 무엇을 주저할까요? 한 영혼이 돌아오면 하늘에서 잔치가 벌어진다고 하셨는데, 이 땅에서의 작은 잔치로 천국에서 거대한 잔치가 열린다면 어찌 마다할 수 있겠습니까? 내가 예수님을 모른 채 세상 재미에 빠져있다면, 사람들이 만사를 제쳐놓고, 정말 집을 팔아서라도 내게 복음을 전해주러 달려와야 하지 않을까요? 놀랍고 신비한 영적추수의 기쁨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은혜의 강물이 모든 성도님들에게 가득하기를 축복합니다.

/홍익교회 담임목사